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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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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도훈의 싱글 앤 더 시티
쇼핑 취향의 변천사로 분석해본 나의 심리 상태 쿠션 커버를 샀다. 그렇다. 이번에도 뭔가를 산 이야기다. <싱글 앤 더 시티> 마지막 회에 걸맞은 글을 써야겠다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웬걸. 삼십대 중반의 독신남으로 살아가는 번민과 연민과 자기성찰의 글 따위를 원대하게 써봐야 대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자기성찰에 이르고야 말았다. 이 글을 지금까지 읽어온 독자들이라면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 칼럼에 삼십대 독신남의 유의미한 자기성찰 같은 건 애초부터 없었다. 굶어죽지 않을 정도의 돈을 버는 삼십대 중반의 남자가 이런저런 쓸모없는 것들을 구입하고 잠시나마 삶의 희열에 들떠 인생에 대한 고민도 아주 가끔 하는, 딱 그 정도의 칼럼이었다. 사실 <싱글 앤 더 시티>라는 칼럼의 제목부터 <섹스 앤 더 시티>의 유사품에 가까운데, 그렇다고 내가 캐리 브래드쇼처럼 속 시원하게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어쨌든, 쿠션 커버를 샀다. 늑대가 그려진 커버다. 나는 서울에서 혼자 산 7년 동안 모두 다섯번 정도 쿠션 커버를 갈았다. 처음에는 단색의 쿠션이었다가, 점점 기하학적인 무늬가 있는 쿠션으로 바뀌었고, 결국 늑대의 얼굴이 진하게 박혀 있는 쿠션이 소파 위를 차지했다. 쿠션 커버를 바꾸는 행위에는 아마도 세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 쿠션 커버가 낡아서다. 둘째, 쿠션 커버가 지겨워져서다. 셋째, 마음에 드는 쿠션 커버로 갈아끼운 다음 내 취향을 누군가에게 들키기 위해서다. 누구도 당당하게 인정하지는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어쩌면 셋째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무언가를 구입할 때 내 마음에만 쏙 드는 것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남들에게 보여졌을 때 나의 특별한, 특이한, 특정한 취향이 드러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물건을 산다. 무색의 쿠션 커버든 늑대 쿠션 커버든, 세상의 모든 쿠션 커버에는 등을 대고 앉은 사람의 취향과 태도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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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후느이 싱글 앤 더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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