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2.08 16:24
수정 : 2011.12.08 16:24
[esc] 장터의 재발견 5대 전통시장 탐방기
시장 사람들, 바람났다. 밴드 연습으로 밤을 새우고, 라디오 디제이를 한다며 가게 비우기를 밥 먹듯 한다. 왁자지껄 다방에서의 수다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도대체 장사는 언제 할까’ 하고 걱정이 되는데 매출은 오히려 늘었단다. 지금 가경터미널시장은 문화바람 난 상인들의 열기로 후끈하다.
시외버스 터미널 인근, 청주의 관문에 자리잡은 가경터미널시장은 서부 지역 아파트의 젊은 입주자들과 농사를 지으며 대대로 살아온 장노년층 원주민들이 두루 찾는 곳이다. 이곳에서 가경터미널시장 사람들은 ‘즐기며 머무는 시장’ 만들기에 분주하다. 저녁 찬거리만 둘러보고 훌쩍 떠나는 객이 아니라 모두가 자리 펴고 앉아 맛있고 재밌고 신기한 것들을 나누는 주인장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맨 처음 만든 것이 함께 놀 공간이다.
‘덤’이라는 푸근한 이름을 가진 시장문화예술 소통 공간에는 밴드연습실, 바람골 작은 도서관, 큰 마루방이 있다. 일상에서 요긴한 물건들을 함께 만드는 ‘재미재미공방’, 친환경 재생가구를 만드는 ‘하늘 목공방’도 운영한다. 장을 보면 5000원마다 한 장씩 주는 문화쿠폰을 모아 오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추운 날 빼고 매주 토요일이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거리예술가’들의 공연도 벌써 두 해째다. 상인들은 풍물패, 난타반, 밴드, 판소리까지 대학생 못지않은 왕성한 ‘동아리’ 활동을 한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바람이 나서 열심히 놀기까지 하자니 몸이 두개여도 모자랄 지경, 그중에서도 장내 최고의 바람둥이는 단연 보림혼수 사장님과 동해횟집 사장님이다.
보림혼수 사장님은 동아리활동 모집책이다. 판소리, 풍물, 난타까지 우리 음악에 관련된 동아리를 모두 섭렵한 능력자다. 동해횟집 사장님은 시장 내 공동체 라디오 ‘겉절이 방송국’ 디제이. 달콤, 매콤, 새콤, 짭짤, 칼칼한 이야기들을 모아 일주일에 한 번씩 맛있게 버무려 들려준다. 수요일은 밴드 연습실, 목요일은 난타동아리, 금요일은 버스를 잘라서 만든 라디오 방송국 부스로 출근한다. 동아리 뒤풀이는 물론 토요난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생중계까지 가히 가경시장의 ‘카사노바’라 할 만하다.
우리 시장 문화 프로그램 중 대표로 꼽히는 것은 바람난 시장 길의 ‘다정다방’. 시장 쉼터인 이곳엔 예쁜 다방 아가씨를 볼 요량으로 찾았다가 헛걸음을 하는 아저씨 손님들도 종종 눈에 띈다. 촌스러운 이름이지만 파는 커피는 뜻밖에도 핸드 드립이다. ‘재미재미공방’에서 공수해온 정성 가득 모과차, 유자차 메뉴도 있다.
이광진/연극연출가·‘문전성시’ 프로젝트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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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이벤트 | 가경터미널시장 주차장이 있는 상인회 건물에 버스를 잘라 만든 ‘겉절이 방송국’ 라디오 방송 부스가 있습니다. 방송 부스 안의 벽화와 함께 재미있는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세요. <한겨레> 누리집(hani.co.kr) 위쪽 메뉴바의 ‘esc’를 클릭한 뒤 ‘우리 장터의 재발견’ 게시판에 사진을 올려주시면 세 분을 뽑아 온누리상품권(10만원 상당)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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