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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15 15:23 수정 : 2011.12.15 15:23

루앙프라방의 명소인 쾅시폭포 가는 길에 위치한 곰구조센터에서 보호받고 있는 곰들.

[매거진 esc] ‘위기의 동물’ 시리즈
④ 라오스 루앙프라방 ‘프리 더 베어스’ 말레이곰 구조센터

라오스의 오래된 도시인 루앙프라방 국제공항에는 게이트가 1번뿐이다. 전세계 여행자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도시의 국제공항 규모가 웬만한 한국의 국내선 전용 공항보다 아담하다. 그리고 고요하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곳’이라는 루앙프라방의 상투적 소개 어구가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이렇게 잘 맞아떨어질 수 없다.

공항에서 차로 10분이면 도착하는 루앙프라방의 중심가인 시사방봉 로드는 불과 200여m 남짓한 작은 거리다. 원목으로 기둥과 창틀을 짜고 마루를 깐 고풍스러운 이 거리의 2층 건물들은 대부분 여행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와 여행자용 레스토랑, 현지 여행사들이다. 작은 규모의 부티크형 리조트도 간간이 있지만 전세계 유명 휴양지마다 들어와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리조트들은 아직 루앙프라방을 침범하지 않았다.

코끼리는 라오스의 상징물로 식당, 가게 등 곳곳에 코끼리 장식물과 기념품이 즐비하다.
‘백만마리의 코끼리’라는 뜻을 지닌 라오스의 옛 이름(란상)이 알려주듯이 라오스는 여전히 코끼리의 나라다. 여행사마다 다양한 코끼리 타기나 마호트(코끼리 조련사) 체험 프로그램이 있고 중심가를 벗어나면 여행자들을 실어나르는 코끼리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7일 라오스에 도착한 이유는 코끼리가 아니라 곰, 가슴에 하얗게 브이(V)자 무늬가 새겨진 말레이곰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포획꾼들이 새끼곰을 선호하는 어처구니없는 이유

사원과 꽃, 수공예품과 맨발의 어린아이들이 골목을 채운 중심거리의 느긋한 휴식이 지루해질 무렵, 루앙프라방을 감싸고 있는 메콩강변의 한가로운 산책이 끝날 무렵 여행자들은 버스나 뚝뚝(오토바이를 자동차처럼 개조한 현지 교통수단)을 타고 쾅시공원으로 떠난다. 40분 정도 누런 먼짓길을 달려 도착하는 이곳에는 루앙프라방 교외 최고 명소인 쾅시폭포와 ‘위기의 동물’ 마지막회의 주인공인 말레이곰 구조센터가 있다.

귀여운 말레이곰 표지판이 알려주는 방향으로 걸어가니 금방 곰구조센터가 나온다. 언뜻 보기는 허름한 동물원의 곰우리 같다. 울타리 안에는 곰 20여마리가 한없이 평화로운 모습으로 낮잠을 자거나 냠냠 먹이를 먹거나 장난을 친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동트는 새벽 펼쳐지는 승려들의 탁발행렬은 루앙프라방 최고의 장관 중 하나다.
울타리 옆 표지판에 일부 곰들의 소개가 나온다. 라오스어로 ‘작다’는 뜻의 ‘노이’는 이곳에 구조되어 올 때 사람들의 학대와 굶주림으로 너무나 작은 덩치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이 구조센터를 운영하는 ‘프리 더 베어스’ 직원들의 보살핌으로 지금은 ‘미모 돋는’ 매력 덩어리로 거듭났다. 태어나자마자 1년 동안 작은 나무상자에 갇혀 지내다 구조된 ‘케오’는 영양실조의 후유증으로 결국 기형이 됐다. 이곳에 머무르는 곰들은 모두 노이나 케오처럼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평범한 동물원 같지만 주변을 살피면 애완용 포획이나 쓸개즙 채취 등으로 학대받고 상처입는 아시아곰들의 현황을 알리는 표지판이 곳곳에 서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프리 더 베어스’는 아시아 전역에 걸쳐 운영되는 곰포획농장에서 곰들을 구출하는 단체다. 1993년 한국 등에서 잔인하게 쓸개즙을 채취당하는 아시아곰들의 실태를 고발하는 티브이 다큐멘터리를 보던 메리 허튼이 설립한 단체로 지금까지 인도, 캄보디아, 베트남 등에서 800여마리의 곰을 구출했다. 라오스 구조센터는 2003년 문을 열어 현재 1~9살의 말레이곰 23마리가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라오스인들과 함께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책임자 주드 오즈번의 설명에 따르면 구조되어 오는 곰들은 대부분 한두살짜리 새끼들이란다. 단지 작아서 운반이 쉽다는 이유로 포획꾼들이 어미를 죽이고 새끼를 자루에 넣어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새끼곰들한테서 잔인한 방식으로 짜내는 쓸개즙의 최고 수요처는 바로 중국과 한국이다.

