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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여러분! 재미를 향한 갈증이 있었습니다. 웃음을 추구하는 국민의 열망이 있었습니다. 그 갈증과 열망으로 새로운 정당 ‘재미당’이 출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온 국민 배꼽 빠지는 줄 모르고 웃는 날을 위한 정당입니다. 재미당의 출범은 아마 정당 역사에 한 줄로도 남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 또한 새 장을 여는 것입니다. 웃음, 유쾌함, 신바람이 함께하는 새로운 도전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대선과 총선이 20년 만에 함께 치러지는 ‘정치의 해’입니다. 갑갑하고 답답한 느낌이 드시나요? 그렇다면 ‘온 국민의 재미, 유쾌 지수 상승’을 내건 저희 재미당을 주목해주십시오. 저희 당 대표는 ‘진정 재미있게 사는 사람’으로 하겠습니다. 저희 당 공약은 ‘웃음을 줄 수 있는 약속’으로 하겠습니다. 정치에서도 유쾌한 바람이 일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헌신하려 합니다. 일상에서의 일탈 추구를 끊임없이 추구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지나치게 가벼운 것 아니냐는 시선 극복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즐거운 인생, 세상을 위해 상상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풍자든 해학이든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기본 권리를 실현하고자 하는 소수 재미당 지지세력의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시민들이 왁자지껄 떠들기를 장려하는 정당, 젊으나 늙으나 놀아재끼는 데 전력투구하는 정당, 전국 방방곡곡에 유쾌한 웃음 바람이 불도록 노력하는 정당이 될 것입니다. 세계 정치사에 유례없는 황당정당으로 그 첫걸음을 내딛겠다고 이 연사 강력하게, 외칩니다~~~~ 시민에게 웃음을! 재미를! 글 이정연(재미당 대변인) 기자 xingxing@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표지 디자인 이정희 기자 bbool@hani.co.kr통행료를 복권으로, 클럽출입 나이제한 금지! 재미당 대표 후보 3인이 내세운 공약…재미없으면 정계 은퇴 불사
기호 1번, 개그맨 전유성 → 경상북도 청도군 풍각면, 개그계의 대부 전유성에게 달려갔다. 오전 11시, 철가방 코미디극장 앞마당에 찬바람이 싸하다. 11시30분 시작하는 첫 공연, 40석 작은 객석과 20석 남짓한 보조석은 밀양에서 온 단체 손님들로 꽉 찼다. 온라인 예매 사이트 19주 연속 예매율 1위에 빛나는 작지만 알찬 공연이다. 공연 시작 전, 그는 아이들에게 “여기서는 떠들어도 돼. 음식이나 음료수도 마음껏 먹고, 술도 먹어도 돼! 흐흐”라고 했다. 한가한 시골의 작은 극장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었다. 겨우, 인터뷰를 하겠다고 마주보고 앉았다. 그에게 요즘 정치의 ‘재미’에 대해 물었다. “정치라는 게 재미나는 일이, 즐거운 일이 생기게 해야 하는 거지. 정치인들 청문회 보면 정말로 재미있어. 그것처럼 재미있는 토크쇼가 어딨어?” ‘재미있게 사는 법’이 궁금했다. 일침이 날아온다. “그런 방법이 어딨어? 다들 저마다의 재미가 있는 거지. 재미는 어디서든 추구하는 것이고, 발견하는 거야. 농촌 어르신들이 1000원짜리 소주 한 병 놓고 낮술 마시는 것, 그것도 그분들에게 재미지. 내 재미를, 사적인 재미를 남한테 강요하면 안 돼.” 단호하다. 그럼에도 대중에게 재미를 주는 직업 정신은 투철했다. 한가한 전원생활을 누리겠다며 내려온 청도에서 ‘코미디시장’이라는 이름의 개그맨 양성 아카데미와 극단을 꾸리고, 끊임없이 공연을 올리는 에너지의 근원이다. 역시, 그에게서 ‘재미난 인생을 위한 상상력’은 빼놓을 수 없는 열쇳말이다. 재미당에서 내세울 수 있는 공약, 아이디어 어디 없겠느냐고 물었다. 술술 풀려나오는 이야기. 이런 아이디어로 넘치는 정치인이 진짜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어떤 정책으로 신나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조금 손해나더라도 하는 게 맞다고 봐. 그게 복지 정책이지!” ‘재미도 복지다!’ 주장하는 개그맨 전유성이 제안하는 정책 세 가지, 다음과 같다.
