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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미국 항공우주국이 지구에서 200광년 떨어진 케플러-16 쌍성계에서 2개의 ‘태양’(노랑색 별과 가운데 붉은색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 케플러-16b(맨 앞의 검정색 별)를 관측한 뒤 개념도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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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esc] 2012년 향해 쏟아지는 종말론들…나사 등 국책기관까지 나서 진화 분주
‘2011년 12월30일 저녁 8시 지구 종말이 온다’는 흉흉한 소문이 떠돈다 치자. 하루하루를 삶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겠다는 다짐을 한 사람들조차, 안절부절못할 게다. 그런데 수많은 종말론이 한 시점을 가리키고 있다. 3일 뒤면 시작되는 2012년이다. 옛 마야인들의 달력부터, 소행성 충돌론, 주역 멸망 예고설까지, 이 종말론을 믿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2012년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그래서 준비했다. 종말론 백과사전. 물론, 종말론에 대한 반론 또한 만만찮은 점 고려해, 함께 실었다. 과연, 두근두근 2012년이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마야 달력 종말론 → 황당지수 ★★☆(5개 만점)
중미 일대에 찬란한 문명을 남겼던 마야족. 그들은 서기 900년께 도시를 버리고 갑자기 사라졌다. 그러나 마야의 유물은 곳곳에 남았다. 이 가운데 하나가 마야족의 달력이다. 5125년을 대주기로 하는 마야력은 기원전 3114년 시작됐다. 소주기인 1박툰은 394년이고, 2012년은 13번째 박툰이 끝나는 해, 5125년이 되는 해가 되어 지구가 멸망한다는 주장이다.
치밀한 수학적 계산 아래 세워진 아름다운 도시와 사원, 그리고 홀연히 사라진 마야족들이 남긴 지구 멸망의 예언. 모든 것이 잘 어울린다. 지구 멸망 마케팅에 가장 적합한 시나리오인 셈.
그러나 마야 달력 종말론에 대한 반론이 더욱 매력적이다. 2012년을 코앞에 둔 지난 11월 말 고고학자들이 멕시코에 모였다. ‘마야 문명과 시간의 개념’을 주제로 한 학술회의가 열렸던 것. “지구 종말을 활용해 돈을 벌려는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학자, “마야인들은 종말에 관한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학자, “한 주기가 끝나고 새 시대가 오는 것일 뿐”이라는 학자, “새로운 주기를 기쁘게 맞이해야 할 것”이라는 학자 등 종말론에 대한 반론이 줄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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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 문명이 남긴 피라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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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종말 예언론 → 황당지수 ★★★★★
동양의 고전 역서인 <주역>. 옛 중국의 복희씨가 남긴 책이라 전해지지만, 이조차 확실하지 않다. 천문지리와 만물변화를 살펴 8괘를 만들고, 이를 발전시켜 64괘를 만들었다. 이 주역을 미국인 테런스 매케나(오른쪽 사진)와 그의 동료들이 수학적으로 분석해 그래프를 도출했다. 이 결과는 4000여년에 걸친 인류 역사의 큰 변화와 일치한다고 매케나 등은 주장했다. 이 그래프를 ‘타임웨이브 제로’라고 한다.
이 그래프가 멈추는 시점도 2012년이다. 이 그래프를 도출한 매케나는 왜 그래프가 이 시점에 멈추는지는 끝내 알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황당지수 만점을 줬지만, 이 이론과 관련된 논문 등은 부지기수일 정도다.
반론 또한 명료하다. <주역>은 평생을 해석하고 공부해도 될까 말까 한 사유체계라는 데 있다. 그저 수리, 수학적인 해석이나 그래프 도출 따위로 결론지을 수 없는 책이라는 이야기다. 동양의 인문, 철학을 합리주의에 기반해 해체하고 또 제멋대로 분석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겠느냐라는 반론 역시, 부지기수이다.
