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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1.19 11:18 수정 : 2012.01.24 10:43

잘될거야 향복분식의 떡볶이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떡볶이’를 솔푸드(soul food)라고 꼽는 친구가 있습니다. 근래 몇년새 익숙해진 단어인 ‘솔푸드’는 본래 미국 노예제 사회에서 내려온 남부 흑인들의 음식을 의미하는데 거기에 담긴 흑인 노예들의 고단함과 슬픔의 뉘앙스를 가져와 ‘영혼을 위로하는 음식’ ‘힘들 때면 떠오르는 음식’ 정도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

솔푸드까지는 아니더라도 떡볶이는 전국민의 특별식입니다. 대단해서가 아니라 소박해서 특별합니다. 초딩 시절 한 가락에 십원 하는 떡볶이를 먹기 위해 엄마 주머니에서 동전을 뒤지거나 접시에 한 가락 남은 떡볶이를 쟁탈하기 위해 친구들과 신경전을 벌이던 기억 등 누구나 떡볶이에 관한 추억 한 자락은 가지고 있을 겁니다. 학교 졸업과 동시에 졸업할 것만 같던 ‘저렴한’ 입맛은 지금까지도 혀끝 깊숙이 박혀 있어, 잊을 만하면 생각나고, 출출한 저녁이면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떡볶이입니다.

요새 떡볶이집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회사 근처에도 전에는 두세 군데 있던 떡볶이집이 예닐곱 군데로 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늘고 있는 떡볶이집들은 어린 시절 아주머니에게 부탁하면 한두 가락, 때로는 한 주걱 움푹 더 담기던 구멍가게가 아니라 쾌적하고 널찍한 프랜차이즈 떡볶이집들입니다. 메뉴와 양 등이 계량화됐을 뿐 아니라 포장 주문을 하면 각진 그릇에 깔끔하게 밀봉포장까지 해줍니다.

온통 같은 간판의 빵집과 편의점이 동네 특색을 지우는 요즘 그나마 골목의 온기를 지탱해주던 떡볶이집마저 같은 모습으로 바뀌는 풍경이 아쉽습니다. 또 떡볶이집은 돈 없는 자영업자의 마지막 보루와도 같았는데 이 종목마저 기업이 빼앗아가고 있는 모양새라 더 씁쓸합니다. 표지기사에 등장한 20년, 30년 된 떡볶이집은 그래서 반갑지만 이 할머니들마저 떠나면 어쩌나 근심도 듭니다. 이번 귀향길에 추억의 떡볶이 맛도 한번 되새김질해보고 돌아오시길.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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