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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08 16:05 수정 : 2011.12.08 16:07

온양온천시장에선 상인들과 지역 연극인들이 연극 <온양온천시장의 꿈>(위 오른쪽 사진)을 공연한다.

낡고 어두운 골목에서
밝은 놀이터로 변신중인
전통시장 이야기

연말이다. 거리가 반짝이고 모든 애인들이 반짝인다. 다들 반짝반짝하는 이맘때, 더 어둡고 춥고 을씨년스러워지던 ‘재래시장’. 더럽고 냄새나고 질퍽거리는 ‘재래시장’ 골목들. 반짝이는 백화점, 대형마트 그늘에 가려 희미해진 그 골목들이, 언제부턴가 서서히 불을 밝히며 반짝이기 시작했다. 전통과 문화의 깃발을 높이 들고, 까다로운 소비자이면서 여행객인 도시민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재래시장’이 바뀌고 있다.(이미 바뀌었다. 지난해 7월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전통시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대형 쇼핑센터들의 집요한 틈입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려는 상인들과 주민들의 단합, 지역 예술인과 일부 대학들의 자발적인 협력, 그리고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된 결과다.

광대가 끌어당겨 얼떨결에 접시를 돌리는 아줌마
과일가게 호두마저 탱글탱글 웃는다
최근 관광객이 몰리는 전통시장 대여섯 곳을 둘러보며, 시장 골목도 상인들 표정도 ‘확 바뀐’ 것을 실감했다. 거리는 청결해지고, 마트 수준 이상으로 상인들은 공손하고 친절했다. 먹을거리도 깔끔해지고, 보고 즐길 거리도 한결 풍성해졌다. 그러면서도 옛 재래시장과 같은 따뜻한 정이 골목골목 흐르고 넘치는 흐뭇하고 흥겨운 공간이었다. 가족·연인의 쇼핑을 겸한 주말 나들이 장소로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노래 장단에 마음껏 소리치는 여중생들
한참 웃다 배가 고파지면 구수한 수수부꾸미와 메밀전병을 찾는다.
물론, 모든 전통시장이 다 바뀐 건 아니다. 아직 쾌적하지 않은 시장이 많다. 화장실이나 쉼터, 주차장 등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곳도 수두룩하다. 대형마트 입점에 맞서 싸우는 곳도 있다. 최근엔 오히려 시장에 대형마트를 입점시켜 상생에 성공한 곳도 나타나고 있다. 속초수산시장의 경우 상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상가건물에 농협 하나로마트를 입점시킨 뒤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약점이던 공산품 부족을 메우면서, 마트 쇼핑객들의 발길도 붙잡자는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대립이든 상생이든, 서민들 삶을 우선하는 대응이 정답일 테다.

연말의 하루, 지방 여행길의 한나절쯤, 전통시장 골목을 걸어서 둘러보며 먹고 즐겨 보면 어떨까. 전통시장엔 백화점에도, 대형마트에도 없는 에누리가 있고 덤이 기다린다. 펄펄 끓어 넘치는 국물 같고, 푹 고아진 건더기 같은 삶이 있다. 앉고 서서 목청껏 정을 부르는 사람들,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들을 잠시 바라보는 것도 좋겠다. 모두 반짝이는 엄마 아버지들인 걸 알 수 있다. 어서 가보자, 전통시장으로. 정치꾼들 오뎅 먹으러 몰려오기 전에.

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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