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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17 14:39 수정 : 2011.11.17 14:39

3D 입체 마음테라피

[esc] 3D 입체마음테라피
어린 시절 늘 야단치며 상처 준 엄마와 화해하고 싶지만…

Q 두 아이를 키우는 30대 중반 여성입니다. 어릴 적부터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었던 저는 학교생활이나 친구관계 등에 그다지 영리하지도, 빠릿빠릿하지도 못했습니다. 게다가 맏이라는 이유로 어머니가 많이 기대하셨고, 그러다 보니 제 어린 시절은 늘 야단맞고, 상처받고, 자존감이 무너졌던, 그리고 맞이한 사춘기는 너무 외로웠고, 두려웠고, 비관적이었던 시기였습니다. 어머니와의 갈등 속에서 이해받거나,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죠. 제가 엄마가 되고 나니 어머니가 이해되기보다는 오히려 어린 나에게 너무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렸던 내가 너무 가엾고 애처롭다는 생각은 아직도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 관련 서적, 부모 관련 다큐멘터리 등을 많이 접할수록, 어머니와 갈등의 원인은 내가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난 정말 잘못 자란 사람이구나, 내 자존감은 짓밟혔었구나라는 피해의식 속에서 헤어날 수가 없어요.

환갑이 넘으셨지만 여전히 저에 대한 태도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어머니를 보면서, 이제는 내 마음속 어머니에게 사과받고 화해하고 싶습니다. 그래야만 어린 시절 저를 위로하고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으며, 더 먼 훗날에 어머니와 편하게 작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녀지간에 따뜻하고 정상적인 대화를 이끌어 갈 자신이 없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상담심리학)·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장
상처 대물림 끊어야 진짜 화해→

뽀네뜨님.(영화 <뽀네뜨>에서 따온 이름인데요. 평생 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어린 소녀랍니다.) 뽀네뜨님 안에 수만번 울음을 터뜨린 어린 소녀가 아직도 울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합니다. 한편으론 참 용감하고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다른 사람 같았으면 그냥 피하거나 멀리 도망가고 말았을 텐데, 내 상처와 고통을 들여다보면서, 어머니와의 갈등을 풀어보고자 노력하고 있잖아요.

흔히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지만, 이 속담은 심리학에서 보면 틀린 말인 것 같습니다. 자녀 입장에서는 부모의 편애가 큰 상처로 남아 성인이 되어서까지 힘들게 합니다. 가족 내 이런 심리적 역동을 보언이라는 학자는 ‘가족투사과정’이라고 했죠. 지나치게 불안하거나 미성숙한 자아를 가진 부모가 자신의 불안과 소망, 기대 등을 특정 자녀에게 투사해 아이를 지나치게 과보호하게 된다는 주장입니다. 투사 대상이 되는 자녀는 출생 순위, 부모의 남녀 선호, 부모의 불안 수준, 부모와 닮은 정도 등 여러 요인으로 결정된답니다.

어린 시절 늘 야단치며 상처 준 엄마와 화해하고 싶지만…. 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뽀네뜨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부모는 잘 변하지가 않아요. 누군가 기존의 내 것을 바꾸려고 들면 ‘존재의 위협’을 느끼는 게 인간이니까요. 가족관계 안에서는 특히 더 수용이 어렵습니다. 그냥 일단 날 잡아서 각오하고 한번 정도 어머니한테 속마음을 이야기하되, 그냥 속시원히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끝낸다는 기대만 해야 더는 상처를 받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와의 진짜 화해는 내게 상처 준 어머니를 용서한다거나 그런 게 아니랍니다. 오히려 내가 받은 상처를 대물림하지 않는 거예요. 스스로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며, 영리하지도 빠릿빠릿하지도 못했다”고 했는데, 아닙니다. 다정다감하고 주변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은 분처럼 느껴지는데요.

비록 나는 부모에게 귀염받고 사랑받지 못했지만, 그 한과 슬픔을 주변 사람들과 내 아이들을 귀여워해주고 따뜻하게 포용하면서 승화시킨다면, 부모에게 못 받은 좋은 에너지를 사람들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안에 있는 상처받은 내면의 아이를 많이 사랑해주세요. 저는 그 내면의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뽀네뜨님, 지구에 정말 잘 왔어요. 당신이 있어 지구는 더욱 아름다워졌지요. 당신은 소중한 존재이고, 앞으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그걸 깨닫게 될 겁니다. 힘내세요. 뽀네뜨!”

