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2.09 12:00
수정 : 2012.02.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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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어내라 가볍게 더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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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20년 여행 경력 김형렬씨가 알려주는 짐싸기 비법
그림을 그릴 때나 사진을 찍을 때 한 컷 안에 많은 피사체를 담는 것보다 덜어내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여행가방 싸는 것도 이런 작업과 닮았다. 겨우 며칠간의 여행인데도, 막상 멀리 떠난다는 생각에 이것도 가져가야 할 것 같고 저것도 필요할 것 같다. 당연히 가방은 넘치고, 무엇을 빼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된다.
내게 여행가방 싸기의 제1원칙은 ‘가볍게 하기’다. 무거운 가방은 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여행자를 괴롭힌다. 공항버스에 탈 때, 현지 공항에 내려 택시 트렁크에 넣으려고 힘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호텔 방에 풀어놨던 짐을 다시 쌀 때,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을 보면 ‘이걸 여기까지 왜 가져왔지?’ 하는 후회가 절로 든다. 가볍게 싸려면 여행가방이 크지 않아야 한다. 크면 채우고픈 욕망이 생긴다. 큰 가방인지 아닌지의 기준은 기내에 들고 탈 수 있느냐 없느냐다. 일주일짜리 여행에 이보다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은 스스로 짐꾼이 되는 길이다. 기내에 짐을 들고 타면 공항 수속 시간도 크게 줄어든다.
의류는 적을수록 좋다. 셀레브리티들의 공항 패션이 신문·방송을 장식하지만 그것 따라하다가는 이민용 가방을 준비해야 한다. 나는 오래돼 낡은 양말·속옷·티셔츠 등을 모아뒀다가 여행 갈 때 한번씩 입고는 버리고 온다. 동남아는 나라마다 바틱 등 고유한 디자인의 값싼 옷가지들이 있어 기념품 삼아 사 입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겨울에 더운 나라를 여행할 때는 겨울옷을 공항 택배회사나 세탁소 보관서비스를 이용해 맡기면 편리하다. 세면도구는 작은 가방에 따로 담고 다니는 게 편리하다. 난 여벌의 신발 또는 출장용 드레스셔츠를 가져갈 때도 전용 백에 담아 간다. 하지만 모든 여행물품을 전용 백에 담는 건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사실 여행물품을 분류해서 담는 데 비닐봉지만큼 편리한 것이 없다. 평소에 튼튼한 비닐주머니를 얻으면 잘 뒀다가 슬리퍼 등을 담아 갈 때 쓰면 요긴하다.
안경을 쓰는 나는 여벌 안경도 챙긴다. 렌즈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 나라에 따라 안경·렌즈 구입 방법이 다르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또 요즘은 카메라·휴대전화·노트북 등 가지고 다니는 디지털 기기가 많다. 멀티 어댑터와 여벌 배터리도 챙겼는지 확인을 거듭하는 것들이다. 비 올 때를 대비하여 튼튼한 접이식 우산도 챙긴다. 장기간 여행할 땐 비옷이 좋다. 여행 도중 단 하루만 비가 와도 이들의 유용성은 대단하다. 여행에 필요한 걸 모두 한국에서 준비해 간다는 것도 선입견이다. 생활필수품을 사기 위해 슈퍼마켓과 시장을 돌아다니는 것도 여행이 주는 쏠쏠한 재미다.
그럼, 내가 갖고 다니는 여행가방(사진)을 소개하겠다. 비행기 안에 들고 탈 수 있는 크기의 배낭 겸 트렁크다. 트렁크처럼 바퀴가 달려 있어 끌고 다닐 수 있고, 배낭처럼 어깨에 멜 수도 있는 가방이다. 큰 배낭과 지퍼로 연결된 새끼배낭을 분리해 쓸 수 있어 아주 좋다. 옆 수납 공간에는 물병이나 우산을 꽂는다. 나랑 10년을 함께 돌아다닌 ‘동반자’다.
글·사진 김형렬/호텔자바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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