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2.09 16:06
수정 : 2012.02.0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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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스타워즈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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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토이 스토리
초등학생 시절 가장 인기 있던 친구는 거의 매달 해외 출장으로 집을 비우는 부모님을 둔 친구였다. 친구의 부모님이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신 이튿날이면 학교가 끝나자마자 친구 집으로 함께 달려가 새 장난감 자랑을 듣는 동시에, 그 친구가 뒷줄로 밀어놓은 장난감을 갖고 놀곤 했다. 우리는 사자 다섯 마리가 합체하는 킹라이온(원제: 백수왕 고라이언)이나 금속 재질의 그랜다이저 같은 슈퍼로봇, 우리나라에서는 구할 수 없던 레고를 서로 차지하려고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다국적군의 호위를 받던 장난감 왕국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주말의 명화에서 튀어나온 엑스윙(사진)과 밀레니엄 팔콘은 포스를 앞세워 슈퍼로봇을 무릎 꿇렸고, 레고 ‘캐슬’을 모래성처럼 무너뜨렸다. 그리고 스페이스 오페라에 매료된 소년들은 하나둘씩 자신만의 우주로 떠나버렸다.
소년들이 다시 레고의 포로가 된 건 3D로 단장하고 영화팬을 찾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이 처음 개봉한 1999년이다. 때맞춰 레고가 스타워즈 시리즈를 내놓자, 어른이 된 소년들은 잃어버렸던 동심의 연결고리를 찾아 지갑 속에 숨겨둔 포스를 방출했다. 그 백미는 2007년에 나온 밀레니엄 팔콘이다. 10179란 제품 번호가 붙은 이 낡은 우주선은 생산이 중단된 뒤 웃돈이 붙어 지금은 200만원이 넘는다. 레고 관련 인터넷 카페를 뒤지면 조금 저렴하게 우주여행을 떠날 수 있는데, 물건을 올린 상대가 잊었던 옛 친구일지도 모르니 어디 초등학교 나왔냐고 물어보는 것도 잊지 말자.
조정제/〈스터프코리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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