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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10 11:18 수정 : 2011.11.10 11:18

지난 5일 서울 대학로의 한 노래방에서 놀방파 운영자 박진(마이크를 쥔 이)씨와 회원들이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esc] 노래방 한반도 상륙 20돌…
국내 최대 노래방 동호회 ‘놀방파’가 노는 법

“이태원 프리~덤! 다 알려주겠어~ 다 말해주겠어~ 새로운 세~상!”

관객들을 향해 손짓하는 능숙한 무대 매너. 박자에 맞춰 현란하게 들썩이는 어깨. <슈퍼스타케이(K)> 녹화 현장이 아니다. 5일 오후 서울 대학로 한 노래방의 18번 방은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들은 ‘놀방파’ 조직원들이다. 노래방에 죽고 못 산다는 동호회 사람들이다. 놀방파의 온라인 카페(cafe.daum.net/nolbangpa) 회원은 현재 4만5000여명. 20대부터 시작해 65살 넘는 회원까지 나이대도 다양하다. 1998년 피시(PC)통신 하이텔에서 모임이 시작됐다. 매주 토요일 오후 노래방에서 정기모임을 한 지 어느덧 8년째다. “주변에 노래방을 즐기는 친구가 없어서 모임을 만들게 됐죠. 회원 대부분도 같은 이유로 이 모임에 찾아와요.” 운영자 박진(32·웹디자이너)씨는 고등학생 때 모임을 만들어 13년째 장기집권 중이다.

이들의 정모는 보통 3차로 구성된다. 대개 모임이 술집을 전전하다 노래방으로 귀결되는 것과 달리, 놀방파는 노래방에서 시작해 노래방으로 끝낸다. 이날 모임 역시 노래방→술집→노래방으로 이어졌다. 1차 노래방과 3차 노래방은 분위기가 판이하다. 첫 노래방에선 조용한 발라드곡으로 시작하지만, 다시 찾은 노래방에서는 신나는 댄스곡이 주류다. 자연스레 ‘업’되는 분위기에 장르도 따라가는 것. 더구나 술까지 한잔 들어갔으니 흥이 돋을 수밖에 없겠다. 좀더 재밌게 노래 부르는 방법도 열심히 연구한다. 가장 많이 하는 게임은 ‘점수 대결 노래방’! 높은 점수로 승부하기는 재미없다. 특정 점수를 정해두고 누가 더 가까운 점수를 내느냐에 따라 승자가 결정된다. ‘길거리 노래방’ 행사에서도 이 게임을 한다. 회원들이 서울 신촌, 대학로, 한강시민공원 등에 노래방 반주기를 들고나와 정기적으로 여는데, 시민들의 반응이 무척 뜨겁단다.

놀방파가 제안하는 ‘노래방 매너 5계명’. 노래방에 죽고 못 산다 ‘놀방파’ 제공

방에서 거리에서 노래방 게임의 진화

‘무작정 노래방!’ 게임도 재미있다. 무작위로 선택된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게임. 노래책을 이용한다는 게 <도전 1000곡>류와는 다른 점이다. 노래책을 펴고 “왼쪽 둘쨋줄 13번째 노래” 하는 식으로 노래를 선택한 뒤 무조건 불러야 한다. 운이 좋아 아는 노래가 나와 제대로 부르면 1점, 모르는 노래지만 그럴싸하게 부르면 0.5점, 아예 못 부르면 0점이다.

놀방파에는 불문율이 있다. 이른바 ‘노래방 매너 5계명’이다. 노래방 난동꾼을 떠올려보라. 5계명이 만들어진 이유다. 첫번째 규칙은 ‘1인 1예약제’. 자기 노래를 다 부른 뒤에 노래를 예약해야 한다. 줄줄이 선곡하면 안 된다. 두번째는 ‘자기 노래는 자기가 종료한다’. 아무리 못 불러도 남의 노래를 함부로 꺼버리지 않는다는 거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노래를 부를 땐 경청하거나 분위기를 맞춘다’, ‘남의 노래를 내 노래인 듯 부르지 않으며, 부르려면 양해를 구하고 소절을 나눠 부른다’는 것. 마지막으로 ‘노래방 안 금연’!

