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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08 16:20 수정 : 2011.12.08 16:20

사랑은 맛을 타고

20살 풋풋했던 대학 새내기 시절, 성당 청년 성가대 활동을 하다가 운명적인 첫사랑을 만났다. 성가대에서 자주 마주치며 성가 연습을 하다 보니 어느새 정이 쌓였다. ‘오빠’에서 사랑하는 ‘연인’이 되고 7년간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결혼하고 첫 번째 맞는 내 생일날, 유난히 아침잠이 많은 남편은 웬일로 시계 알람까지 맞춰놓고 새벽에 일어났다. 주방에 미역을 불려놓고 방에 무언가를 가지고 들어가 뚝딱거리며 작업을 하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궁금한 나는 남편에게 미역국 끓인다면서 왜 방에 들어갔냐고 물어봤다. 남편은 아직은 비밀이라며 묵묵부답이었다.

드디어 비밀스러운 요리 작업이 끝나고 잔뜩 기대에 부푼 가슴을 안고 식탁에 앉았다.

남편이 “하나, 둘, 셋, 짠!” 냄비 뚜껑을 연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미역국 위에 살포시 앉아 있는 예쁜 하트 모양 감자 세 개!

그렇다. 남편의 비밀 작업은 바로 감자로 하트 조각을 만드는 일이었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맞는 아내의 생일을 특별하게 기념해주고 싶었단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어느덧 두 아이가 생긴 지금까지도 남편의 미역국 이벤트는 현재 진행중이다.

하지만 매년 미역국에 들어가는 재료는 조금씩 달라졌다. 한번은 오리알을 구해 와서 프라이팬에 노란색, 흰색 지단을 부친 뒤 하트 모양으로 오렸다. 언젠가는 감자에 내 이름을 새겨 넣기도 했다. 매년 내 생일이 다가오면 이번에는 또 어떤 기발한 미역국이 등장할까 기대하는 재미가 나를 행복에 젖게 했다. 비록 우리 엄마가 끓여주는 깊고 구수한 미역국의 맛은 아니지만 우리 신랑만의 정성과 뛰어난 창의력으로 만든 미역국이기에 12첩 임금님 수라상도 부럽지 않았다.

부부의 연을 맺은 지 7년이 되어가지만 늘 소소한 일상에서도 즐거움을 주는 남편이 있어서 난 항상 행복한 아내라는 생각이 든다. 내게 남편의 미역국은 값비싼 보석이나 금은보화보다도 가장 가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글·사진 유은진/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2가


● 주제 내 생애 잊을 수 없는 특별한 맛 ● 분량 200자 원고지 8장 안팎 ● 응모방법 esc 블로그 ‘사랑은 맛을 타고’ 게시판에 사연을 올려주시거나 한겨레 요리웹진 끼니(kkini.hani.co.kr)의 ‘커뮤니티’에 내용을 올려주시면 됩니다. ● 상품 네오플램 친환경 세라믹 냄비 ‘일라’ 4종과 세라믹 프라이팬 ‘에콜론팬’ 2종. ● 발표·게재일 개별 연락/격주 목요일 한겨레 매거진 esc 요리면 ● 문의 mh@hani.co.kr

※ 끼니에 ‘또또분식에서 위험한 상견례’ 사연 올려주신 독자님은 문의 메일로 성함과 주소, 연락처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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