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1.12 14:02
수정 : 2012.01.12 14:02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겨울 서핑 마니아 이희정·바네사 인터뷰…국내에도 상세한 해상정보 제공됐으면
서핑에 빠진 이들은 자나 깨나 파도 생각, 바람 생각뿐이다. 서핑 역사가 오래지 않은 국내에도 서핑 인구가 늘면서, 춥거나 덥거나 거의 매주말 바닷물 속에서 사는 이들이 생기고 있다.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들도 서핑 확산을 부채질하는 이들이다.
“겨울에도 매달 서너번 바닷물에서 놀죠” → 4년 경력 이희정씨 종합격투기 도장을 운영하는 이희정(37·서울 효창동·사진)씨. 경력 4년의 서핑 마니아다. 그가 요즘 운동 빼놓고 가장 관심 있게 들여다보는 건 ‘윈드 파인더’ 등 미국 기상정보 누리집이다. 거의 매일 틈나는 대로 누리집에 들어가, 동해안의 바람 세기와 방향, 파도 방향과 높이, 기온 등을 체크한다. “국내엔 상세한 해상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없어요. 주말에 파도와 바람 등 좋은 조건이 예상되면 카페에 글을 올려 카풀 인원을 모으죠.” 이씨는 이런 식으로 한달에 서너번씩, 주로 주말을 이용해 서핑에 나선다. 금요일 밤 2박3일 일정으로 떠나거나, 토요일 새벽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꽉 찬 1박2일 일정으로 서핑을 즐긴다. 그가 겨울에 주로 찾는 곳은 강원도 양양 기사문리 해변과 죽도 해변, 인구리 해변이다. 겨울에 동해 북동쪽 먼바다에서 밀려드는 “크고 깔끔한 파도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양양 기사문리 해변에서 만난 이씨는 “다른 취미생활도 그렇겠지만, 서핑도 중독성이 있다”고 했다. “남들은 미쳤다고 그러죠. 엄동설한에 바다에 들어가 노는 걸 보고. 그래도 이게 제일 좋은데 어쩌겠어요.” 이씨는 7년 전 오스트레일리아로 전지훈련을 갔다가 서핑을 접하고, 곧바로 ‘파도와의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돌아와 국내에서도 서핑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본격적인 ‘서핑 중독자’의 길로 들어섰다. 서핑에 빠진 뒤 다른 종목엔 “전혀 관심이 없다.”
“동해안 겨울서핑 재미 최고래요” → 호주인 바네사 지난달 30일, 강릉 경포 해변. 서핑을 즐기는 이들 중 늘씬한 외국인 여성이 보인다. 이날은 파도가 크지 않은데다, 외국인 서퍼의 큰 키에 눌려 파도는 더 작아 보였지만, 그는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파도가 작아도 서핑하기엔 아주 좋다. 최고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1년 전 한국에 온, 원주 삼육초등학교에서 영어 강사를 하고 있다는 바네사(28·사진)다.
10대 때부터 서핑을 즐겨왔다는 그는 “한국에서도 서핑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놀랍고도 기뻤다”며 “영어 강사 동료들과 함께 수시로 바다를 찾는다”고 했다. 그는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영국·남아공 출신 5명의 동료 남자 강사들과 함께 눈발 날리는 경포 해변에서 3시간이나 서핑을 즐겼다. 다음날 아침, 양양 기사문리 해변에서 다시 그의 일행과 마주쳤다. “이곳 파도가 더 좋아 장소를 옮겼다”고 했다. 국내 서퍼들과는 서로 안면이 있고 서핑 정보도 나누는 사이다. 기사문리에서 서핑숍을 운영하는 전원철씨는 “양양·강릉 해변을 단골로 찾는 외국인들만 50여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양양=글·사진 이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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