소기윤 정신과 전문의·미소정신과 원장
화해는 이해에서 출발하는 것→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상처가 아직도 주인공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으니 참 안타깝습니다. 사연 내용으로만 짐작했을 때 어머니의 양육태도는 분명 주인공이 찾아보고 공부하신 대로 훌륭하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자녀를 바르게 키운다는 명목으로 거칠고 날카로우며 냉정한 양육방법을 고수하셨거나 더 나아가 일관되지 못하고 감정적이었을 수도 있고요.

그러나 온화하고 인자하지 못한 어머니도 자식에게 사랑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요. 문제는 그 방식에 자신이 겪은 심리적 유산을 여과 없이 써버리는 경우 심각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가령 어머니 역시 주인공의 외할머니에게 엄격하고 거친 양육을 받았을 경우, 자신은 배운 대로 엄한 훈육을 자녀에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자신도 모르게 자라오면서 스스로 해결하지 못했던 화를 같이 담아 분출해버렸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머니 스스로는 이 점을 잘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어머니와의 화해를 위해서는 결국 이것 역시 어머니의 전적인 책임은 아니라는 ‘이해’에서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 우리의 주인공은 스스로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해오는 동안 이런 ‘인식’이 높아져 있으며, 과거의 상처가 괴롭히긴 하지만 자녀들에게 따뜻하고 포용적인 어머니가 되려는 노력도 하고 계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화해의 두번째 단계는 이렇게 자신이 어머니와는 다르게 해내고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줌으로써 이어갈 수 있을 겁니다. 또한 훗날 자녀는 주인공의 노력 덕에 비슷한 상처 없이도 따뜻하고 포용적인 부모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겠지요.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비판적이고 냉정한 방식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조건 없는 포용과 허용만 하는 부모가 되지 않으려는 견제도 필요합니다. 즉 따뜻하고 인자한 태도 안에서도 적절한 정도의 엄격한 훈육을 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리고 언젠가 “전 어머니같이 하지 않았어요. 힘들었지만 어머니의 방법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제가 아이들을 그토록 사랑하는 걸 보면 어머니의 뒤틀리고 아픈 방법 안에 담아 물려주신 것도 결국 미움이 아니라 사랑이었나 봐요”라고 얘기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김남훈 프로레슬러·<청춘매뉴얼제작소> 저자
불완전성 인정하며 앞날 대비해야→

부모와 맏이의 관계는 특별합니다. 서로 처음이니까요. 그리고 맏이의 탄생으로 시간 또는 자신만의 일을 포기하는 어머니 세대가 느끼는 결핍은 맏이에게 그대로 투영됩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자신이 원했던 세계관으로 맏이가 자라나길 원하죠. 맏이였던 저도 초·중학교 때까지 그 세계관을 따라가다가 고등학교 때부터 부모님과 틀어졌고, 서로 포기하고 편해지고 다시 인정받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물론 시간이 흐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닐 겁니다. 부모님의 성격에 따른 개인차도 있을 테니까요.

사연의 주인공은 그런 결핍 때문에 어머니와 틀어졌고, 어머니가 잘못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면서 과거 어머니의 잘못에 확신도 짙어졌는데요. 최소한 이 부분은 본인에게는 ‘참’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결핍의 원인을 찾아가야 합니다. 30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어머니의 좌뇌·우뇌에 있었던 모든 것을 다 헤쳐서 말이죠. 그래야만 가장 확실한 원인을 알고, 아주 조금이나마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쉽지도 않고 불편하기에 현실적인 답은 아닐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와의 대화 또는 화해의 첫걸음은 주인공 자신의 불완전성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연의 주인공은 이미 어머니의 잘못을 검사처럼 분석하고 판사처럼 평결을 내리셨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화해가 정말 가능할는지요? 그리고 또 하나. 자신의 육아에 대해 정말 확신을 갖고 계십니까? 그리고 그 확신은 한 세대 전 어머니가 가졌던 확신과 정말 다를까요? 어느 날 거울을 봤더니 그곳에서 어머니의 얼굴이 나타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이 답답함, 결코 공박하자는 게 아닙니다. 저도 같이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 한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주 조금씩만 내려놓으세요. 그리고 조금씩만 가까이 가시고요. 그리고 이 답답함은 아이가 자라면서 자신의 유년시절과 비교하면서 더욱 심해질 겁니다. 그때를 대비하세요. 그때부터는 어머니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의 문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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