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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22 16:21 수정 : 2011.12.22 16:21

루이즈 호수 설경이 펼쳐진 창가에 중년 부부가 와인 잔을 앞에 놓고 앉아 정담을 나누고 있다. ‘캐나디안 로키’ 밴프국립공원, 루이즈 호수 앞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즈’ 호텔 1층 식당이다.

[매거진 esc]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스키, 썰매 등 레포츠광 끌어모으는 캐나다 밴프·요호국립공원

이른 아침, 눈길을 달려 호수에 도착했다. 웅장한 설산들 사이, 눈발 너머로 아득한 백지 한 장이 놓여 있다. 빙하 품은 설산을 수면에 드리웠던 에메랄드빛 호수도, 키다리 전나무숲도 눈 내리는 소리에 지워져 적막하다. 무어라 속삭이며 눈발이 잦아들자 백지장 위로 말줄임표 같은 점들이 몇개씩 모습을 드러냈다. 크로스컨트리·스노슈잉·스케이트 등을 즐기러 호수로 뛰어든 이들이다.

‘캐나디안 로키’의 빙하호들은, 여름과는 또다른 매력을 내뿜으며 겨울 여행객들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지난주, 캐나다 밴프국립공원(앨버타주)과 요호국립공원(브리티시컬럼비아주) 일대 호수들은 벌써 눈 이불을 덮고 얼어붙어 있었다.

말썰매 타고 얼음폭포 감상

해발 1732m에 자리잡은, 길이 2.4㎞, 폭 1.2㎞의 빙하호 루이즈 호수. ‘로키의 보석’으로 불리며 화려한 색채의 향연을 안겨주던 여름 풍경 대신, 눈과 숲과 흐린 하늘의 흑백 조화가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눈벌판 멀리서, 점 몇개가 점점 커지더니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에드먼턴에서 왔다는 30대 여교사 레슬리 해밀턴이 숨을 고른 뒤 활짝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와우, 최고다. 이렇게 멋진 경치 속에서 달리니 정말 재밌다.” 그는 숲길을 달리다 호수로 내려서서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북유럽에서 눈 쌓인 들판과 평탄한 언덕들을 이동하는 수단으로 발달한, 노르딕 스키의 일종이다. 일반 스키보다 가늘고 짧은 스키에다, 부츠의 앞부분만을 고정시키고 뒤꿈치는 자유롭게 뗄 수 있어 이동에 편하다. 숲길 입구에서 만난 60대 남성 부르스 달가스는 “40년째 크로스컨트리를 즐긴다”며 “밴프국립공원 주변엔 완만하고 경치 좋은 트레일이 수십곳이나 있다”고 자랑했다.

뉴질랜드 북섬에서 온 콜린(62)·캐디(61) 부부.
80m 두께의 빙하를 품은 빅토리아산 발치까지 아득하게 펼쳐진 호수와 주변 숲길을 산책하는 이들 중엔 우리나라의 설피에 해당하는 눈 신발(스노 슈)을 신은 이들도 많다. 강화플라스틱 재질로, 등산화에 장착해 신는 신발이다. 뉴질랜드 북섬에서 왔다는 콜린(62)·캐디(61) 부부(왼쪽 사진)는 무릎 깊이 이상으로 쌓인 눈길을 걷고 쉬며, 온통 눈에 덮인 전나무숲 경치에 빠져들었다. 캐디는 “처음 신어봤는데 눈 위를 쉽고 편하게 걸을 수 있어 놀랐다”며 “남편 손 잡고 눈길을 산책하니 정말 행복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겨울 숲길을 즐기는 또다른 방법으로 말이 끄는 썰매가 있다. 마차에 바퀴 대신 두개의 썰매를 단 10인승 말썰매다. 숲길을 따라 흔들리며 호수 끝쪽 벼랑의 얼음폭포를 감상하고 돌아오는 왕복 4㎞짜리 코스를 즐길 수 있다. 호수 얼음판에선 스케이트를 타거나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이들도 많다.

