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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1.12 12:15 수정 : 2012.01.12 14:10

지난 5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주변 야산에서 산악스키를 연습중인 대학생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대관령·한라산에서 산악스키 즐기는 사람들…오르는 재미가 내려올 때 즐거움보다 쏠쏠

“남들이 가지 않은 눈길, 일반 산행으론 보기 어려운 경치를 즐기며 깨끗한 자연설 위를 스키로 달리는 것, 이게 산악스키의 멋입니다.”(알파인스키 7년, 산악스키 2년째인 배성천씨·26)

온 산이 눈으로 덮인 눈부신 겨울 한복판. 등산화만으로는 허벅지까지 눈에 푹푹 빠지며 한발씩 어렵게 내디뎌야 하는 숲길을 미끄러지듯 유연하게 오르는 사람들. 비탈길도 능선길도 웅덩이도 얼음판도 거침없다. 스키 신고 등산하는 산악스키 애호가들이다.

“산악스키는 특히 오르는 과정을 즐기죠. 내려오기만 하는 알파인스키는 짜릿하지만 순식간에 끝나잖아요.” 국내 유일의 산악스키(스키등반) 인터넷 카페(다음)인 ‘스노우 타이거즈’ 운영자 최희돈(40)씨는 산악스키를 “땀흘려 오르는 산행의 기쁨과 활강의 짜릿함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겨울레저”라고 설명했다.

산악스키 강습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선자령으로 가는 능선을 따라 스키를 타고 있다.
산악스키 강습 대학생들 “힘들지만 재미있어” “자, 여기서 스키 착용하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지난 5일 오전 강원도 평창 대관령의 옛 영동고속도로 휴게소 선자령 입구. 눈 덮인 등산로 들머리에 모여선 대학생 14명이 각자 지고 있던 스키를 내려놓고 부츠 앞부분을 고정시켰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대학산악스키연맹과 훠리스트 오클리 산악스키팀이 주최한 대학생 강습에 참가한 각 대학 산악부 학생들이다.

등산화만 신고, 스키를 타고 산을 오르는 초보자들을 따라 오르는 길은 험난했다. 등산로가 아닌 산길, 허벅지까지 빠져드는 눈길을 헤치고 따라가며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들었다. 학생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나무 사이를 헤쳐나가고 숱한 산능선을 오르내렸다. “저렇게 큰 웅덩이는 스키로 힘주어 밟으면 위험해요. 스키가 부러질 염려가 있으니 미끄러지듯 지나가야 합니다.” 산악스키팀 감독 박경이(46)씨가 끊임없이 행렬의 앞뒤를 오가며 일일이 학생들의 자세를 교정해줬다.

4시간여의 산악스키 체험 등반이 마무리된 뒤 학생들은 출발 때보다 훨씬 밝아져 있었다. “힘들긴 하지만 빠지거나 미끄러지지 않고 숲속을 헤쳐나간다는 게 멋졌어요.”(건국대 나노전자기계공학과 4년 이인수) “스키장보다 쉬울 줄 알았는데 눈밭길이 험해 정말 힘드네요. 하지만 걷는 것보다 훨씬 재밌습니다.”(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1년 윤성은) “눈길을 아무 데나 갈 수 있어 신기했어요. 계속 타고 싶습니다.”(관동대 광고홍보학과 1년 임문숙)

등반의 색다른 즐거움 주는 겨울레저 산악스키는 이탈리아·스위스·프랑스 등 알프스산맥 주변에서 발전해온 겨울등반의 한 방식이다. 스키를 신고 등산로나 임도, 오솔길을 가리지 않고 산을 오른다. 바인딩이 부츠 앞쪽만 결합되고, 뒤꿈치 쪽은 떨어지게 돼 있어 걷는 듯이 발목을 움직이며 스키를 타고 오를 수 있다. 오를 땐 스키 바닥에 ‘스킨’ 또는 ‘실’이라 부르는 미끄럼 방지용 접착테이프를 붙였다가 내려갈 땐 뗀다. 오를 때도 도보산행보다 빠르지만, 하산 땐 스키를 타고 내려오므로 더욱 빨라진다. 목적지에 이르면 뒷바인딩까지 고정시킨 뒤 자연설을 헤치고 산을 순식간에 내려오게 된다. 등반을 쉽고 안전하고 빠르게 하기 위한 수단이 산악스키다.

