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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 화이트 뱅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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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정통 프랑스 요리에 홍삼으로 건강 더하는 강경진 셰프 서울 강남구 신사동 뒷골목에 있는 프랑스 레스토랑 ‘스웰’. 문을 열자 식탁에 ‘오리가슴살 스테이크’와 ‘뱅쇼’가 새초롬하게 앉아 있다. 대표적인 프랑스 음식들이다. 오리가슴살은 프랑스 고급요리에 자주 사용되는 식재료이다. 바삭한 거죽 아래에는 부드러운 속살이 둘둘 말려 부드러운 감촉을 자랑한다. 적당한 핏기는 촉촉한 맛을 만든다. 와인을 끓여 만드는 뱅쇼는 이제 우리에게도 낯익은 겨울 음료다. 복잡한 연애를 떠오르게 하는 뱅쇼의 맛은 목을 자극하다가 다크초콜릿처럼 달콤한 쓴맛을 전해준다. 그런데 어딘가 좀 다르다. 여느 ‘오리가슴살 스테이크’나 ‘뱅쇼’와는 다른 낯선 맛이 미뢰를 건드린다. 홍삼이 느끼한 버터맛 줄여주네 “홍삼입니다. 프랑스 음식은 버터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달고 느끼하다는 고정관념이 있죠. 홍삼의 향과 홍삼 절편의 식감이 그런 생각을 없애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스웰의 오너 셰프 강경진(36·사진)씨의 말이다. 프랑스 요리와 홍삼은 태생은 다르지만 썩 궁합이 잘 맞는 식재료라고 덧붙여 말한다. “푸아그라와도 잘 맞아요. 약간 느끼한 맛을 홍삼의 쓴맛이 살짝 잡아줘요.” 수많은 프랑스 요리 전문가들이 수 세기에 걸쳐 각종 식재료 탐험을 한 것처럼 그도 부모님 단골 보양 선물쯤으로 여기는 홍삼을 여행하고 자신의 요리에 접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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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 강경진(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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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과 어우러진 오리가슴살 스테이크는 건강보양식이다. 저지방 고단백 식품인 오리는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고 불포화지방산이 다른 육류보다 많다. 홍삼 농축액이 들어간 소스, 홍삼 넣은 감자 퓌레(감자를 삶아 으깨 죽처럼 만든 것), 꿀에 절인 홍삼 절편은 보양효과를 증진시킨다. “오리나 닭 같은 가금류는 홍삼과 잘 어울려요.” 접시에는 바삭바삭하게 구운 마도 몇 조각 올라갔다. 마는 소화에 도움을 준다. “마가 들어가면 한식 느낌이 납니다. 주로 갈아서 사용하는 이들이 많은데 저는 구워요. 감자처럼 고소해요. 갈아서 생기는 끈적거리는 식감이 싫은 이들도 있죠. 굽지 않은 마는 샐러드 재료로도 써요.” 그의 오리예찬론이 이어진다. “닭은 요리하기가 쉬워 보이지만 잠깐 한눈팔면 금방 뻑뻑해져요. 그 미묘한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죠. 하지만 오리는 뛰어난 부드러운 식감에, 요리도 어렵지 않죠. 미디엄 웰던으로 익힌 것이 맛있어요. 오리 다리는 질겨서 잘 사용하지 않아요.” 닭보다 오리 요리가 더 쉬워 세계미식가협회(셴 데 로티쇠르: 1248년 프랑스에서 결성. 프랑스대혁명 이후 없어졌다가 1950년 재결성. 한국지부 회원은 약 150~200명) 회원이기도 한 강경진 셰프는 홍삼 이외에도 우리 식재료를 자신의 주방에 자주 초청한다. 제주도 흑돼지는 그의 손을 거쳐 우리나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프랑스 고기 요리로 다시 태어나고, 맵고 짠 젓갈은 핑거푸드(손에 잡히는 크기의 요리)가 된다. “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야 하죠. 우리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런 제 요리들이) 퓨전은 아니에요. 고추장 소스에 뭘 접목시키는 식의 어설픈 퓨전 요리는 반대합니다. 모던 한식에 가깝죠.”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프랑스 요리로 맛에 온기를 불어넣는 이답다. 토종 식재료, 홍삼이 그의 프라이팬을 여행하고 낯설지만 친근한 먹을거리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강경진 셰프가 전하는 홍삼 요리 ◎ 홍삼 화이트 뱅쇼 재료 | 화이트와인 500ml, 홍삼 추출액 60ml, 오렌지 1/8개, 자몽 1/8개, 정향(향신료 일종) 1알. 시나몬(향신료 일종) 3cm, 후추 3알, 꿀 약간, 월계수 잎 한 장 만들기 | 1. 화이트와인에 모든 재료를 넣는다.
2. 10분간 끓인다. 알코올이 날아가면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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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 오리가슴살 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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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데미글라스 소스(브라운소스를 졸인 것)에 홍삼 엑기스를 넣는다. 홍삼 절편을 채 썰어서 꿀에 재웠다가 소스에 넣는다.
3. 마는 그릴에 구워 가니시(고명)로 활용한다. (감자 퓌레가 빠진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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