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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김장철 ‘esc’ 비상대책위원회…팔도 김치선수들을 보호하라
여기는 〈esc〉 비상대책위원회. 군경 수뇌부가 모였다.
송 경장 지금부터 비상대책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18시30분 발생한 ‘〈esc〉배 내가 제일 잘나가 김치선발대회’ 테러 사건에 대해 브리핑하겠습니다. 현재 범인은 대회장에 독가스를 살포하겠다고 협박중이며 10분 안에 참가 선수들을 대피시켜야 합니다.
김 본부장 야, 안 돼! 생각을 해봐. 10분 안에 누가 어떻게 대피를 시키냐? 좋아, 내가 대피시키러 간다고 쳐! 팔도 김치선수들 다 모였잖아. 킁킁 코로 냄새 맡잖아. 김치선수들 변태라고 다, 날 때려. 마이크 잡으려고 하잖아. 옛날얘기 좋아하는 묵은지 회장이 먼저 시작해.
“김치는 3000여년 전 중국의 고서 <시경>에 ‘저’(菹·김치 저)라고 적힌 게 첫 기록입니다. 채소를 식초나 소금에 절인 게 있었답니다. 신라 성덕왕 때 돌로 만든 김칫독을 쓴 기록이 있어 그때나 이전부터 김치를 먹은 걸로 추정하죠. 고려중기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는 ‘소금에 절인 김치는 겨울 내내 반찬이 되네’라고 적혀 있어요. 이땐 고춧가루 대신 전초 같은 향신료를 넣었어요. 붉은 김치는 <증보산림경제>(1766년)에 나옵니다. 임진왜란 이후 들어온 고춧가루로 빨개졌죠.”
이렇게 말하는데 내가 어떻게 끊냐! 듣고 있으면 흰쌀밥 절로 생각나! 김 모락모락 나는 밥 가져오지, 전라도 고들빼기김치한테 가, 밥이랑 먹게 한쪽 볼 떼주시면 안 돼요? 바로 따귀 날아와. 다른 김치들 가만있겠어? 왜 고들빼기만 예뻐하냐, 농간이 있는 거 아니냐 하지. 별 희한한 김치들이 소리 질러대, 전라도 감태김치랑, 경상도 골곰짠지(무말랭이, 말린 고춧잎 등으로 만든 김치)도 달려들어. 서울 석류김치, 경기 꿩김치에, 강원 오징어김치까지 난리야. 충청도 시금치김치, 황해도 고수김치에다, 평안도 백김치, 함경도 콩나물김치까지 달려들겠지. 언제 대피시키냐? 백령도와 제주도 김치는 조용해서 물어보지, 안 왔어. 〈esc〉가 걔들 만나러 갔대.
김 소장 지금 뭐하는 겁니까! 지금부터 내 지시에 따른다! 백령도 김태평(현빈) 일병을 불러 미인계를 쓴다. 알겠나!
경장 백령도에 없답니다. 인도네시아 가서 안 왔답니다.
소장 그지? 없지? 사람 불러야 돼!
본부장 뭘 또 사람을 불러, 야! 사람도 없는데. 일단은 범인이 뭘 요구하는지 알아야지. 경장 10억원을 달랍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움직이셔야 합니다. 본부장 야, 안 돼! 야, 넌 또 이런 생각 하지. 고춧가루 확 부어버릴까. 내가 맞혔지. 안 돼, 올해 고춧값이 너무 올라서 김장도 못할 지경이야. 경장 대통령님께서 오고 계십니다. 차렷! 경례! 바로! 시간이 없습니다. 대통령 고생이 많아요. 본부장, 올해 김치는 200포기 담갔나? 본부장 20포기 담갔습니다. 200포기는 70년대 얘기죠. 대통령 하하하, 소장, 배추 절이는 데 힘들었나? 소장 절인 배추 사서 김장했습니다. 올해 이게 대셉니다. 김 실장 식순에 따라 가수 김치가 ‘미쳐서 그래’를 부르겠습니다. (김치 나왔다 들어가고) 빨리 가셔야겠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미국산 스테이크를 쏜답니다. 대통령 그래? 그럼 가야지.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참고 서적 <아름다운 향토음식>, <전통저장음식>, <한국식품문화사>, <한국음식문화와 콘텐츠> 표지사진 | 건강한 소금에 절인 배추는 김장의 시작이다. 차곡차곡 모여 있는 배추는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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