루이즈 호수가 있는 밴프국립공원은 1984년 재스퍼국립공원과 함께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된 곳. 영하 20~30도의 기온에 폭설이 이어지며 호수가 얼어붙는 겨울엔 호수들과 주변 숲길이 각종 레저를 즐기는 이들의 놀이터로 바뀐다. 48개의 트레킹 코스 중 겨울엔 미러 호수나 페어뷰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2~3㎞의 완만한 숲길만 개방된다. 여름엔 곰의 출현으로 가끔씩 숲길이 차단되지만, 겨울엔 맹수 위험은 크지 않다. 대신 눈사태 위험이 따른다. 국립공원관리소 쪽이 수시로 체크해 위험을 경고하고 길을 차단한다.

옥 같은 물빛으로 여름철 관광객을 불러모으던 요호국립공원의 에메랄드 호수도 겨울엔 레포츠 공간으로 바뀐다. 루이즈 호수에서 40여분 거리, 옛날 탐험가들의 짐을 실은 말들이 고개를 넘다 힘에 겨워 뒷발질을 하며 멈춰서곤 했다는 ‘키킹호스 패스’를 넘어 에메랄드 호수에 도착했다. 폭 1.5㎞, 길이 7.2㎞에 이르는 호수 전체가 눈에 덮여 있다.

호수 들머리에서 스키장비를 든, 캔모어에서 왔다는 50대 부부를 만났다. “크로스컨트리를 즐기러 왔지만, 눈사태 우려로 트레일이 폐쇄돼 돌아서는 중”이란다. 숲길 입구엔 한국어를 포함한 7개 국어로 ‘전방 눈사태 위험!’이라고 적힌 경고판이 세워져 있었다. 막힌 숲길 반대쪽, 어둡고도 눈부신 오솔길로 들어섰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키다리 전나무·소나무들은 온몸에 눈더미를 두르고 서서, 두껍게 쌓인 눈과 얼음장을 헤집고 흐르는 실개천을 감싸고 있었다. 눈사태 우려 때문인지, 숲길엔 설피 발자국만 찍혀 있을 뿐 인기척 하나 없이 고요했다.

루이즈 호수 주변 숲길을 달리는 말썰매.
발길을 돌려 ‘키킹호스 패스’ 밑 필드 마을의 국립공원정보센터에 들렀다. 7000만년 전 태평양 바다 밑 땅이 북미 대륙과 부딪치며 융기한 로키산맥의 형성 과정, 산에서 대량으로 발견된 고~중생대 해양생물 화석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제이크란 야생 곰이 6차례나 이동하며 관광객들의 차량이나 쓰레기통을 파괴하고 안에 든 음식물을 탈취하는 과정을, 이동경로 지도로 보여주는 ‘제이크 스토리’도 흥미롭다. 결국 사살된 제이크는 박제로 만들어져 지도 앞에 전시돼 있다.

밴프국립공원 주변 관광과 레포츠 여행의 출발점은 캐스케이드산·런들산·노퀘이산 등 3000m급의 바위산들에 둘러싸인 소도시 밴프다. 인구 8000명의 이 작은 도시로 해마다 각국에서 300만~400만명의 여행객이 몰려든다. 밴프를 활 모양으로 감싸고 도는 강이 보강이다. 플라이낚시 장면으로 이름난 <흐르는 강물처럼> <가을의 전설>과 마릴린 먼로의 <돌아오지 않는 강> 등 영화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밴프 동쪽 보강 상류에, 밴프국립공원에서 가장 규모가 큰(폭 2㎞, 길이 20㎞) 미네완카 호수가 있다. 밴프 시내 전기 공급을 위해 70년 전 3개의 댐을 막아 만든 인공호수다. 인공호수지만, 거대한 바위산들이 늘어선 주변 경관이 빼어나다. 호수를 즐기는 방법은 호수 주변 숲길 트레킹(왕복 8시간 코스)과 크로스컨트리 스키(6~20㎞ 코스)다. 물이 흐르므로 2월쯤 돼야 완전히 얼어붙는다. 호숫가에 서자 멀리서 가까이서 동물 울음소리 같고, 악기 연주소리 같은 선율이 아련하게 들려온다. 얼음 밑으로 물이 흐르면서 내는 소리와 가끔씩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차고 맑은 바람결에 실려와 귀를 씻어준다. ‘미네완카’는 인디언 말로 ‘물의 정령’이란 뜻이다.

