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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실장(벤자민카데트·왼쪽), 윤춘호 실장('토'·toё·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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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서 만난 신진 디자이너 최형욱·윤춘호의 모험기
신진 패션디자이너 전성시대. 이들을 등장시킨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젝트런웨이 코리아’(프런코)는 벌써 4번째 시즌을 방영중이다. 전성시대라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실 속에서 ‘서바이벌’은 더욱 고되다. 고상한 자세로 디자인 스케치만 하고 앉아 있을 수 없는 처지다.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이들에게 모험이다. 기존 패션업체의 틀 안에서 일했더라면 겪지 않았을 수도 있는 일. 그럼에도 그 도전을 선택한다. 일부는 성공하고 많은 사람들은 실패한다. 1년에 수십개씩 쏟아지는 신진 패션디자이너 브랜드들 사이에서 갓 돌을 넘긴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들을 찾았다. 1년이 아니라 오래도록 제자리를 지켜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패션에 대한 열정과 애정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다. 돌을 넘겨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는 디자이너, 최형욱 실장(벤자민카데트·사진 왼쪽), 윤춘호 실장(토·to<00EB>·오른쪽)이 그 주인공이다. 브랜드의 생명은 ‘특징’인데한국은 여전히 ‘적당한’
디자인이 주류를 이루는 게 아쉬워 이 둘은 서울 동대문의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있다. 이들 말고도 48명의 디자이너들이 모여든, 그야말로 신진 패션디자이너들의 ‘아지트’다. 얼마 전에는 운영 주체의 비리 문제로 폐쇄 논란이 일었지만, 다행히도 운영 주체를 교체한다는 선에서 일단락돼 계속 운영될 예정이다. 이곳에 둥지 튼 지 2년이 된 최형욱 실장은 “작업실과 부대시설을 지원해주니 이제 막 시작하는 패션디자이너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곳”이라고 말했다. “같이 입주한 디자이너들과의 정보공유가 원활하다는 점이 가장 좋다. 1년 전에 브랜드를 만들어 시작하려고 할 때 심지어 사업자 등록도 어떻게 하는지 몰랐는데, 그런 정보들도 서로 알려주며 도움을 주고받게 된다”고 윤춘호 실장은 옆에서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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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디자이너가 만든 ‘벤자민카데트’의 옷. (브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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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디자이너들이 하루빨리 튼튼한 뿌리를 내렸으면 하고 바라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의 옷에선 천편일률적인 기성 의류에 없는 ‘재미’와 ‘다양성’을 찾을 수 있다. 윤춘호 실장은 “외국 기성복 브랜드들은 특징이 명확한 브랜드들이 있지만, 아직 한국은 판매될 법한 기준을 맞춘 ‘적당한 옷, 브랜드’가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적당한 옷들 사이에서 이들의 옷은 점점 주목받고 있다. 브랜드 론칭 뒤 1년 동안 12곳이 넘는 온·오프라인 매장을 뚫어 납품을 시작했다. 요사이 ‘잘나간다’는 서울 가로수길과 홍대 앞뿐 아니라, 대구와 광주 등 전국의 디자이너 편집숍에는 거의 빠짐없이 이들의 옷이 걸려 있다. 동대문처럼 많은 소재 구비하고
재봉 기술도 수준급
생산까지 빠른 곳 찾기 힘들어 이들에게 한국 시장은 다소 갑갑하고 비좁게 느껴지리라. 그러나 또 디자이너에게 이만한 곳이 없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은다. 바로 ‘동대문 인프라’ 때문이다. 최형욱 실장은 “동대문처럼 많은 소재들을 찾을 수 있고, 재봉 기술도 수준급이면서 생산까지 빠른 곳은 다른 나라에서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제 국외 바이어들도 “메이드 인 코리아로 계속 생산해줘야 한다”고 요구한단다. 이렇게 동대문에서 만든 최형욱 실장의 옷은 프랑스 파리 마레지구의 편집숍에서도 팔리고 있다. 윤춘호 실장은 얼마 전 홍콩 전시회에 참가했다가 중동 등에 옷을 팔았다. 연예산업 뒤에 올해 패션산업계의 한류가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그들에게 ‘컬렉션 무대’를 꿈꾸지 않느냐고 물었다. 패션디자이너 세계의 처음과 끝 아니던가? 그러나 의외의 답. “브랜드 기반부터 탄탄하게 다져놓고 컬렉션 무대에 서고 싶다.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 한 시즌을 위해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옷을 시장에 내놓아 브랜드를 스스로 테스트해보는 게 더 앞선 순서인 것 같다”고 최형욱 실장은 말했다. 윤춘호 실장은 “패션위크 같은 데서 패션쇼를 한번 하고 그 뒤로 브랜드도 못 내고, 쇼도 못하는 데도 많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오랫동안 그들의 재미있고 신선한 옷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이런 자세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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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춘호 디자이너의 ‘토’(toё)에서 내놓은 2012년 봄옷. (브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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