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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아파트 주거환경에서 대세 된 다육식물들…겨울 색변화도 아름다워
시원하게 큰 잎이 보기 좋은 관엽식물, 집에 들고 오기도 무겁다. 서소문꽃도매시장에 들렀다가 발길을 돌렸다. 귀가 시간이 지나치게 불규칙적인 관계로, 배송을 제때 받기도 쉽지 않다. 작은 화분 속의 난은 “나한테 오지 마, 오지 마! 너네 집에 가는 순간 죽을 것 같아~” 절규하는 것 같다. 긴장감 백배 난 키우기는 애초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터덜터덜 꽃도매시장에서 발길을 돌려 나오는 순간, 앙증맞은 녀석들을 만났다. 다육식물이다. 물과 영양분을 한껏 머금은 초록이들은 곧 터질 것처럼 탱탱했다. ‘바로, 저 녀석들이다!’
그저 피고 지는 화초와 꽃들, 그리고 그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의 아줌마를 찾았다. 12만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인터넷 동호회 ‘식물과 사람들’(cafe.naver.com/peltateandperson)의 주인장, 원종희(별명 식사자운영)씨가 그 주인공이다.
원종희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다육식물은 원래 사막이나 고산지대 등 건조한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이에요. 그래서 잎과 뿌리, 줄기 중에 수분이나 영양분을 머금고 있죠. 알로에나 산세비에리아 등과 선인장도 다육식물에 속한답니다.” 다육식물의 종류는 수만종에 이르고, 계속 교배종이 등장하고 있다.
선인장, 뜨거운 사막에서 자라는 식물 아닌가. 과연 다육식물 겨울에 키우기 괜찮을까? “오히려 겨울에 키우는 게 더 수월해요. 기온이 0도 정도여도 괜찮거든요. 겨울 아파트 베란다에서 기르기에 적합하죠. 너무 습한 여름에 키우기가 더 힘들어요.” 겨울, 낮은 온도를 두려워하기보다는 급격한 온도 변화에 주의해야 한다. 날씨가 추워졌다고, 얼른 안아 실내로 들이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종이봉투나 김장용 비닐 등을 활용해 감싸주는 것도 추위에 약한 다육이 겨울나기의 한 방법이다.
다육식물은 겨울철 색 변화를 한다. 낙엽수가 가을에 잎이 물들듯이, 다육식물은 겨울에 물이 든다고 원씨는 설명했다. “다육식물은 겨울이 제일 화려해요. 여름에는 초록색이었다가 겨울에 물들기 시작하죠. 겨울에 자칫 생장이 느려서 식물 키우기가 지루해질 수 있잖아요. 다육식물 기르시는 분들은 겨울에 조금씩 변하는 색을 보면서 제일 행복하다고 해요.”
2000년대 후반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다육식물은 이제 화초계의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왜 그럴까? “아파트라는 주거 환경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관엽, 열대식물들은 자라기 시작하면 주체할 수 없거든요. 좁은 아파트에서 사는 도시인들이 키우기 부담스러운 이유 중 하나죠.”
많은 다육식물은 잎꽂이나 꺾꽂이로 개체수를 늘릴 수 있다. 왕초보 다육식물 입문자의 경우, 잎 하나만 분양을 받아서 키워보자. 희귀 다육식물을 수집하는 마니아들도 많이 늘고 있지만, 초보자는 쉽게 키울 수 있는 다육식물로 시작해볼 것을 원씨는 권한다. 정야, 레티지아, 청옥, 성미인 등 국민 다육이로 알려진 아이들이 그 주인공이다. ‘식물과 사람들’ 카페에서는 회원들끼리 다육식물과 화초, 씨앗 등을 나누는 나눔 활동이 활발한 편이니, 이곳의 도움을 받아 시작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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