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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29 15:03 수정 : 2011.12.29 15:03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esc’가 제멋대로 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시상식

퇴근 뒤 지친 몸을 이끈 채 마주 앉은 티브이 속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쟁을 지켜보면서, 한 해 내내 뒷목이 뻐근하셨나요? 그런 당신에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심사하는 기회를 주고자 가 준비했습니다. ‘2011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시상식’! 올해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5개 부문으로 나눠 ‘신랄한’ 평가를 ‘멋대로’ 내렸습니다. 바쁜 연말이니 시상식은 생략! 수상 그 자체만으로 감사해하시라~.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사진 제공 각 방송사

‘시끌벅적 존재감’ 부문 → 나는 가수다

이번 시상식의 주인공 격인 이 부문은 올 한 해 지상파·케이블 방송 등에서 방영했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가운데 독창성과 공정사회 구현 여부, 사회 공헌도, 뒷말 확산성, 그리고 눈물 유도 여부 등에서 특출했던 프로그램을 선정했습니다. 기자들로 구성한 평가위원들의 심사 결과, 20개가 넘는 프로그램 가운데 ‘슈퍼스타케이3’(Mnet)과 ‘밴드 서바이벌 톱밴드’(KBS), 그리고 ‘나는 가수다’(MBC) 등 세 가지 프로그램을 최종 후보로 뽑았습니다.

예선 평가에서 가장 위협적이었던 후보는 ‘슈퍼스타케이3’이었습니다. 1980년대 이후 가요제가 전부였던 국내 티브이 오디션 프로그램 시장에 ‘서바이벌 오디션’이라는 화두를 던진 주인공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세 번째 시즌까지 진행하면서 지상파 방송의 유사한 프로그램들의 추격으로 ‘조바심’을 낸 점이 문제가 됐습니다. 당시 참가자였던 ‘예리밴드’가 제작진이 악의적인 편집을 했다고 주장하는 등 ‘악마의 편집’ 논란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뒷말 확산성 점수를 높였지만, 공정사회 구현 여부와 사회 공헌도는 미흡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티브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인디 밴드를 불러 모았다는 점에서 ‘톱밴드’의 독창성도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성악설’을 기반에 두고 있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태생적 성격상, 독설과 핏대를 세우는 경쟁이 아닌 ‘아름다운 경쟁’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밋밋한 표정을 짓는 평가위원들이 많았습니다. 역시, 건전하게 재밌기는 힘든 걸까요?

결국 올해의 ‘시끌벅적 존재감’ 상은 ‘나는 가수다’에 돌아갔습니다. 일반인이 아닌 잘 알려진 가수들이 나와 목에 힘을 주어 노래를 뽐낸다는 점에서는 대중 참여도는 떨어지지만, 평가위원들 대부분은 만장일치로 프로그램의 사회 공헌도에 큰 의미를 뒀습니다.


특히 ‘나는 가수다’의 이름에서 파생한 팟캐스트 프로그램 ‘나는 꼼수다’와 패러디 코미디 ‘나도 가수다’, 그리고 ‘나는 기자다’, ‘나는 꼽사리다’ 등등…. 결정적으로 한 보수단체에서는 ‘그래, 너는 꼼수다’라는 ‘누워서 침뱉기’ 식 이름을 단 인터넷 방송까지 만들고, 옷가게에는 ‘나는 간지다’라는 펼침막까지 등장할 정도로 이른바 ‘나는 가수다’ 현상이 의도치 않게 표현의 다양성에 기여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려 섞인 의견도 있었습니다. 마치 ‘나는 성대다’라고 불릴 만큼 ‘나는 가수다’가 대중가요 시장에서 작가적인 취향을 무시한 채 ‘폭발적인 가창력=좋은 가수’라는 오해를 낳는다는 것이죠. 올해 티브이에서 ‘대학 가요제’를 보면서 느낀 덤덤함도 ‘나는 가수다’의 후유증인 걸까요?


‘최악의 무리수’ 부문 → 신입사원

가뜩이나 취업전선이 엄혹한 것도 모르고, ‘웃자고’ 만든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죽자고’ 경쟁을 붙인 프로그램을 뽑는 부문입니다. 예로부터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고 했다지요. 그래서 먹고살아야 하는 방법인 취업을 두고 장난을 친 프로그램을 후보로 뽑았습니다. 프로 모델을 선발하는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3’(On Style)과 레이싱걸을 뽑는 ‘익스트림 서바이벌 레이싱퀸2’(XTM) 등이 가장 먼저 평가위원들의 입에 오르내렸더군요.