기호 2번, 영화감독 장항준 →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평가, 어때요?” 지난 12월29일 만난 영화감독 장항준에게 물었다. “나쁘지 않은데! 좋아요~” 재미있는 영화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그다. 인터뷰는 (예상과 달리) 다소 심각했다. ‘재미있다’는 ‘웃기다’와 같은 말이 아니라는 것부터 정리해 들어간다. “공포, 슬픈 멜로 영화를 보고도 ‘재미있다’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재미있다’는 것은 흥미롭고, 스펙터클한 거죠. 그런 면에서 한국은 재미있는 요소, 소재 거리가 너무 많은 나라고요.” 코미디 장르의 영화는 많은 관객들을 웃게 하기 위한 것이 일차적 목적 아니겠느냐고 다시 물었다. “웃기는 것은 코미디의 중요한 장치이죠. 그런데 코미디의 본질은 현대 인간의 메마른 초상 같은 것을 잘 표현해 내야 한다고 봐요. 바로 그게 풍자죠.” 그런 맥락에서 그는 ‘웃음 창조 종사자’라기보다는 ‘재미 창조 종사자’를 추구하는 듯 읽힌다. 피해갈 수 없는 질문. “인생, 재미있게 살고 있습니까?” 장 감독은 “어우, 그럼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이 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할 것. 그리고 좋아하는 일로 생계를 책임질 수 있을 것.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며 살고 있으니까요.” 재미있게 사는 법은 어디 없을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할 모험을 하지 않잖아요. 돈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요? 재미있게 살, 행복하게 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거죠. 그러면서 ‘인생이 재미없다’고 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니까요. 각자 재미를 찾아서, 하기에 찝찝한 거 그런 거 안 하고 살면, 인생뿐 아니라 세상도 지금보다는 좀더 낫지 않겠어요?” 인생을 더 재미없게 하는 외부 환경, 이를테면 정치권을 향한 바람은 없을까? 여기서 재미 창조 종사자의 면모 발휘된다. “마음에 안 드는 정치인이 당선되잖아요? 난 재빨리 생각하죠. ‘아, 5년 동안 술자리 안주가 하나 늘었구나~’ 하고.” “학교에 놀러 다녔던” 이분은 요즘 대학생들 앞에서 강연 비슷한 것을 한단다. 강연 내용, 일관성 뚜렷하다. “연애도 미친 듯이 많이 해보고, 차이면 술 마시고 욕하면서 길바닥에 드러누워 보기도 하고, 맞아 보기도 하고…, 다 해보라고 해요. 조마조마해할 필요가 뭐 있어요? 이 모든 것을 해볼 수 있는 것은 ‘특권’이에요.” “재미당 대표요?” 제안을 상당히 귀찮아했다. 그래도 공약 하나는 시원하다. “일단, 첫째는 ‘내가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고 본다.’ 둘째, ‘다른 사람들에게 제발 좀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 것을 권장한다.’ 셋째, ‘재미당 대표 사퇴한다.’ 어휴, 도망가야죠.”
기호 3번, 파티 오거나이저 배민미 → 파티업계에 몸담은 지 7년째. 배민미 대표는 지난해 파티 전문지 편집장 일을 7개월 동안 맡았다가, 뛰쳐나왔다. “한달 단위로 틀에 박혀 돌아가는 일상이 숨 막히더라고요.” 소규모 파티 오거나이저(주제를 정해 파티를 열고, 참가자를 조직하는 사람)로 방향을 틀었다. ‘메이린’이라는 회사를 3개월 전 열었다. “파티요? 회갑, 돌잔치, 결혼식도 파티죠. 회식 자리도 파티고요. 많은 사람들이 정형화해 놓고는 파티는 그들만의 리그라 보는데, 이렇게 파티는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이에요.” 어느 누구보다도 파티를 많이 경험해 봤을 그에게, 파티는 이런 것이다. ‘파티 문화’라는 게 여전히 많은 사람들, 특히 중년 이상에게는 멀게 느껴진다. 강남이나 홍대 일대의 클럽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파티에서는 더더욱. 무엇보다 ‘나이’ 자체가 장벽 아닐까, 지레 걱정하는 사람들 많다. “인생을 재미있게 하는 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놀이 문화를 접해가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맞는 이야기다. 그런데 파티장을 들어서는 데 막아서는 이들 어찌할쏘냐! 그리하여 배 대표는 재미당 ‘파티 부문’ 정책을 제안했다. 첫째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축제 및 파티 담당팀 신설’하는 것이다. 전국 지자체는 거의 대부분 1년에 한 번 ‘축제’를 연다. 그러나 지역민들이나 관광객만을 위한 잔치로 끝나기 일쑤다. 요즘 국내외 젊은이들 ‘특이하다’면 엄지를 치켜든다. 딸기 축제에서는 개성있는 딸기 파티를, 토마토 축제에서는 유별난 토마토 파티를 열어보자는 이야기다. 전세계인이 연결된 페이스북을 활용하면 홍보도 문제없다. 둘째는 ‘클럽에서 나이로 입장 제한 3번 적발시, 영업 제한’. 유독, 우리나라 클럽들 나이에 민감하다. 배 대표의 증언. “중년 이상의 세대가 놀 줄 모른다고 여기는 것, 편견일 뿐이에요. 놀이 문화 마당에서 오히려 나이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놀 줄 아는 이들이 많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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