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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02 15:44 수정 : 2012.02.02 15:44

[매거진 esc] 독자사연 사랑은 맛을 타고

작년 마흔한살에 동갑인 남편과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1년간의 긴 세계여행을 떠났다. 남편도 나도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떠난 여행길이었다. 여행하면서 한국 음식은 그럭저럭 해먹기도 하고 사먹기도 했지만 중동지역에서는 쉽지 않았다. 한국 음식이 못 견디게 그리웠다. 약간 느끼한 듯, 뭔가 약간씩 다른 중동 음식에 지쳐갈 즈음, 낯선 나라인 시리아의 알레포에 도착했다. 알레포에 도착한 첫날부터 남편과 아들은 배탈로 고생을 하기 시작했다. 병명은 낭만적이게도 ‘여행자의 설사병’이었다. 평소에 가장 비실대던 나만 멀쩡한 상태였다. 가지고 다니던 쌀로 호텔 부엌에서 눈치를 봐가며 미음을 끓여야 했다. 남편과 아이는 여기 두고 자기와 함께 떠나자는 호텔 매니저의 고마운 농담까지 들어가면서.

며칠간 끼니를 제대로 못 먹는 바람에 볼이 홀쭉해진 우리 가족은 입맛에 맞는 뭔가를 찾기 위해 알레포를 돌고 돌다가 ‘테이스트 오브 아시아’란 식당을 찾아냈다. 그중에서 유일한 한국 음식이자 눈물나게 반가운 메뉴는 ‘코리안 바비큐’였다.

‘아마 갈비인가 보다’ 하고 이 코리안 바비큐 두 개와 일본 스시를 주문했다. 일본 스시가 먼저 나왔는데, 라면그릇만한 커다란 대접에 한가득 담겨 나온 일본 된장국인 미소에는 고기 기름이 둥둥 떠 있었다. 놀라는 우리 얼굴을 보면서 웨이터는 이 식당의 비장의 메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맛은 생각보다 괜찮아서 중동식 소고깃국이라고 생각하고 맛있게 먹었다. 드디어 코리안 바비큐가 나왔는데, 난감했다. 한국에선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맛이었다. 간장을 뿌려 구운 맛이 나는 스테이크에, 불면 날아갈 듯한 쌀밥, 볶은 야채, 식초를 많이 넣어 엄청 신맛이 나는, 김치를 흉내 낸 듯한 야채무침이 나왔다. 한번도 한국에 와본 적이 없고 한국 사람이 만든 음식을 먹어보지 않은 주방장이 만들었음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웨이터에게 실제 한국 바비큐는 이것보다 훨씬 단맛이 난다는 둥 한국 음식 이야기를 쏟아냈다. 한국에선 도저히 재현될 수 없는 코리안 바비큐, 가끔씩 그 맛이 그리워지는 것은 여행이 주는 기쁨이었다. 정 많은 시리아 사람들이 그립다.

알레포를 떠나면서 남편에게 호텔 매니저가 같이 도망가자고 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남편의 반응은 단 한마디뿐이었다. “미~친놈.”

안현주/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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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맛을 타고’ 사연은 한겨레 esc 블로그 게시판이나 끼니(kkini.hani.co.kr)의 ‘커뮤니티’에 200자 원고지 6장 안팎으로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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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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