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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09 16:41 수정 : 2012.02.09 16:41

대부도 바지락칼국수

[매거진 esc]

요리사 윤정진, CJ 브랜드 전략 고문 노희영, 배우 김성수가 찾아간 대부도 바지락칼국수

“칼국수처럼 지역마다 개성이 다양한 음식도 없는 것 같아.” “난 다 맛있던데.(웃음)” “그래도 제일 맛있는 건 바지락칼국수지.” 지난 3일 찬바람이 쌩쌩 부는 서해안 대부도(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 동주염전에서는 3명의 미식가들이 옷깃을 여미고 있었다. 아침 최저기온 영하 21도. 살 떨리게 추운 날, 한식요리사 윤정진씨와 씨제이(CJ)그룹 브랜드 전략 고문 노희영씨, 배우 김성수씨가 대부도에서 뭉쳤다. 오직 대부도 바지락칼국수를 맛보겠다는 일념이다. 윤정진씨는 <한국방송>의 ‘6시 내 고향’에 출연해 전국을 돌며 우리 향토음식을 맛본 이다. 그 덕에 ‘장터의 장동건’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우리 맛에 각별한 애정이 있다. 노희영씨는 ‘비비고’ 등 씨제이의 음식 관련 브랜드 전략을 짜는 이다. 김성수씨는 국수 마니아라고 자처하는 미식가 배우다. “대부도가 바지락칼국수의 고향입니다. 남쪽은 바지락이 아니라 모시조개, 백합 등으로 칼국수 육수를 내죠. 그만큼 바지락 살이 많이 들어가요. 감칠맛을 내는 핵산도 넉넉하게 녹아들어 맛있습니다.” 윤정진씨가 대부도를 찾는 이유를 설명한다.

바지락칼국수의 완성은 소금이다
오직 소금으로만 간을 한다

대부도 바지락칼국수 탄생의 주역은 염전이다. 지금은 명맥을 유지하는 염전이 동주염전 등 7개지만 1960년대만 해도 열개가 넘었다. 뜨거운 태양이 온 힘을 다해 바닷물을 없애면 눈송이처럼 흰 소금이 세상에 나왔다. 그 소금을 긴 판으로 이리저리 쓸어 담는 일은 사람의 몫이었다. 등짝이 벌겋게 달아오른 염전 인부들의 출출한 배는 바지락이 듬뿍 들어간 칼국수가 위로했다. 구하기 쉬운 재료로 만든 간편식이었다.

농부들의 새참이 붉은 고추장과 나물을 쓱쓱 비빈 밥이었다면 염전 인부들의 새참은 담백한 바지락 향이 풍기는 길고 가는 국수 다발이었다. 44년째 대부도에서 살고 있는 주민 심인자(71)씨는 “우덜 섬은 밀농사 안 했어. 인천 연안부두에서 2시간 반 걸려 밀가루 실은 배가 오면 받아갔지. 20㎏ 어깨에 메고 가는데 힘들면 주저앉았어”라고 그때를 회상한다. “막히기 전(방조제가 생기기 전)에는 낙지, 조개, 굴 같은 거 캐서 팔아 돈 벌었어. 막히니깐 갯벌이 점점 없어지는 거야. 못 캐지. 바지락칼국수 명물 되고 하니깐 동네 사람들이 만들어 팔게 된 거야.” 대부도는 선감도, 불도, 탄도 등의 6개의 작은 섬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1980년대 후반 이 섬들을 잇는 방조제가 생기자 외지인들의 왕래가 늘었다. 선감도와 대부도를 잇는 방조제 부근 포장마차에서 처음 바지락칼국수를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1997년 시화방조제가 건설되고 관광객들이 더 늘면서 대부도 바지락칼국수는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바지락칼국수를 옛날식으로 끓이고 있는 대부도 주민 심인자씨와 오영순씨.