아름다운 쾅시폭포에서 다이빙할 태세로 골짜기를 가볍게 오르던 관광객들은 이처럼 폭포 입구에서 한번씩 곰들에게 눈길을 돌리게 된다. 다른 동물체험 공정여행처럼 곰에게 가까이 가거나 직접 만지는 등의 다양한 활동은 없지만 구매 금액이 모두 구조지원금으로 활용되는 기념품 곰인형을 골라보거나 현지 직원들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먹이 주는 것을 도울 수도 있다.

물 색깔이 산호초 바다처럼 아름다운 쾅시폭포에서 물놀이를 하는 여행자.
곰구조센터를 지나 10분 정도 올라가면 바닷물처럼 푸른 물색이 아름다운 ‘쾅시폭포’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수영복을 입고 다이빙을 하는 건 모두 외국인 관광객들. 가이드 ‘웡’이 라오스인들은 이곳에서 물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라오스인들은 ‘헐벗는 것’을 무례하다고 생각한다. 아니나 다를까, 폭포 아래 곳곳에는 ‘웃통벗기 금지, 비키니 금지’라고 적어놓은 팻말이 세워져 있다.

떠들썩함 대신 차분한 활기 가득한 몽족 시장

루앙프라방의 하루는 일찍 시작된다. 주황색 승복을 입은 승려들의 탁발행렬이 동트기 전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승려들에게 공양할 쌀밥과 과자 등 먹을거리를 들고 나와 행렬을 기다리는데 어색하게 무릎을 꿇고 앉은 외국인 여행자들도 많이 눈에 띈다. 맨발의 승려들이 소리없이 걸어가는 행렬의 주변에는 맨발의 아이들이 바구니를 들고 쫓아온다. 스님들이 얻은 식량의 일부가 다시 먹을 것 없는 아이들의 바구니로 들어가는 것이다. 근엄하면서도 매혹적이고 마지막으로 땟국물 젖은 아이들의 가느다란 다리를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찌르르해지는 풍경이다.

조금 보태자면 한 건물 걸러 한 건물이 사원일 정도로 사원이 많은 이 동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사원 산책이다. 거리가 시작되는 쪽에 있는 ‘왓 시엥통’은 70여개의 사원 가운데 여행자들의 볼거리가 가장 많은 곳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원과 달리 입장료를 받는다. 본당은 안팎이 금박 장식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고 주변 건물 벽은 색색깔 유리와 거울로 벽화처럼 대형 모자이크가 가득 차 있다. 분홍, 파랑 등 색감이 종교적 의미와 무관하게 사랑스럽고 눈부시게 아름답다.

해질녘 푸시 언덕에 올라 서쪽으로 지는 해와 그 햇살이 비추는 루앙프라방 전경을 보고 내려오면 유명한 몽족 야시장이 펼쳐진다. 라오스의 소수민족인 몽족이 직접 짠 스카프와 가방, 나무를 깎아 만든 코끼리 같은 수공예 기념품들을 팔고 있다. 열살 안팎으로 앳되어 보이는 소녀들이 좌판 앞에서 지금도 부지런히 바느질을 하고 있고 아기는 물건 파는 젊은 엄마의 젖을 꼭 물고 놓지 않는다. 역시나 라오스인들의 특징일까. 시장의 떠들썩함이나 높은 언성 대신 수줍음과 차분한 활기가 주황색 전등 주변을 넘실거린다. 느리게 가는 루앙프라방의 시간에도 그렇게 밤은 소리없이 젖어들었다.

루앙프라방(라오스)=글·사진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라오스 여행쪽지
노천뷔페의 푸짐한 맛

라오스까지 가는 직항편은 아직 없다. 타이 방콕이나 베트남의 하노이를 경유해 루앙프라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인천에서 하노이까지 약 4시간, 하노이에서 루앙프라방까지 1시간가량 걸린다.

루앙프라방은 호텔이 많지 않고, 게스트하우스가 일반적인 숙박 형태다. 게스트하우스라고 해서 유스호스텔처럼 약간의 고생을 감수해야 하는 소박한 쉼터는 아니다. 방 넓이와 청결도, 욕실 시설 등에서 호텔 못지않은 게스트하우스를 하루 3만~4만원 정도면 구할 수 있다.

몽족 야시장(사진)에서는 국수, 스프링롤, 라오스 소시지 등 현지 음식을 뷔페식으로 파는 노점 식당이 줄이어 있다. 1만~1만5000키프를 내면 한접시 가득 원하는 대로 음식을 퍼담을 수 있다. 8000키프≒1달러.

시내 투어, 쾅시공원 투어와 함께 추천할 만한 관광 프로그램으로는 메콩강 요트 투어와 팍우동굴 체험이 있다. 루앙프라방 시내를 끼고 있는 메콩강 투어는 푸시 언덕과 함께 지는 해를 보는 선셋크루즈로도 매력적이다.

트래블러스맵에서는 라오스 루앙프라방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말레이곰 구조센터 체험과 함께 쾅시폭포, 팍우동굴 등 주요 볼거리를 포함하며 내년 1월 첫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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