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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29 16:00 수정 : 2011.12.29 16:02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핵심이자 결말은 바로 ‘최종 우승자’를 뽑는 것이다. 최후의 1인을 보기 위해 살벌하다 못해 길고도 지난한 경쟁 과정을 지켜본다. 그러나 무대 위 경쟁에서는 씁쓸히 물러났지만, 돌아보면 자신과의 경쟁에서는 승리한 탈락자도 있다. 이에 가 2011년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가운데 화제를 낳았던 ‘위대한 탄생2’, ‘밴드 서바이벌 톱밴드’, ‘슈퍼스타케이3’의 탈락자 3명을 만나 물었다. “졌지만 이겼습니까?”

“나 못해”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위대한 탄생2’의 댄스 챔피언 김혜랑 가수 이효리의 춤선생, 세계적인 댄스경연대회 챔피언…. 지난 9월 <문화방송>(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2’에 출연했던 스트리트 댄서 김혜랑(26)씨는 이효리·손담비 등 웬만큼 귀에 익은 여가수에게 춤을 가르친 현직 전문강사에, 세계적인 팝핀경연대회에서 우승한 안무팀 리더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3차 예선 심사에서 “리듬감이 없고 발성법이 전혀 안 잡혀 있다”는 혹평을 듣고 탈락했다. 눈물도 보였다. 이미 연예기획사 사이에서도 알려질 만큼 알려진 그가 왜 이런 굴욕을 무릅쓰고 무대에 섰을까?

“원래 춤을 시작한 건 가수가 되고 싶어서였는데, 춤에 더 재능이 있어서 지금은 춤을 더 사랑하게 됐죠. 출전한 이유는 오랫동안 춤 레슨을 하면서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댄스 세계에서 그는 승승장구를 했다. 무대에 서고 싶어 갈고닦은 춤이었지만 어느새 레슨을 통해 다른 가수들에게 전수될 뿐 정작 자신은 무대와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방송에 서기까지 망설임도 많았다. “고민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잃을 게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취미 삼아 배운 노래가 어느덧 한번쯤은 노래를 부르며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꿈으로 자란 것이다. 그러나 오디션 당일 화려한 춤을 보여준 뒤 이어진 노래는 뜻대로 안 됐다. “숨이 가빠 성대가 건조하고 텁텁한 상태에서 쫓기듯 쉬고 나니 소리가 거의 안 나오더라고요. 너무 속상했죠. 노래 먼저 했으면 결과가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아직도 있어요.”

문화방송 화면 갈무리
탈락 뒤 마음고생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방송 출연이 마음속 짐을 내려놓는 계기가 됐다. “자존심 때문에 예전에는 쉽게 못 꺼냈던 그냥 ‘나 못해’라는 말을 이젠 할 수 있어요.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도전하는 용기를 얻었죠. 방송 뒤 명성에 금이 갈까 망설여왔던 쟁쟁한 신인들과 겨루는 댄스경연대회에 나가서 져보기도 했죠.”

가수를 향한 꿈도 현재 진행형이다. 빡빡한 그의 일정표에는 매주 1번 보컬 연습 시간이 적혀 있다. “여전히 기회가 온다면 가수 해보고픈 생각은 있어요. 대형 콘서트에서 춤과 노래로 관객들에게 주목받는 공연을 하고픈 욕심이 있죠.” 그는 앞으로는 더 늦기 전에 레슨 아닌 최대한 지금부터라도 빨리 무대에 서서 무대 경험 높이는 길을 찾고, 스트리트 댄스에 관한 자료를 정리해 책으로도 내려고 한다. “예전엔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춤췄는데, 이제는 상황을 즐기면서 뭐든지 할 수 있게 된 게 가장 큰 변화예요.”



인디밴드 편견 요만큼 낮췄죠

‘톱밴드’ 화제의 16강 탈락자 ‘브로큰 발렌타인’ 각종 밴드 경연으로 인기를 모았던 <한국방송>(KBS)의 ‘밴드 서바이벌 톱(Top)밴드’의 하이라이트는 ‘톡식’ 대 ‘브로큰 발렌타인’의 16강 경연 대결이었다. 참가자 사이에 실력파로 손꼽혔던 두 밴드의 대결은 ‘사실상 결승전’으로 불리며 박빙의 승부를 펼쳤기 때문이다. 당시 브로큰 발렌타인을 꺾은 톡식은 나중에 프로그램 최종 우승자로 뽑혔다.

탈락자였지만 방송 뒤 유명세를 타고 있는 브로큰 발렌타인은 ‘제2의 우승자’이기도 하다. 사실 이들은 2009년 아시안 비트 그랜드 파이널 대상 베스트 작곡상을 받은 바 있는 인디 밴드계의 실력자다. 이 때문에 아마추어 밴드도 나오는 톱밴드의 참가자격이 되느냐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브로큰 발렌타인은 당시 참가 이유를 “극단적인 선택”이었다고 표현했다. 이날 타이로 자원봉사를 떠난 쿠파(26·드럼)씨를 제외한 리더 성환(29·베이스)씨와 변G(27·기타), 반(30·보컬), 안수(30·기타)를 만났다.(사진 왼쪽부터)