모임에서는 최대한 많은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것도 놀방파 모임의 대원칙이다. 이날 20명이 넘게 모인 놀방파 회원들은 7명씩 무조건 인원을 나눠 방에 들어갔고 반주기의 점수 확인도 건너뛰어가며 노래에 매진했다. 놀방파 정모에 처음 나온 윤연경(26·회사원)씨는 개운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루에 세번씩 노래방에 간 적도 있을 정돈데, 규칙에 맞춰 깔끔하게 어울려 놀 수 있어서 부담도 없고 스트레스도 팍팍 풀리는데요?”


지하 벗어난 노래방…큰 변화 없어도 개성 만발

노래방 반주기가 대한해협을 건넌 지 딱 20년, 그 절반이 넘는 시간 동안 놀방파가 찾아다닌 노래방만 100곳이 넘는다. “예전엔 지하에 많이 어두운 노래방이 대부분이었죠. 그러다 ‘럭셔리 노래방’이 유행하면서 이제는 지상에 밝은 호텔 같은 분위기, 그리고 좌식 형태의 노래방까지 나왔죠. 큰 변화는 없지만 점점 나만의 개성이 있는 노래방도 생기고 있어요.” 박씨가 온라인에 소개한 노래방이 유명세를 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적도 있다. 모텔을 개조한 특별한 노래방이나 공연장용 스피커가 설치된 폼나는 노래방 등이 그렇다.

노래방의 외형만큼이나 노래방 반주기도 끊임없이 진화했다. 금영·티제이(TJ)미디어가 양분하는 반주기 업계는 일반적으로 기계의 진화 과정을 1~4세대로 구분한다. 1990년대 초 단순한 기계음만 넣었던 1세대 반주기를 거쳐, 코러스를 추가한 2세대 반주기, 그리고 실제 밴드 연주를 넣은 3세대를 거쳐 이제는 원음과 거의 흡사한 다양한 효과를 내는 4세대 반주기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놀방파 회원들도 노래방을 고를 때 스피커 등 음향시설과 반주기 인터페이스까지 꼼꼼히 따진다. 박씨는 “회원들이 귀가 민감하다 보니 과하거나 부족한 울림(에코)을 싫어하고, 반주 볼륨과 에코를 조절하는 음향시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두 업체의 반주기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박씨는 “두 업체의 반주기는 이제 어디가 딱히 좋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음향 상태가 많이 성장해 비교가 무의미하다”며 “시장점유율이 낮은 티제이 반주기는 리모컨 등이 편리해 젊은층이 좋아하지만, 금영보다 반주기 종류가 더 많고 리모컨이 달라서 불편할 때도 많다”고 평가했다.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색다른 곳을 원하십니까?

그저 으리으리한 노래방이 최고라고? 노래방 전문가 집단인 ‘놀방파’의 눈에는 서비스는 물론이요 음향시설과 노래방의 특출한 매력까지가 고려 대상이다. 〈esc〉가 놀방파의 혹독한 심사를 통과한 서울 시내 노래방 목록을 캐물었다.

헉, 노래방 안에 비데가? → 신림동 ‘플라워’ (02)338-3531

노래방 전체를 꽃과 관련한 인테리어로 구성. 모텔 건물을 리모델링한 덕에 방마다 비데 달린 전용 화장실을 쓸 수 있는 호사를. 노래 부르기 싫은 친구는 방마다 놓인 ‘인터넷 피시’ 앞에 앉혀두시라.

최신 반주기를 느껴봐 → 홍대 앞 ‘질러존’ (02)338-3531

노래방 반주기 회사에서 직접 차린 노래방답게 가장 최신 반주기를 접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지하 대형 룸에는 20~3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도 여러개 있어 단체모임에 적격.

공연장에 온 느낌 같니→ 대학로 ‘악쓰는 하마’ (02)741-5670

신발 벗고 가는 방, 털썩 앉는 좌식 방, 2층 평상 방 등 개성 넘치는 방이 많다. 특히 공연용 스피커에 드럼을 즐길 수 있는 방도 있다.

인테리어 종결자는 여기지→ 강남역 ‘쾌’ (02)501-3500

리조트, 명품관, 중국, 타이 등 네가지 콘셉트로 꾸민 33개 방이 각각 다른 인테리어를 하고 있어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스타 흉내 내볼까→ 회기동 경희대 앞 ‘에비뉴엘’ (02)959-9522

일반 럭셔리 노래방과 비슷한 인테리어에, 가면이나 빤짝이 의상 등을 입고 신나게 놀 수 있다. 더 놀라운 건, 이런 시설인데도 주·야간 모두 시간당 1만원으로 저렴하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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