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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한국식 전통스키 발썰매와 설피 체험 대관령 눈꽃마을
한겨울 폭설에 묻히는 산간마을에선, 독특한 이동수단이 발달하게 마련이다. 유럽의 스키도, 개썰매도, 캐나다의 말썰매도, 일본의 눈터널도, 쌓인 눈을 헤치고 이웃과 이웃, 마을과 마을을 오고 가는 수단으로 쓰였다. 우리나라의 ‘설피’(사진)나, 나무를 깎아 만든 스키인 ‘발썰매’도 마찬가지. 설피가 눈 위를 딛는 면적을 넓혀 발이 빠지지 않고 걷게 하는 걷기용이라면, 발썰매는 길고 가는 나무판을 양 발밑에 묶고, 평지나 내리막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달리기용이다.
눈이 많이 내리기로 이름난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의 산속마을 차항2리. 별칭이 ‘눈꽃마을’이다. 한겨울, 이 마을 윗동네(안거래지)로 가면, 전통스키와 설피를 직접 타고 달려볼 수 있다. 자녀 동반 여행길이라면 눈 구경을 겸한 겨울 여행지로 딱이다.
“자, 이게 우리 발썰매란 겁니다. 스키와 모양이 비슷하죠? 우린 이걸 고로쇠나무를 깎아 만들어요.”
눈꽃마을 사무장인 정호일(44)씨가, 풀어놓은 집토끼들이 나대고 있는 눈밭(배추밭)에서 스키 모양의 기다란 나무판 두 개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옛날엔 이걸 타고 나무를 나르고 멧돼지 사냥도 했지요. 산토끼도 잡고.”
발썰매는 고로쇠나무의 가운데 토막을 베어내 1m 길이로 자른 뒤, 도끼로 쪼개고 대패질해 두께 3㎝가량의 나무판을 만들고, 이걸 물에 2~3시간 삶아 앞부분을 휘어 피나무껍질로 만든 새끼줄로 고정시킨 다음 일주일 정도 말리면 완성된다. 휜 부분에 뜨겁게 달군 인두로 V자 홈을 몇개 새겨두면 휜 상태가 유지된다고 한다. 이 판때기 가운데쪽에 4개의 구멍을 뚫어, 탈 때 발에 묶을 피나무껍질 끈을 매놓으면 완제품이 된다.
탈 때는 발에 끈을 단단히 묶고, 무게중심을 뒤로 둔 상태에서 쇠창(멧돼지 사냥용)을 이용해 균형을 잡으며 탄다. “이건 ‘에지’라는 게 따로 없지요. 방향을 바꿀 땐 몸을 크게 움직여 무게중심을 이동시켜서 돕니다.” 정씨는 발썰매가 “아무리 타도 물이 스며들지 않고 휘어지지도 않는다”고 자랑했다.
멧돼지 사냥을 나갈 땐 성황당에 제를 올린 뒤, 발썰매를 긴 쇠창과 함께 주루막(새끼로 꼬아 만든 배낭)에 넣어 지고, 설피를 신고 출발한다. 멧돼지를 발견하면 끝까지 추격하는데, 지친 멧돼지가 몸을 돌려 돌아설 때 창을 던져 잡는다고 한다. 잡은 돼지는 현장에서 잘라 주루막에 나눠 담고, 발썰매를 타고 하산한다. 차항2리의 ‘황병산 사냥놀이’는 도 무형문화재 19호로 지정해 보전하고 있다.
이 마을에선 해마다 1월 말 설피 신고 올라가 발썰매를 타고 빨리 멋지게 내려오는 걸 겨루는 ‘전통썰매대회’를 연다. 경기장 겸 슬로프는 감자밭이다. 황태·감자 등을 상품으로 준다. 튜브썰매를 이용한 스노 래프팅, 소코뚜레 만들기, 국궁 활쏘기, 눈썰매 타기 등도 즐길 수 있다. 장작난로를 피운 커다란 비닐집에선 몸을 녹이며 손만둣국·황태해장국 등을 맛볼 수 있다. 정호일 사무장 010-3058-3301.
평창=글·사진 이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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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항2리 주민의 발썰매 시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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