“(톱밴드에) 나가자고 제안한 건 저였고, 가장 반대했던 사람도 저예요.” 성환씨가 알 듯 모를 듯한 첫마디를 꺼냈다. 유명한 가요제에서 상을 받고, 홍대에서 공연도 했지만 그들이 넘을 수 없는 영역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작사를 만나거나 대중적인 공연 기회 등) 밴드 뮤지션이 넘어갈 수 없는 간극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렇다고 소수만을 위한 음악을 하고 싶지는 않았고요. 당시에는 유일한 결정이었죠.”(성환)

한국방송 화면 갈무리
경연 참가도 갈등의 연속이었다. 1차 예선 순서를 기다리며 번호표를 붙인 채 편의점 앞에서 쭈그려 앉은 멤버들은 마지막까지 출전을 고민했다. “제가 이렇게 말했죠. 야, 이건 좀 아닌 거 같아.”(성환) 하지만 그들은 무대에 섰고, 인디 밴드답지 않게 시류에 영합한다는 비판도 이겨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최선을 다하자. 믿음이 있었거든요.”(반)

그러나 방송 출연 뒤 그들의 삶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연주를 하고, 예정했던 싱글 음반을 냈고, 예전처럼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밴드 활동을 하는 ‘투잡’ 생활을 하고 있다. 다만 방송을 통해 인디 밴드에 대한 세상의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꿨다는 생각을 한다.

“인디 밴드를 향한 세상의 편견이 있잖아요. 밴드들은 다 ‘또라이’고, 가난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있어야 한다는…. 하지만 톱밴드 출연 밴드 가운데 대부분은 그런 모습이 아니었어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이런 편견을 깨고 있는 중이고요.”(성환) 그들이 추구하는 밴드의 모습은 이렇다. 소녀시대와 협연할 수 있는 밴드, 음악 차트에 아이돌과 뒤섞여 경쟁할 수 있는 대중적인 밴드, 비나 빅뱅처럼 인기몰이 할 수 있는 밴드!


제2의 인순이 될래요

‘슈퍼스타K3’의 ‘따뜻한 리더십’ 윤빛나라 <엠넷>(Mnet) ‘슈퍼스타케이3’은 국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답게 그동안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낳아 왔다. 불우한 가정환경을 이겨내거나, 암 투병을 극복하면서 1위에 오르는, 드라마에서 봄 직한 참가자들의 사연이 감동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들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않았지만, 참가자들의 훈훈한 모습이 가슴을 짠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9월 3차 예선을 뚫고 슈퍼위크 경연대회에서 탈락했던 윤빛나라(21·서울예대 실용음악과3)씨도 경쟁일변도의 살벌한 참가자들 사이에서, 여러 명의 참가자가 합심해 노래를 편곡해 부르는 프로그램 속 과제를 이끌면서 음악 실력이 뒤떨어지는 팀원들을 다독이는 모습으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빛나는 리더십’, ‘따뜻한 리더십’으로 불리며 팬카페가 생기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전원 합격했던 순간이었어요. 방송을 다시 봐도 울컥하더라고요.” 그는 “이제는 방송 후유증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가수를 꿈꿔왔던 그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1년 <에스비에스>(SBS)의 가수 발굴 프로그램인 ‘영재육성 프로젝트 99%의 도전’ 예선에도 참가했다가 떨어진 적이 있다. “슈퍼스타케이 예선 심사 때에는 그때 썼던 일기장을 가져가서 심사위원들에게 보여주기도 했어요. 일기장에 ‘커서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썼었거든요.”

가수의 꿈을 갈고닦아 온 그는 대학에서도 음악 공부를 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 입시에 얽매여 입시를 위한 노래를 해왔던 것 같아요. 정작 실용음악과에 들어오니 꿈이 사라진 거 같아 한동안 방황을 많이 했어요. 노래하는 사람인데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을까, 무대가 그립다는 생각에 오디션에 도전했죠.”

엠넷 화면 갈무리
그러나 그는 슈퍼위크 경연대회의 개인별 라이벌 대결에서 실수를 연발하면서 탈락했다. 방송 뒤에는 아쉽고 씁쓸했지만, 그동안 안개 같았던 노래를 향한 꿈은 더욱 뚜렷해졌다. 올해 초 몸도 아프고, 학업도 못할 정도로 방황하면서 휴학까지 했던 그는, 한해의 끝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방송 뒤 기획사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도 받았고, 음악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욕구도 생겼기 때문이다. “전 원래 도전·모험을 두려워하는 성격이었어요. 슈퍼스타케이1, 2를 보면서도 망설이기만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경험을 통해서 아,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내가 이런 에너지가 있었구나 하는 새로운 점을 발견했어요.”

그에게 방송 출연은 ‘촛불 하나’와 같은 의미였다. “어둠 속에서 촛불 하나를 찾으면 다른 촛불도 찾을 수 있고, 하나하나 찾아갈 수 있잖아요. 평범하게 졸업해서 음악 강사를 하고 때 되면 결혼하고…. 그런 평범한 꿈에서 벗어나 다른 꿈을 찾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거든요.” 현재 그의 꿈은 제2의 인순이다. “인순이 선생님처럼 살고 싶어요. 제 일기처럼 오랫동안 내 노래 부르며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그런 가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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