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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29 16:06 수정 : 2011.12.29 16:06

노스트라다무스

[매거진esc] 다미선교회, 노스트라다무스, 조용기 목사까지 ‘아님 말고’로 이어지는 종말론의 역사

초등학교 6학년인 정민재(12)군이 묻는다. “지구 종말 오면 공부 안 해도 되는 거 아니에요? 내년이 종말이라던데, 나 이제 학원 안 갈래요.” 어이쿠, 황당한 질문이다. 그러나 종말론이 득세하던 그때, 같은 상상을 하지 않았던가?

종말론은 아마도 인류가 존재하고 무엇인가를 기록하던 그때부터 유구히 전해져 왔을 테다. 종말, 세상의 끝. 그리고 그 세상의 끝 너머에 있는 새로운 세상. 이런 정도의 건전한 기치 아래 종말론이라면 크게 문제될 바 없다. 그러나 개인의 좌절과 불행을 세상의 그것과 일치시켜 안도감을 갖고자 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리고 막막한 상황에 기댈 곳이 없는 개인을 가만두지 않는다. 세상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며 부추기는 사이비 종교 집단들이 득세하는 이유이다.

인류 역사 이래라고 하지만, 아주 가까운 현대에도 종말론은 최고 이슈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거짓말쟁이들 너무 많다. 온다 온다 하는 세상의 끝이라는 시점을 몇 번을 지났는데도 세상은 태연하게 굴러간다.

시한부 종말론과 관련해 가장 눈길을 끌었던 사건은 1992년 10월28일, 다미선교회 휴거 사건이다. 이 선교회의 이장림 목사 등은 이때 세계가 종말하고, 예수의 부름을 받은 자들만 하늘로 올라가게 된다는 ‘휴거’를 주장했다. 당시 신문과 방송을 비롯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다미선교회 신자들이 모여 있는 곳을 비추며 생중계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2년 10월28일 당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숙제를 미루고 있던 학생들은 우스갯소리로 “그냥 휴거가 일어났으면 좋겠구먼”이라며 폭풍 과제 처리에 돌입해야 했더랬다.

그 뒤 7년이 지난 1999년, 20세기의 끝에서 다시 종말론은 고개를 든다. 프랑스의 예언자인 노스트라다무스가 말한 지구 종말론이다. 그가 예언한 지구 종말 시점은 1999년 12월 마지막 날. 이때 와이투케이(Y2K, 컴퓨터가 숫자 ‘0’ 인식 오류를 일으켜 대재앙이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설과 맞물려 또 한번 종말론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의 진입은 놀랍도록 평화롭게 진행되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또한 빗나간 셈. 그러나 그의 예지, 예언력이 빗나간 것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계산 착오가 있었다며, 2012년 세상의 끝이 올 것이라 주장한다.

종말론과 관련해 대표적인 거짓말쟁이로는 ‘해럴드 캠핑’(90)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1994년 휴거가 있을 것이라 주장했지만, 역시나 아무 일도 없었다. 계산 착오가 있었다며 2011년 5월21일을 새로운 휴거일이라 주장했고, 그 뒤 다시 10월21일이라 예언했다. 안타까울 지경이다. 그의 예언을 좇아 생계를 내팽개친 많은 사람들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 결국, 해럴드 캠핑은 지난 10월 “추종자들을 잘못 이끌어왔으며 나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사과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도 해럴드 캠핑과 비슷한 견해를 펼친 이가 있다. 1998년 휴거를 예언한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그 주인공이다. 나중에 조 목사가 예수님이 가르쳐준 것이니 본인 책임은 없다는 식으로 변명하자 누리꾼들은 ‘조용기목사 휴거추진위원회’를 결성하자며 분노하기도 했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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