태양 플레어 폭발설 → 황당지수 ★★
태양은 지구에 내린 축복이다. 에너지의 근원이다. 그런데 이 태양이 악마의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면? 예로부터 태양은 경외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태양이 두 개, 세 개가 되는 날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종말론 역시 단골 메뉴 가운데 하나이다. 일부 종말론자들은 태양이 지구를 불태워버릴 만큼 강력한 플레어(태양의 채층과 상층 대기인 코로나에서 일어나는 폭발현상)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태양의 흑점 활동은 11년을 주기로 이뤄지는데, 활동의 절정기와 2012년이 맞아떨어진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들불처럼 번지는 태양 플레어에 의한 지구 종말론을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나서서 반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항공우주국은 지구를 태워버릴 만큼의 플레어를 태양이 방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지구와 태양의 거리는 1억5000만㎞나 된다!) 그리고 태양 흑점 활동의 정점은 2013년 또는 2014년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함께 내놨다. 그리고 태양 흑점 활동 극대기는 수없이 많이 지나갔으나, 지구는 아직 멀쩡(?)하다는 사실.
이 폭발설뿐만 아니라, 요즘 나사는 종말론 때문에 바쁘다. 2009년에는 미지의 행성(플래닛 X)이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는 종말론이 난무하자, 공식 성명을 내어 “지구와 충돌하는 게 사실이라면 지금쯤이면 맨눈으로 그 행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런 행성은 분명히 존재하지 않는다”고까지 밝혔다.
주식 예상 프로그램 웹봇의 멈춤 → 황당지수 ★★★★
1990년대 말 태어난 주식 예측 프로그램인 웹봇(위 사진). 이 프로그램의 신통한 능력은 2000년 들어 발휘되기 시작한다. 웹봇의 원리란, 간단하고 명료하다. 주목할 만한 단어가 발견이 되거나 어휘가 발견이 되면 이를 수집해 특정 시기나 단어 등으로 수렴하는 방식이다.
웹봇이 예측한 것으로는 2001년 9·11 테러, 2003년 미국 뉴욕 대정전, 서남아시아의 지진과 해일(쓰나미) 등이 있다. 그.런.데. 이 웹봇이 2012년 이후의 예측을 거부하고 있단다. 도대체 왜?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분석할 데이터가 없다는 것을 알리는 것으로 지구 종말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종말론이 다소 귀엽게 느껴지는 이유. 1999년 12월31일을 기억하는가? 2000년 1월1일이 되면 컴퓨터의 프로그램이 0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핵폭탄이 갑자기 발사되고, 전세계적인 대재앙이 올 것이라며 두려움에 떨었더랬다.
웹봇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지도 모르는 노릇.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2007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이로 인한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다. 그토록 정확하다는 예측 프로그램도 감당 못할 황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셈이다.
지구 극이동 → 황당지수 ★★★★☆
지구의 극이동은 맨틀(지구 내부의 지각과 핵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이 지구 중심을 가로질러 극이 이동하는 것을 가리키는 이론이다. 조지 다윈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극이동을 연구하기도 했다. 지구의 급격한 극이동이 발생한다면, 남극이나 북극이 적도로 옮겨가고, 적도 지방의 섬들이 남극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는 가설이 나온다. 이 극이동이 2012년에 일어날 것이라고 명시한 예언가 및 과학자는 그 누구도 없다. 다만,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대지진과 지진해일 등을 근거로 들어 ‘그날’이 멀지 않았다고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지구의 급격한 극이동은 많은 과학자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8억년 전, 지구가 말랑말랑했을 때나 가능한 일이라는 이야기다. 또한 극이동설의 근거로 드는 이상 기후나 기후 변화는 인류가 자초한 일이라는 견해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화석연료를 부단히도 때는 인류가 뿜어내는 이산화탄소 영향이 더 크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자면 지구 종말은 결국 인간 손에 달렸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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