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2.08 16:14
수정 : 2011.12.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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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화(80)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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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온양온천시장 자타공인 홍보대사 박경화 할머니
“아무나, 아무 때나 부르셔. 내가 뭐 걸릴 것두 읍구 시간두 많으니께. 불러만 줘어 걍 다 해줄 테니깐. 갖다 써봐아.”
이토록 공격적인 ‘홍보대사’는 처음 만났다. 박경화(80·사진) 할머니. 충남 아산 온양온천시장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홍보대사이자 시장 안내원이다. 10여년 세월을 거의 매일 시장으로 출근해, 골목골목 돌아다니며 참견하고, 길 물어보는 사람 만나면 곧바로 시장 안내에 나서는 토박이 시장 해설사다.
“아유, 그 냥반만큼 시장 잘 아는 이가 있남유. 아는 것두 많구, 노래두 잘허구 그류. 춤 실력두 아주 대단히어유.”(공룡발 포장마차 주인) 박씨가 온양온천시장의 명물로 떠오른 건 한 지역방송 프로그램에 나가 입담과 노래 실력을 과시하면서부터라고 한다. “내가 신유허고 박상철이 노래는 아주 잘히야.”
박씨는 젊은 시절 경찰공무원 아내로 살면서 풍족한 생활을 했으나, 30여년 전 남편을 잃은 뒤 “미수꾸리 장수(보따리장수)로 전국을 떠돌며 옷두 팔구 과자두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4남매가 성장해 독립해 나가자, 토박이 장사꾼의 일원으로서 시장 골목을 돌며, 일도 도와주고 훈계도 하고 길안내도 하는 자칭 온양온천 홍보대사로 나선 것이다.
“이 골목은 옛날 개천이었어. 온천물이 일루 흘러서 관광객두 들끓던 덴데, 거진 망해가다가 살아난겨. 복개허고.”
박씨는 욕심 없이 재미있게, 운동 삼아 일하며 사는 게 최고라고 했다. “아이, 길안내 허는디 용돈 겉은 게 어딨슈우. 시장 살리니냐구 걍 허는 거지. 다 팔자소관이유.”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박씨가 불러세웠다. “온천 좀 허고 가지 그랴. 헐래면 신정관으루 가봐. 거기가 아주 구닥다리 목욕탕인디, 젤 오래된 원탕이니께. 요금은 삼천원. 시설 좋은 신천탕이나 호텔 욕탕은 오천원이여.”
아산=글·사진 이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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