산악스키는 색다른 등반의 즐거움을 주지만, 때론 힘든 노동처럼 고통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스키 타고 등반할 만한 장소는 대개 산간 고지대여서, 한낮에도 영하 10도 이하로 예사로 떨어지고 살을 에는 강풍이 몰아칠 때가 많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장비와 식량을 담은 배낭을 메고 스키와 폴로 몸을 가누고 지탱하며 산을 올라야 한다. 눈이 덮이지 않은 지역이나 바윗길을 지날 때는 스키를 벗어 지고 올라야 한다.

지난 6일 용평스키장에서 만난 대한산악연맹 산악스키위원회 강정국 위원은 “산악스키는 등반의 한 기술”이라며 “힘들어 보여도 스키등반에 제대로 맛을 들이면 알파인스키는 싱거워서 못 탄다”고 말했다.

1924년까지 겨울올림픽 정식 종목 산악스키와 유사한 것으로 북유럽에서 발달한 크로스컨트리가 있다. 타는 게 비슷해 보이지만, 태생도 장비도 방식도 전혀 다르다. 크로스컨트리는 평지와 얕은 언덕, 숲길을 가로지르는 이동수단으로 타던 스키다. 플레이트가 좁고 부츠·바인딩 등의 강도가 약해 얼음판이나 거칠고 가파른 눈밭길은 타기 어렵고, 부츠 뒷부분을 고정시키지 않아 활강에도 적합하지 않다. 산악스키 부츠는 아이젠을 차고 걷거나 빙벽·암벽도 탈 수 있는 등산화다.

산악스키는 1924년까지 겨울올림픽 정식 종목이었다. 알파인스키의 원조다. 스키장에 동력을 이용한 리프트가 개발되면서 힘들게 스키 타고 산에 오르는 이들이 줄고, 활강 위주의 알파인스키가 뜨면서 산악스키는 쇠퇴의 길을 걸었다. 국내에서도 산악스키는 리프트를 갖춘 스키장이 들어서는 60년대 이전까지 금강산이나 설악산 산행 방식으로 이용됐다고 한다.

애호가 200명, 대관령·한라산·울릉도서 즐겨 국내에선 본격적인 스키산행을 즐길 만한 곳이 드문 게 사실이다. 적설량이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풍부하지 않고 산이 가팔라 탈 만한 공간이 적기 때문이다. 그래도 산악스키 애호가들은 폭설이 잦은 1월말이나 2월을 기다려 대관령 일대 능선과 목장 주변, 황병산, 한라산, 울릉도 성인봉 등을 찾아 스키등반을 즐긴다. 울릉도의 산악스키 애호가 최희찬(45)씨는 “해마다 100여명의 산악스키 애호가들이 성인봉을 찾아 스키등반을 즐긴다”며 “올해도 1월말부터 산악스키 페스티벌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산악스키 인구는 1000여명. 이 가운데 겨울철 주말마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인원은 100~200명 정도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즐긴다. 최근엔 대한산악연맹과 대학산악연맹에서 산악스키 강습을 해마다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 애호가들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산악스키인들은 조만간 산악스키협회 재건을 준비하는 등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목표로 꿈나무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대관령(평창)=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산악스키 입문정보
국내 대회도 있네

초보자 입문 이렇게 | 다운힐과 턴 등 일반스키 기본실력을 갖춰야 수월하게 배울 수 있다. 스키를 신고 도보와 활강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산악스키 경험이 있다고 단독 등반은 절대 금물이다. 강추위와 강한 자외선에 견뎌야 하므로 모자, 마스크, 고글 등은 필수다. 초보자에겐 헬멧을 권장한다.

어디서 배우나? | 대한산악연맹 산악스키위원회에서 해마다 1월초에 강습회를 연다. 2박3일 이론과 실습 과정 30만원. 대학생이라면 매년 1월초 한국대학산악연맹 강습에 저렴한 비용으로 참여할 수 있다. 2박3일 이론·실습 10만원. 1월13~20일 한라산에서 2회의 강습이 열리지만 이미 신청 마감됐다. 다음 카페 ‘스노우타이거즈’ 회원으로 가입하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산악스키대회도 줄줄이 | 올해 울릉도에선 야영을 포함한 성인봉 산악스키 페스티벌이 1월21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6주 동안 진행된다. 2월18~19일엔 용평스키장에서 발왕산을 오르내리는 강원도지사배 겸 아시아산악스키대회가 열리고, 2년간 중단됐던 산림청장배 산악스키대회도 부활돼 2월중 열린다.

산악스키 관련 연락처 | 대한산악연맹 산악스키위원회 (02)414-2750, 한국대학산악연맹 (02)552-8868, 다음 카페 ‘스노우타이거즈’ 운영자 최희돈씨 011-238-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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