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1.05 11:47
수정 : 2012.01.05 11:51
[매거진 esc] 웃긴 여행 울린 여행
나와 신랑은 나이 차가 12살이나 난다. 거기다 신랑은 ‘노안’, 나는 ‘동안’이다. 당연히 부부가 아닐 거라는 오해도 종종 받는다. 어린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온천을 너무 좋아하는 내가 고른 신혼여행지는 온천으로 유명한 일본이었다. 결혼식을 마친 뒤 간단히 배낭 하나 메고 여행길에 올랐다. 첫 해외여행에 설레기도 하고 들뜬 상태에서, 면세점에서 부모님 선물 등을 한아름 사가지고 비행기에 탔다. 일본 가고시마 공항에 도착해 입국수속을 하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자기들끼리 뭐라고 하더니, 급기야 우리 부부를 불렀다. 짧은 영어 몇마디 하고는 다짜고짜 가방을 뒤지는 게 아닌가. 뒤지면서, 왜 일본을 왔는지, 이 옷들은 다 무엇인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한참을 묻고 대답한 뒤에야, 심사가 끝났으니 가보라고 하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남녀가 신혼여행이라고 온 곳이 효도관광 코스인 온천여행이라, 혹 마약 운반책 같은 범죄인이 아닌가 의심했다는 얘기였다. 지금도 ‘나이 든’ 신랑과 술 한잔하며 신혼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박효진/전북 군산시 소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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