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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1.19 14:58 수정 : 2012.01.19 14:58

웃긴 여행 울린 여행

2008년 연말, 우리 가족은 필리핀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일정 가운데 하루를 작은 비즈니스호텔에서 묵게 되었는데, 그곳 엘리베이터 안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엘리베이터는 딱 그 호텔 규모에 맞는 아담한 크기였는데, 엄마와 나와 여동생, 그리고 한 외국인 남자가 함께 타니 답답함을 느낄 정도로 꽉 찼다. 우리도, 그 남자 외국인도 다소 어색하게 멀뚱멀뚱 서 있었는데, 엄마가 갑자기 그 외국인을 보며 “오픈 유어 백!”(Open your bag!) 하고 외치는 게 아닌가. 나와 동생도 놀랐지만, 그 외국인은 정말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백팩을 움켜쥐고 물러서며 벽에 딱 붙어서더니, 겁먹은 표정으로 “왜?” 하고 물었다. 아뿔싸! 엄마는 그 외국인의 가방이 활짝 열려 있는 걸 보고 친절하게 알려주려 했던 거였다. 급한 마음에 그만 ‘가방을 열라’고 말해버린 것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떼의 동양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다짜고짜 “네 가방 열어!”라는 말을 들었으니 얼마나 놀라고 당황스러웠을까. 다행히 영어가 조금 되는(?) 나와 여동생이 간신히 웃음을 참아가며 설명한 끝에 사건은 해결됐다. 우리는 그 외국인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나서야 참았던 웃음을 터뜨릴 수 있었다. <끝>

심지수/서울시 강남구 도곡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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