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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24 13:53 수정 : 2011.11.24 13:53

만화 정훈이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연말을 준비하는 자세…직급별 실전 처세 전략

연말이다. 따뜻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기에 앞서, 살얼음판 같은 인사평가가 먼저 떠오른다. 퇴근 뒤 송년 회식 장소로 출근해 온몸을 던져 업무 외 업무를 해야 한다. 햇사과 같은 말간 얼굴의 후배들은 치고 올라오고, 표리부동한 복지부동 상사들은 천년만년 그 자리에서 뼈를 묻을 기세다. 처세술 연마하겠다며 숱하게 쏟아져 나오는 책을 후벼파도 답이 없다. 당황스럽고 고민스러운 직장생활이다. 이론으로 닦은 처세술, 어떤 상황에 써먹어야 할까? 당신의 고민은 우리의 고민. 가 제안하는 연말을 맞이하는 당신들의 자세~. 사원-대리-과장-부장, 직급별 실전 처세 전략. 처세 책 지은이들, 기업 임원과 간부 등 전문가 10여명의 의견을 모아 고갱이를 골랐다.

금융회사 사원 입사 뒤 1년 평판이 가장 중요하다고들 합니다. 일도 일이지만, 송년회식 자리에서도 존재감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들 하네요. 말주변이나 노래 실력은 젬병입니다. 어찌해야 하나요? 존재감보다 중요한 것은 자존감입니다. 억지로 무대에 나가서 웃기려고 용쓰는 것, 다 눈치챕니다. 괜히 ‘침묵의 시간’을 가져오는 ‘쇼’는 준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말, 아무 생각 안 하고 재미나게 놀 수 있다!’면 노래건 댄스건 권유해 마지않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다 요란한 쇼를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일단 상사의 성향을 파악해봅니다. 조용히 술 마시는 것 좋아하는데 시끄럽게 노래 부르다 핀잔 듣기 쉽습니다. 평소 호기심 많고, 잔잔한 재미를 좋아하는 상사라면 1만원짜리 마술도구 상자 하나 사서 대충 보여주는 겁니다. 직업 마술사도 아닌데, 대충 하다가 실수해도 그 노력이 갸륵해 ‘토닥토닥’해줄지언정, ‘버럭’하지는 않을 테지요. 그 상황에서 버럭하는 상사라면, 앞으로도 쭉 피하시길 바랍니다. 노래방에서 팔짝팔짝 노래 부르며 뛰놀기를 사랑하는 상사라면, 거기 맞춰 탬버린만 쳐도 됩니다. 왜냐? 그는 이미 자신의 노래에 푹 빠져 있기 때문이죠.

아이티업체 대리 부하 직원이 아니라, 부하 직원님입니다. 솔직히 저보다 학벌, 외국어 실력 등등 스펙이 좋습니다. 그래도 회의 도중 내 말을 끊고, 저 할 말 하느라 바쁜 그가 밉습니다. 부하 직원님을 충실히 모십시다. 상사의 평가는 누구에게 더 후할까요? 부하 직원님을 모시고서라도 매끄럽게 일을 진행하는 사람과 상사를 상사 따위라 여기며 ‘척’하는 사람? 전자도, 후자도 한눈에 쏙 들어옵니다. ‘척’하는 것도 재주라지만, 겸손이 아직은 미덕인 게 현실입니다. 더불어 ‘경청의 실력’이야말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지요.

다음은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내년 사업계획 구상을 위해 회의실에 모인 한 기업의 직원들. 나불대던 부하 직원들 사이에서 침묵하고 있던 과장이 있었더랍니다. 그가 조용히 수첩을 꺼냈습니다. 지난해 같은 회의 자리에서 부장이 지시한 것을 꼼꼼하게 적고, 그것을 다 이뤄냈음을 체크한 내용이 담긴 수첩이었지요. 말 많은 부하 직원들은 그 뒤로 나불대지 않았다지요.

중견기업 과장 만년 과장입니다. 능력도, 처세도 이 정도면 나무랄 데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상사에게는 깍듯한 편입니다. 주변에서는 도리어 ‘예스맨’인 게 문제라고 하네요. 예스도 예스 나름.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라고 덜컥 대답해놓고, 결국 일을 해내지 못해 안절부절못했던 경험 있지 않은가요? 물론 당신의 잘못은 아닐 수 있어요. 하지만 ‘예스’를 한 당신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된다는 사실! 일이 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제때 중간보고를 하는 것도 필요하지요. 중간보고도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할 때, 이럴 때 필요한 게 일상적으로 탄탄하게 쌓아둔 인간관계입니다. 평소 팀 동료나 협력 부서에서 온 부탁을 잘 처리해 덕을 쌓았다면, 당신이 한 부탁 역시 쉽게 들어주겠죠. 직장사 새옹지마. 상사에게 신경쓰는 것의 딱 30%만 동료와 부하 직원들에게 애정을 쏟아보는 게 어떨까요?

중소기업 부장 점심시간이 외롭습니다. 아침마다 직장인 유머를 갈고닦아 부하 직원들을 웃겨주지만, 밥 먹을 시간만 되면 다들 모래알처럼 사라집니다. 부장님이 갈고닦으신 직장인 유머를 부하들은 출근하며 스마트폰으로 확인한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그들은 메신저로 점심 약속을 잡는다는 것도 아시나요? 바야흐로 디지털 네트워킹 전성시대랍니다. 부장님의 “점심 같이 먹지?”라는 질문은 부하 직원들에게 ‘오늘 점심 메뉴 선정 스트레스가 하나 더 늘었구나’로 번역되곤 합니다.


어느 날 메신저 등록을 하는 부장을 보고 ‘헉!’ 하며 저희들끼리 수군대기도 할 겁니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낫지요. 젊은 직원들이 어떤 고민 하는지 회식 자리에서 ‘술 먹이면서’만 묻지 말고, 맨정신에 메신저로 “요즘 얼굴이 많이 거칠어졌네?”라며 이야기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다만 부장님이 메신저에 등장한 뒤 직원들의 ‘아자아자! 오늘도 파이팅’, ‘즐거운 하루!’ 따위의 대화명은 믿지 마세요. 직장생활 어디에, 날마다 힘낼 일 있답디까?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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