대부도 바지락칼국수 여행에 나선 한식요리사 윤정진(사진 왼쪽)씨와 씨제이그룹 브랜드 전략 고문 노희영(가운데)씨, 배우 김성수씨
찬바람이 잦아들자 동주염전에는 동네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심인자씨가 솥단지에 옛날식으로 팔팔 끓이는 칼국수를 맛보기 위해서였다. 신기한 노릇이다. 심씨는 육수 내는 재료인 북어, 양파, 다시마 등을 넣지 않는다. “바지락 하나면 되지.” 이웃인 오영순씨가 일손을 거든다. 당근, 양파, 감자, 호박을 채 써는 소리가 리듬감 있다. 심씨는 반죽한 밀가루 덩어리를 얇게 밀어 자박자박 썬다. “밀가루에 계란 넣어 반죽해야 진짜야. 밀가루 한 3㎏이면 계란이 한 5개 들어가. 반죽도 쉽고 밀기도 편해. 반죽에 다른 건 안 들어가지.” 심씨가 “오늘은 바빠 계란 못 넣었네” 하자 섬 할배들이 무섭게 타박을 한다. “넣어야 맛이지, 어째 빼먹었어.”

요리사와 기업인, 배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달려온다. 요리법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태세다. “바지락은 살아있는 거 넣어야 돼. 신선할수록 입을 다물고 있지. 끓는 데 넣으면 입이 벌어지잖아, 조개 육수가 나오는 거야.” 솥단지 아래 치솟는 화력은 나뭇가지다. 심씨는 그야말로 옛날식으로 칼국수를 끓인다. “처음 시집왔을 때 이런 나무 잔가지는 양반이야, 낙엽 모아 태우기도 했어.” 물이 보글보글 끓자 심씨는 바지락, 양파, 감자, 당근, 호박, 고추를 넣는다. 찬바람에 살짝 새침해진 국수 다발이 뒤를 잇는다.


“조개 맛이 그대로 나요
풍부한 핵산 맛이죠
소금과 바지락이 포인트예요”

윤씨는 “밀가루와 감자는 잘 어울려요. 밀가루 풋내를 없애는 데 감자만한 게 없어요. 색 내는 데는 호박만한 것도 없어요”라고 평을 한다. 바지락칼국수의 완성은 소금이다. 오직 소금으로만 간을 한다. 대부도 염전에서 생산하는 천일염은 지난해 11월 경기도 안산시가 산학협력단을 통해 고품질 명품 소금으로 생산할 예정이라고 발표할 정도로 질이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3명의 미식가는 후루룩 뚝딱 한 그릇씩 칼국수를 해치우고 탄성을 지른다. 노씨는 “너무 맛있어요. 원재료 맛만 살렸어요. 여기 소금이 다른 곳보다 덜 짜네요. 담백해요. 투박한 모양도 마음에 들어요. 꾸민 맛이 없어요”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국수 여행을 하면서 음식을 만드는 이들의 마음을 배웠어요. 기업 하는 이들이 종종 이런 마음을 잊기도 하죠. 마케팅 업무를 하는 후배들에게 직접 경험하라고 조언합니다. 실제 이번 여행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제품에 반영하기도 했어요.”

윤씨는 “조개 맛이 그대로 나요. 풍부한 핵산 맛이죠. 소금과 바지락이 맛의 포인트예요. 신안 소금보다 염도가 낮은 것 같아요”라고 설명을 단다.

배우 김성수씨는 활짝 웃는 얼굴로 “더 주세요” 소리를 외친다. “맛이 있으니깐 음식에 더 집중하게 돼요.” 이들의 국수 여행기는 푸드전문채널 <올리브>에서 매주 토요일 밤 10시 ‘제면명가’라는 이름으로 방송된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cooking tip 바지락 손질법


바지락은 조개류 중에서 가장 흔하고 싸서 서민들이 요리해 먹기 쉬운 대표적인 수산물이다. 겨울에서 봄까지 가장 맛있다. 단백질이 풍부한 저칼로리 식품으로 다른 해산물에 비해 비타민 B와 철분 등이 풍부하다. 소금물에 담가 어둡고 시원한 곳에서 하룻밤 정도 두면 해감을 뺄 수가 있다. 물 5컵에 소금 3큰술 정도의 농도면 적당하다. 소쿠리에 담아 해감을 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소쿠리 밑으로 모래가 빠지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검은빛이 도는 것이 좋고 연한 갈색이 나는 것은 상한 것이 많다.

참고도서 <누구나 알아두면 좋을 우리생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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