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1.12 14:16
수정 : 2012.01.1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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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시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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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장터의 재발견 5대 전통시장 탐방기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는 장날보다 요란하다. 하얀 셔츠에 검은 조끼, 반짝이는 에나멜 구두로 한껏 멋을 낸 어머님들은 “온 동네 우사(창피) 다했다”며 부끄러워하신다. 바로 부전시장 여성상인 댄스 스포츠 팀 ‘부전 날라리’다.
부전시장은 부산 부전마켓타운 안에 있다. 부전마켓타운은 인근 6개 시장이 모여 만든 시장 연합. 점포 수만 해도 4000개가 훌쩍 넘는다. 그중 ‘현대스포츠 골목’이라 불리는 곳에는 ‘콜라텍’이 다섯개나 모여 있다. 그러나 정작 수십년을 이곳에서 살아온 여성 상인들은 콜라텍에 발 한번 들여놓을 엄두를 못 낸다. 놀 줄을 몰라서가 아니다. 놀면 안 되는 줄 알아서다.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여성 상인들에게 멋지게 노는 법을 알려드리기로 했다. 신바람 건강춤과 마사지 서비스를 시작으로 ‘날라리 낙타’들은 슬슬 바람을 잡기 시작했다. ‘날라리 낙타’는 부전시장의 마스코트다. 낙타는 무거운 짐을 등에 진 채 뜨거운 태양과 모래바람을 묵묵히 견디며 걷는다.
평생 가족 뒷바라지만 하며 살아온 이분들에게 가장 먼저 삶의 재미를 알려드리고 싶었다. 상인 쉼터 ‘사랑방’을 만들어 중년 여성의 삶에 관한 인문학 강좌 시리즈를 열었다. 문화에 대한 여성 상인들의 갈증은 예상보다 깊었다. 상인들에게 직접 물었다. “여러분은 무엇을 배워보고 싶으시냐”고. 설문 결과 ‘댄스 스포츠’가 1위를 차지했다. 매일 콜라텍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구경만 하며 상인들은 흥이 고팠던 모양이다. 제대로 춤도 가르쳐드렸다. 틈틈이 연습한 끝에 지난달 열린 여성 상인 한마당에서는 성황리에 공연까지 선보였다. 처음 손사래를 치며 민망해하던 상인들은 이제 손님이 뜸한 오후 1시면 너나 할 것 없이 사랑방을 찾는다. 신나는 노래에 맞춰 한번 흔들고 나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단다.
여성 상인들과 함께 부전시장의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꾸려가는 또 하나의 축, ‘봉다리 낙타’가 있다. 시장 안에서 모든 물건을 담아내는 ‘봉다리’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열혈 청년들은 시장과 문화 사이에 ‘좋은(Bon, 프랑스어로 ‘좋은’이라는 뜻) 다리(Dari)’를 놓는 중이다. 이들은 ‘시장통 폰 영화제’와 ‘낙타빵 제과’, ‘시장통 골목투어’ 등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들을 모아 부전시장 특유의 문화코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땅만 보고 걷던 ‘그냥 낙타’ 상인들이 이제 놀 줄 아는 ‘날라리 낙타’로 변신한 것이다. 이왕 힘든 짐 지고 걸어가는 길, 가벼운 스텝이라도 밟으며 함께 가면 조금 덜 힘들지 않을까. 세상의 모든 낙타 어머님들께 존경과 감사를 전한다.
김상화/부산예술대학 교수·문전성시 프로젝트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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