스키로 꽁꽁 언 몸, 유황온천에서 풀어

설퍼산 중턱의 어퍼 온천 노천탕.
밴프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이 설퍼산(유황산) 정상 전망대다. 해발 1400m에서 2218m의 정상까지 운행하는 곤돌라를 타고 오르면, 캐스케이드산(2998m)·브루스터산(2859m)·에일머산(3162m)·런들산(2948m) 등 로키 산봉들을 둘러볼 수 있다. 설퍼산 중턱의 유황온천인 어퍼 온천은 밴프를 찾은 여행객들이 들러 피로를 푸는 곳. 눈 덮인 주변 바위산들과 숲이 바라다보이는 섭씨 39도의 노천탕이 마련돼 있다. 봄에 빙하 녹은 물이 땅 깊숙이 스몄다가 뜨거워지며 섭씨 47도의 물이 솟구치는데, 이 기간이 3개월쯤 걸린다고 한다.

알아둘 점 둘. 한겨울엔 3시면 날이 저문다. 숲길 탐방 때 하산 시간을 염두에 둬야 한다. 사방이 눈밭이어서 얼굴이 탄다. 자외선 차단 크림을 준비할 것.

밴프(캐나다)=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 캐나다 여행쪽지

스키어들의 낙원, 휘슬러리조트

⊙ 항공편 | 대한항공과 에어캐나다가 인천~밴쿠버 직항편을 운항한다. 10시간30분 걸림. 밴쿠버~캘거리는 국내선을 이용한다. 1시간30분. 캘거리~밴프는 자동차로 1시간30분.

⊙ 현지 정보 | 캐나다에선 6개의 시간대가 운영된다. 밴쿠버는 한국보다 17시간 늦고, 캘거리는 16시간 늦다. 전압은 110볼트. 음주·흡연에 엄격하다. 음주는 건물 안에서만, 흡연은 건물 밖에서만 허용된다.

⊙ 레저 비용 | 루이즈 호수에서 장비를 빌릴 수 있다. 크로스컨트리·스노슈잉·스케이트 각 12캐나다달러, 말썰매 30~40달러, 설퍼산 곤돌라 30달러. 4시간 개썰매 140달러, 스노모빌 4~5시간 200~300달러. 에메랄드·미네완카 호수 주변엔 장비 대여소가 없다. 유서깊은 호텔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즈’의 1층 식당에서 루이즈 호수를 바라보며 점심식사를 겸한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다. 39달러.

⊙ 밴쿠버 볼거리 | 스키를 좋아한다면 2010년 겨울올림픽이 열린 휘슬러 스키리조트 방문이 필수다. 북미 최대 스키장이다. 휘슬러산과 블랙콤산을 연결하는 450m 높이에 걸린 4.4km 거리의 아찔한 곤돌라를 타볼 만하다. 11분 걸린다. 밴쿠버의 볼거리로 문화유산 건물이 즐비한 개스타운, 항구와 어우러진 경치가 빼어난 스탠리공원, 출렁다리 건너 편백숲이 아름다운 캐필라노 협곡 등이 있다.

⊙ 여행 문의 | 주한 캐나다관광청(www.canada.travel) (02)733-7790. 모두투어에서 레포츠 체험을 포함한 ‘캐나다 로키 럭셔리 완전일주 7일’ 상품을 199만원부터 판매중. (02)728-8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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