그래도 평가위원들의 몰표를 받은 건 지상파 방송의 신입 아나운서를 선발하는 과정을 보여준 ‘신입사원’(MBC)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취업문이 힘든 상황에서 취직을 두고 서바이벌 오디션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잔인하기 그지없다는 평가도 있었네요. 방영 당시에도 시청자의 문자투표 등을 최종 평가에 반영하는 등 단순한 직원 채용을 쇼로 만들었다는 비판과 탈락자들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기 때문이죠.

‘달려라 하니’처럼 인생 역전의 드라마를 펼쳐놓고 싶었던 제작진의 의도를 이해는 하나, ‘밥그릇’이라는 성역에 서바이벌 오디션의 잣대를 들이밀었다는 점에서 올해 최고의 무리수로 선정!


‘신선도 빵빵’ 부문 → 오페라스타 2011

연예인의 꿈을 꾸는 젊은이들의 날선 경쟁이 대부분이었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홍수 속에서 개성을 드러냈던 프로그램도 있었습니다. 평가위원들에게 주목을 받았던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오페라 아리아를 테이, 신해철, 문희옥 등 8명의 대중가수가 연습해 평가를 받는 ‘오페라스타’(tvN)였습니다. 오페라판 ‘나는 가수다’라 불리기도 했죠.

후한 평가를 받은 건 바로 출연자들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오페라 <레퀴엠> 중 아리아 ‘자비로운 예수님’, <토스카> 중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라 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 등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소화해내는 출연진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의 감탄을 이끌어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사실 지난해 영국 지상파 방송인 <아이티브이>에서 방영한 프로그램의 판권을 사온 뒤, 우리나라의 틀에 맞게 제작한 ‘수입 프로그램’이라는 점은 아쉽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리아의 감동은 그 아쉬움을 충분히 덮는 듯?


‘용두사미’ 부문 → 집드림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넘쳐난 올 한 해 동안에는 시청자들 모르게 소리소문 없이 방영했다가 사라진 프로그램도 꽤 있습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휴먼 서바이벌 도전자’(KBS)와 ‘집드림’(MBC)!

‘도전자’는 일반인 18명이 하와이에서 몸을 쓰는 각종 미션을 수행해 우승자가 상금 1억원과 세계 일주 항공권, 스폰서로 나선 은행에 취업하는 말 그대로 인생 역전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집드림’에서는 말 그대로 사연 많은 무주택 가족을 대상으로 퀴즈를 통해 우승자에게 집을 선물해줬죠.

평가위원들은 이 두 프로그램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둘 다 초특급 블록버스터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었지만, 주목조차 제대로 받지 않아 논란거리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모두 수상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10회 만에 문을 닫고 잠시 꿈꿨던 ‘내 집 마련의 꿈’을 거둬가버린 ‘집드림’의 민첩함에 한 표를 더 얹어 수상작으로 선정!


‘그나물에 그밥’ 부문 → 키스 앤 크라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한참 들여다보다 보면, 저도 모르게 헷갈리기도 합니다. 그 심사위원이 그 사람 같고, 프로그램 구성도 거기서 거기인 듯하죠. ‘데자뷔’ 현상일까요?

후보군 가운데 올해 상반기, 하반기 한 번씩 시즌 프로그램을 내보낸 ‘위대한 탄생’(MBC)이 가장 먼저 평가위원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참가자들은 ‘슈퍼스타케이’에서 온 듯하고, 심사위원은 ‘나는 가수다’에서 뛰쳐나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평가위원들은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있을쏘냐”며 쿨하게 넘어갔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방영했던 ‘키스 앤 크라이’(SBS)와 ‘댄싱 위드 더 스타’(MBC)는 프로그램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국민요정 김연아 선수를 심사위원으로 내세워 연예인들이 피겨스케이팅을 선보였던 ‘키스 앤 크라이’와, ‘토토즐’을 떠올리게 하는 배우 이덕화의 진행으로 연예인과 스포츠댄스 선수가 짝을 이뤄 경합을 하는 ‘댄싱 위드 더 스타’는 모두 화려한 옷을 입은 채 넓은 무대를 뱅글뱅글 도는 탓에 닮은 점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국민요정이 출연해 감동의 눈물을 쏟게 만들더니, 시청률까지 눈물나게 해 ‘크라이 앤 크라이’의 분위기를 만든 ‘키스 앤 크라이’에 이 영광(?)의 기회를 주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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