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esc’판 가상극화 <2023 사투리 멸종시대>
서울~부산 거리를 3시간 만에 번쩍 움직일 수 있고, 사통팔달 인터넷이 안 통하는 데 없는 ‘스마트한’ 시대다. 게다가 서울로 모든 게 수렴되는 생활로 국어학계에서는 세대 변화를 겪으며 도시로 이동하는 이들이 늘며 지역 사투리를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심지어는 앞으로 10여년 안팎으로 사투리의 상당 부분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이에 출판 금지 사태는 영화계에도 미쳤다. 2024년 초 대검찰청 중수부장은 공식 브리핑에서 2000년대 초반 나온 영화 <친구>의 디브이디(DVD)를 흔들며 “이처럼 악성 사투리가 가득한 영화는 모두 수사 대상”이라고 밝혀 충무로 영화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이 때문에 영화·출판계에서는 사투리를 표준어로 재녹음, 재번역하느라 분주해졌다. 진한 부산 사투리가 가득했던 영화 <친구>의 유명한 대사, “니가 가라~, 하와이!”는 낭랑한 남자 아나운서 말투를 닮은 서울 말씨의 성우가 “너가 대신 갈래, 하와이?”로 다시 녹음했다. 또 난이도 높은 사투리가 많았던 문학작품들은 전문 번역작가를 통해서 이뤄져야 했지만, 사투리를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이 남아 있지 않아, 문학작품의 출판 자체가 어려워지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서울메이트를 체포하라 공공장소에서의 사투리 사용에 대해 가중처벌하도록 한 대통령특별법으로 방송중 긴급 체포되는 사태도 나타났다. 오래전 한 개그맨을 고소한 사건으로 웃음거리가 됐던 ㄱ 의원(놀랍게도 그는 여전히 현직을 유지하고 있었다!)은 “했지요잉~”으로 전라도 사투리를 쓰던 개그콘서트 출신의 중견 개그맨 최효종씨를 연행하라고 정부에 압력을 넣었다. “우리는 서울말을 쓸 수 없다”며 길거리 공연 등 재야 활동으로 전환했던 개그콘서트의 ‘서울메이트’ 팀도 서울청 광역수사대 사투리 특별단속반에게 대학로 한복판에서 긴급체포됐다. 이들은 방송 카메라 앞에서 “최효종처럼 고소만 당하기를 바랐지, 체포돼서 감방 가기를 바란 건 아이다”라며 울먹였다. 특별법의 영향은 스포츠 경기에서도 표준어 응원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대구 사직야구장의 유명한 사투리 응원 “마, 마, 마~!”(하지 말라는 뜻)도 다시는 듣지 못하게 됐다. 이렇게 각 지방의 정체성이 있는 사투리의 규제는 특히 노인 세대의 말수를 적게 만드는 사태로 이어졌다. 결국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삼삼오오 모이면서 곧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또 현 정부를 비방하는 <와? 내는 사투리 쓸란다>, <그려, 나가 서울사람이랑께> 등 사투리 팟캐스트 방송까지 등장하며 정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사투리 특별법으로 탄핵 위기에 처한 대통령 나표준, 대국민 담화에서 긴장한 나머지 이렇게 서울 사투리를 내뱉었다. “지가… 생각이 짧았걸랑요!”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