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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1.19 14:58 수정 : 2012.01.19 14:58

산둥식 오향통닭

[매거진 esc]

장수·풍요·행운 기원하는 세계 각국 새해 명절 음식들

우리는 정월 초하루에 떡국을 먹으며 그해의 평안을 빌고 다 함께 복을 기원한다. 세계 각국도 새해의 시기와 풍습, 먹는 음식은 다르지만, 모두 일년 내내 좋은 일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다. 소망은 음식에 담겨 있다. 나라마다 다른 설 음식 여행을 떠나보자.

글 이은숙/월간 <쿠켄> 편집장·사진 제공 <쿠켄>

장수를 기원하는 중국 ‘개채’ → 중국도 우리처럼 음력설을 성대하게 지내는데, 이를 ‘춘절’(春節)이라 부른다. 한 해가 시작되는 시각을 말하는 개정(開正: 카이정)에는 하루를 처음 연다는 의미에서 친척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린다. 이때 먹는 음식으로는 개채(芥菜: 제차이)와 구채(구菜: 주차이), 계(鷄: 지), 어(魚: 위)가 있다. 개채는 속칭 장생채(長生菜)라고도 하는데 장수를 뜻한다. 부추요리인 구채는 음조가 영구할 구(久)자와 같아서 먹으면 오랫동안 복을 누린다는 뜻이 담겨 있다. 재료도 쉽게 구할 수 있어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다. 계는 닭고기를 먹으면 온 가족이 복을 누린다(全家福)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춘절에 항상 닭고기를 먹는다. 산둥식 오향통닭은 특히 인기다. 다양한 양념을 넣고 재운 닭을 노르스름하게 튀겨 중국식 소스에 찍어 먹는다. 어는 부유한 생활을 희망한다는 뜻이 담겼다. 이런 재료는 일년 내내 볼 수 있고, 평소에 즐겨 먹는 것이기는 하지만 큰 의미를 하나 더 부여해서 많은 복을 누리고 여유있게 살라는 기원을 담고 있다.

신에게 바치는 일본 ‘오세치요리’ → 일본에서 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오세치요리’다. ‘오세치’란 말은 ‘오세치쿠’(御節供)의 준말이다. 일본인들은 오절구(음력 1월1일, 3월3일, 5월5일, 7월7일, 9월9일)에 신에게 음식을 바쳤다. 그 음식이 오세치다. 지역마다 맛과 향이 달랐다. 오세치요리는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난 다음 일본의 대표적인 설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5단의 네모난 상자에 각양각색의 음식을 가득 담는다. 요즘 일본의 젊은 주부들은 3단 정도 준비한다. 오세치요리에는 검은콩조림, 멸치조림, 찐 새우, 연근조림, 청어알조림, 등자나무, 도미, 니시키 달걀 등 다양한 요리가 들어간다.

오세치 요리
의미도 다양하다. 검은콩은 ‘건강’, 말린 청어알은 ‘자손 번영’, 말린 멸치는 ‘풍년·풍작 기원’, 황밤은 ‘승리’, 등자나무는 ‘자손이 대대로 번영하기’를 상징한다. 도미도 빠지지 않는다. 도미는 ‘축하’를 뜻하는 생선으로 결혼식이나 축하 행사에서도 단골로 등장한다. 니시키 달걀은 재미있다.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를 나눠 두 가지 색으로 만든 요리로 ‘축하’의 뜻을 담은 호화로운 음식이다. 토란은 ‘자식이 많도록’이란 소원을 담는다. 홍백 어묵은 축하용으로 빠지지 않는 음식이고, 강낭콩과 고구마를 삶아 으깨 밤 등을 넣은 단 음식인 구리킨톤은 눈에 비치는 황금색과 화려한 모양 때문에 오세치요리를 더욱 빛낸다. 으깬 생선살을 달걀로 부친 다테마키는 먹음직스러운 달걀 요리이다.


이 모든 음식을 다 만들지는 않는다. 만들기 쉬운 몇 가지 요리만 가정에서 만들고 나머지 음식은 사는 편이다. 최근에는 고급화되고 현대화되면서 진풍경도 연출된다. 유명 레스토랑의 서양식 오세치요리라든지, 유명 식당의 정통 오세치요리 등은 몇만엔이 훌쩍 넘는데도 예약 판매 시작종이 울리는 동시에 매진된다. 오세치요리와 함께 먹는 요리는 오조니다. 한국의 떡국과 비슷하다. 오조니는 채소, 생선 등으로 우린 국에 떡을 넣어 끓인 요리인데, 우리네처럼 오조니를 먹어야 한살 더 먹는다 했다. 간토(관동)지방에서는 간장 맛국물에 네모난 떡을 넣었다. 마치 떡이 둥둥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간사이(관서)지방은 떡이 둥글고, 된장 맛국물에 내용물이 더 다양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나시 쿠닝
부자 되세요 인도네시아 ‘나시 쿠닝’ → 적도의 ‘먹거리 천국’이라 불리는 인도네시아. 땅콩소스를 곁들여 먹는 채소 샐러드인 ‘가도가도’와 ‘나시 쿠닝’, 닭튀김 요리인 ‘아얌 고렝’이 설에 먹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명절, 생일, 결혼식 등에 축하의 의미로 나시 쿠닝을 만들어서 대접한다. 나시 쿠닝은 코코넛과 향신료 쿠닛을 넣어 맛을 낸 노란색 밥 요리다. 인도네시아에서 노란색은 금은보화와 풍부한 먹거리를 상징한다. 산처럼 높이 쌓아 희망, 이상, 꿈을 염원한다. 발리에는 힌두교 달력인 사카력 기준으로 신년에 해당하는 녀피(Nyepi)가 있는데, 이날은 불도 밝히지 않고 일도 하지 않는다. 성직자들은 악마를 쫓아내는 노래를 부르고, 저녁에는 발리인들이 징과 심벌즈를 울리며 악마의 활동을 가라앉히는 의식도 한다. 또 마을마다 사람들은 민속의상을 입고 전통악기 가믈란을 연주하며, 음식으로 아름다운 제단을 만들어 바다의 신에게 바치는 의식을 거행하기도 한다.


참포네
행운을 담은 돼지족발 이탈리아 ‘참포네’ → 이탈리아에서도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세밑새해는 우리만큼이나 모든 이들이 기다리는 축제 기간이다. 멀리 있던 가족들이 한데 모여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정을 돈독히 한다. 12월의 마지막 날에는 폭죽을 터뜨리고 샴페인을 마시며 아무하고나 바초(bacio: 입맞춤)를 하는 풍습이 있다. 나폴리에서는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순간 소리를 지르며 못 쓰는 도구를 창밖으로 집어던지는 액땜 풍습도 볼 수 있다.

이탈리아 전역에서 새해에 제일 많이 먹는 음식은 참포네일 것이다. 이탈리아 중·북부 지역인 에밀리아로마냐의 모데나에서는 새해의 행운을 비는 의미로 돼지 다리의 뼈를 발라내고 껍질에 속을 채워 돼지족 모양으로 만든 참포네와 렌틸콩 요리를 즐겨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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