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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방언 경연대회·사투리 랩으로 즐기는 사람들
“‘저기 있는 저 아이는 누구입니까?’를 입력하면, ‘자~는 누꼬?’로 자동 번역해 드립니다.”2008년 4월의 첫날. 인터넷 포털사이트 구글은 한국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구글 사투리 번역’(google.co.kr/saturi)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미 외국어 번역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는 이 사이트가 사투리까지 자동 번역해 준다는 사실에 자세하게 설명해둔 개발일지까지 훑어보면서 전율에 빠져든 것도 잠시. 사투리 번역 사이트는 그저 만우절용 개그 소재였다는 것. 그러면 그렇지!
이처럼 사투리가 일상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경우는 많다. 그러나 좀더 적극적으로 사투리를 연구하고 연마하는 이들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방언 경연대회’. 국립국어원과 각 지방자치단체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대회는 지난 10여년 동안 각 지역에서 꾸준히 열리고 있다. 각 지역 거점 대학에 자리잡고 있는 국어문화원 주최로 열리는 방언 경연대회는 주로 해당 지역의 방언만을 사용해 이야기를 구술하면 심사위원들이 정확하고 풍부한 사투리 표현을 점수로 매겨 상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민규 국립국어원 연구관은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경연대회를 열고 있다”며 “강원 강릉 단오제에 함께 열리는 강릉 방언경연대회는 역사가 10년이 훨씬 넘을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노래 가사를 통해서 사투리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 사투리 가사를 담은 대표적인 노래인 강산에의 <와그라노>처럼, 제주도의 가수 양정원(44)씨는 제주 사투리로 노래를 부른다. 고교 시절부터 대중가요를 제주어로 개사해 불렀다는 그는 고향의 전통을 노래로 알리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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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그룹 ‘방탄소년단’ 남준(사진 왼쪽)과 현철(오른쪽). 방탄소년단 팬카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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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랩·힙합 등 새로운 장르에서 사투리와 만나기도 한다. 유명 프로듀서 방시혁씨가 결성한 10대 힙합 듀오 가수인 ‘방탄소년단’의 경우, 팔도 사투리의 특이한 운율을 맞춘 <팔도강산>이라는 노래를 발표했다. “서울 강원부터 경상도 충청도부터 전라도/ 마 마 머라카노 마 마 머라카노.” 실제로 광주, 대구 출신인 멤버들이 가사를 귀를 감는 구수한 사투리로 표현해 흥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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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앤 렉스. 사진 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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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1세대 래퍼, 디제이로 알려진 ‘메타 앤 렉스’(아래 사진)도 지난여름 발표한 싱글 ‘무까끼하이’에서 고향 대구 사투리를 읊조린다. 무까끼하이는 어릴 때 유행하던 ‘무식하게’라는 뜻의 사투리. 그러나 방송사 심의에서는 “일본말 같다”는 이유로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아,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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