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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08 16:25 수정 : 2011.12.08 16:33

일본 개그맨 진나이 도모노리

[매거진 esc]

‘코미디 빅리그’ 도전했던 일본 개그맨 진나이 도모노리의 “한국 개그 해봤더니…”

2011년 12월. 국내 티브이 개그 프로그램은 가히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딱 지난해 이맘때 <한국방송> 방송연예대상 최우수상을 받은 개그맨 김병만이 “엠비시(MBC), 에스비에스(SBS) 사장님, 코미디에 투자 좀 해주세요”라고 말해서일까. 그의 말처럼 ‘개그 콘서트’(KBS)만이 독야청청 지켜오던 개그 프로그램에 나머지 지상파 방송사 2곳이 뒤늦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개그 프로그램 제작 열기는 케이블 방송에도 옮아 붙었다. ‘개그 콘서트’ 연출 출신인 김석현 <티브이엔>(tvN) 피디(PD)가 지난 9월부터 10회를 내보낸 ‘코미디 빅리그’를 보면 그렇다. ‘개그 콘서트’처럼 공개 코미디로 꾸몄지만, 방청객과 온라인 투표로 출연팀의 순위를 매기는 서바이벌 방식을 도입한 점이 특징이다. 최근 종영한 이 프로그램에서 눈에 익은 개그맨·개그우먼 등 11팀이 매주 경합을 벌인 결과, 개그맨 유세윤·유상무·장동민이 팀을 이룬 ‘옹달샘’이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이들 11팀 가운데 유독 낯선 팀이 있다. 바로 일본인 개그맨으로만 구성한 ‘요시모토 군단’! 말도 안 통하는 한국 개그 프로그램에 일본식 개그를 해보겠다며 도전장을 내민 이들은 결국 중하위권인 7위를 했다. 그나마 꼴찌를 면했던 건 일본 실력파 개그맨이자 팀의 리더 격인 진나이 도모노리(36·오른쪽 사진)가 선전을 펼친 덕이다. 이에 가 오는 24일 ‘코미디 빅리그’의 시즌2를 앞두고 일본에서 심기일전 중인 그와 전자우편을 주고받았다. 지난 몇 달 동안 한국 개그를 뼈저리게 느낀 그는 날카롭게 ‘도전’의 칼을 갈고 있었다!

한국말 못하면 어때? 동영상 있는데


‘코미디 빅리그’ 첫 공연 당시 시력검사를 소재로 콩트 연기를 하는 진나이.
확실히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인 진나이 도모노리. 하지만 일본 연예계에서 그는 만능 개그맨으로 유명하다. 오사카 출신인 그는 코미디언 전문 연예기획사 ‘요시모토 흥업’의 대표적인 개그맨으로, 2009년 일본의 유명 코미디 대회인 ‘에스(S)-1 배틀’에서 12월 월간 챔피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영화·드라마 배우와 작가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함께 출연했던 드라마 <59번째의 프러포즈>(니혼티브이·2006년)의 여주인공 후지와라 노리카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하지만 그는 지금 ‘돌싱남’!)

그는 코미디 빅리그에서 동영상을 활용한 개그로 인기를 끌었다. 시력검사를 소재로 삼았던 첫 공연에서는 무대 뒤 동영상과 연기를 조합해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어눌한 발음으로 5분 가까이 이어간 한국어 대사도 웃음을 끌어내는 데 한몫했다. 친절하고 예의바른 좀비가 나오는 설정을 한 오락실 게임을 소재로 한 두 번째 공연에서는 동영상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함께 즐거워한 관객들이 인상적이었어요. (한국어를 몰라서) 실제로 전 한국어를 문장 통째로 암기했거든요. 좀 불안했지만 즐겁게 녹화할 수 있었어요.”


동영상을 쓴 이유도 언어적인 한계를 극복하려던 이유가 크다. “콩트를 짤 때 먼저 전국 어디서나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합니다. 그런데 역시 언어의 벽이라는 게 있더군요. 전달하려는 말의 뉘앙스가 바뀌면 콩트의 재미도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공부를 했죠.”

‘관객 모독’ 서슴지 않는 한국 개그 인상적

사실 그는 지난 5월 ‘개그스타 시즌2’(KBS)에서 한국 방송계의 신고식을 치렀다. 한국 진출을 결심한 건 ‘요시모토엔터테인먼트 서울’의 제안도 있었지만, 한 영화제에서 우연히 영화배우 강지환을 알게 돼 친분을 쌓으면서 그의 한국 진출 권유를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많은 팬들이 유튜브에서 제 콩트를 즐기며 재미있다고 하시거든요. 또 강지환씨와의 만남으로 한국이 좋아져 꼭 도전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몇 달 동안 한국에서 활동했지만 사실 개그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에는 한국이나 일본 사이에서 큰 차이점은 못 느꼈다. “무대나 스태프 모두 훌륭하더군요. 다만 유일하게 다른 점은 한국 관객들은 환호성을 보내고 웃음도 많이 내면서 함께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는 겁니다. 인상적이었어요.”


두 번째 공연에서 진나이가 좀비 게임 동영상을 활용한 개그를 선보이는 모습.
그러나 여러 코미디언과 만나면서는 차이점을 많이 느꼈다. “한국 코미디언은 진심으로 무대를 즐길 줄 알더군요. 또 무대에서 행동이나 표정으로 웃기는 코미디가 일본보다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일본에서는 콩트 중에 관객에게 말을 걸거나 무대 위로 올라오게 하는 건 금기시하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런 게 많고, 웃음도 주는 것 같아요.” 그는 앞으로 여유가 생기면 일본 코미디언 동료들에게 이런 점들을 꼭 조언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의 기억에 남은 한국 코미디언은 누구일까? “코미디 빅리그 시즌1에서 우승했던 ‘옹달샘’ 팀이 저한테 참 친절하게 대해주셨어요. 인기가 있는 이유를 알 것 같더라고요.”

‘양 세기’ 개그, 기대하세요~

부정기적으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펼쳤던 ‘코미디 빅리그’ 시즌1의 성적에 대해 사실 그는 만족하지 못한다.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 “다음번엔 조금 더 상위권을 목표로 하고 싶은데요. 역시 한국말로 제대로 이야기 못하면 상위권은 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언어 다음에는 제 인지도가 없어 관객께서 받아주시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고요.”

오는 24일부터 방영하는 시즌2에서 그는 4번 정도 공연에 나설 계획이다. “콩트 짤 때 신경쓰는 건, 정해진 룰 안에서 도가 너무 지나치지 않도록 동영상을 만드는 거예요. 공상과학영화(SF) 같거나 흔한 장면이 안 되도록 하고 싶어요. 룰 안에서 재미있게 조금씩 벗어나는 시도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요.”

개그맨으로서 일본 개그 프로그램의 사회자나 만능 엔터테이너를 꿈꾸는 그는 한국에서의 방송활동에도 욕심이 많다. “지금 일본에서는 한류 붐이잖아요. 반대로 한국에서도 일본 개그 프로그램 인기 바람이 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 전에 제가 일본 대표로서 한국 개그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해서 일본 개그맨을 좋아하게 만드는 선구자가 되고 싶어요.”

시즌1에서 매회 공연 순위 가운데 2위까지 올랐던 그는 시즌2에서는 한번쯤 1위를 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보여드릴 콩트는 아직 많아요. 단순 암기이지만 전국 어디서나 통할 만한 콩트를 선별해서 도전할 겁니다. 이번에는 잠이 안 오는 밤에 양을 한 마리, 두 마리 세는 ‘양 세기 콩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아요.”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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