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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15 18:51 수정 : 2012.02.16 16:56

조리해 놓은 공화춘삼선짬뽕(사진 앞)과 틈새라면(뒤).

[매거진 esc]

편의점 단골고객 만드는 1등 공신 자체브랜드 라면 맛비교

대학생 김라면군은 친구의 자취방에서 ‘공화춘삼선짬뽕’을 맛봤다. 친구가 팔팔 끓여주는 짬뽕라면은 평소 짬뽕 마니아인 김라면군의 합격점을 받았다. 다음날 김군은 대형마트를 찾았다. 그런데 도무지 ‘공화춘삼선짬뽕’을 찾을 수가 없었다. 동네 슈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군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거, 편의점에서 샀는데.” 김군은 편의점에서 파는 라면이 궁금해졌다. 맛도 호기심이 생겼다. esc가 김군의 궁금증 해결에 나섰다.

지에스25 ‘공화춘삼선짬뽕’ ‘틈새라면’
훼미리마트 ‘500컵’ ‘이청용컵면’
세븐일레븐 ‘라땡면’

‘공화춘삼선짬뽕’은 어디서 사나요? 일단 의문의 시작점인 ‘공화춘삼선짬뽕’을 찾아 나섰습니다. 편의점 지에스(GS)25에서 발견했습니다. ‘공화춘자장면’, ‘남자라면부대찌개’, ‘떡애라면’, ‘틈새라면’, ‘강호동의 화통라면’ 등 낯선 이름의 라면들이 있네요. 이 라면들은 일명 ‘편의점 라면’들입니다. 훼미리마트에선 ‘500컵’, ‘이청용컵면’, ‘오다리라면’을, 세븐일레븐에선 ‘라땡면’을 팝니다. 편의점 피비(PB·자체브랜드) 제품들입니다. 피비 제품은 유통업체가 자사 브랜드를 붙여 파는 상품을 말합니다. 단 지에스25에서 파는 라면들은 지에스수퍼에서도 팝니다.

이 라면들의 맛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돋보기를 들어 라면봉지를 뒤졌습니다. 3분 만에 힌트를 찾아냈습니다. ‘공화춘삼선짬뽕’의 봉지에 ‘제조원: ㈜한국야쿠르트 이천공장’이라는 글자를 발견했습니다. 이 라면은 한국야쿠르트(현재 ㈜팔도)의 생산라인을 타고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편의점 업체들이 제품의 콘셉트를 잡아 라면 제조사에 생산을 의뢰해 만듭니다. 일종의 주문제작 상품인 셈이죠. ‘공화춘삼선짬뽕’과 ‘공화춘자장면’, ‘틈새라면’, ‘500컵’, ‘이청용컵면’, ‘라땡면’은 ㈜팔도, ‘떡애라면’은 삼양식품이, ‘남자라면부대찌개’, ‘오다리라면’은 오뚜기에서 만듭니다. ㈜팔도가 단연 많네요. 한국야쿠르트는 올해 초 패밀리 브랜드 ㈜팔도를 28년만에 독자법인으로 분리했습니다.

㈜팔도 류종렬 면 연구팀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공화춘삼선짬뽕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짬뽕의 향이 나야 하는데 쉽지 않았어요. 지에스25 상품기획자와 인천 중국집 ‘공화춘’에도 여러번 가서 맛을 봤어요.” ‘공화춘삼선짬뽕’과 ‘공화춘자장면’의 콘셉트는 1905년 문을 연 인천의 중국집 공화춘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자는 것이었답니다.

4위 라면업체였던 한국야쿠르트는 ‘꼬꼬면’ 출시로 대박을 치기 전까지 생산라인의 여유가 많았다고 합니다. 피비 상품 주문생산으로 활용했죠. 라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농심은 피비 상품을 만들지 않습니다.

㈜팔도, 삼양, 오뚜기 등 제조
10~20대 겨냥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

지에스25 상품기획자 임현창 대리는 “레시피까지 줘서 만든 라면도 있고, 국물·양념·건더기의 세세한 부분까지 이렇게 해달라 요청”한 적도 있다고 말합니다. 다른 라면들의 콘셉트들도 궁금하다고요? ‘떡애라면’은 라면에 들어가는 떡을 진공포장 방식으로 반건조했다고 합니다. 물을 부으면 ‘완전히 떡라면’이 되는 거죠. ‘틈새라면’은 라면프랜차이즈 틈새라면과 손잡았어요. 한마디로 20~30대가 좋아할 만한 매운 라면인 거죠. ‘500컵’의 가격은 500원입니다. 아주 싸죠.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혀와 주머니를 휘어잡을 요량이었다고 합니다. 보광훼미리마트 최수연 주임은 “2006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선릉 주변에 있던 라면집 ‘황토군 토담면 오다리’가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있었어요. 제휴해서 오다리라면을 기획했죠. 이청용컵면은 스타 마케팅을 도입”했다고 전해주네요. ‘라땡면’은 용기 모양이 특이하게 네모입니다. 세븐일레븐 상품기획자 주태정 과장은 “10대를 겨냥해서 재미있게 만들어 보자, 펀 마케팅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편의점 용기라면.
편의점 봉지라면.
편의점 라면들은 하나같이 독특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 라면들과 차별화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임현창 대리는 “라면은 그다지 이익이 많이 남는 상품은 아닙니다. 생수 판매가 이익이 많이 나죠. 그럼에도 이런 라면들을 개발하는 이유는 ‘이 라면은 우리 편의점에만 있는 것’을 강조하는 거죠. 다른 유통채널에 비해 브랜드 충성도가 떨어지는 편의점에 단골고객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셈이죠”라고 말했습니다. 지에스25에서는 ‘공화춘삼선짬뽕’이, 훼미리마트에서는 ‘오다리라면’이 잘 팔린다고 합니다.

라면 맛은 차이가 있을까요? 11년 경력의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호텔 노재승 셰프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우리 쌀을 이용한 ‘쌀라드’(쌀샐러드) 등을 개발한 요리사죠. 그의 미각이 한마디씩 던집니다.

공화춘삼선짬뽕 해장에 좋네요. 국물에서 오징어 맛이 나요. 중국집 짬뽕과 비슷하네요. 용기라면도 균형이 잘 맞고 개운한 편이네요. 여러 가지 해물 맛이 잘 어우러지네요.

틈새라면 공화춘삼선짬뽕 국물보다 덜 빨간데 더 맵네요. 매운맛 강합니다. 고추 향이 확 오는데요.

공화춘자장면 분말자장이 아니라서 생자장소스 맛이 나네요. 자장소스와 면이 따로 도는 맛이네요. 짜파게티 아성을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네요.

500컵 ‘얼큰한 맛’은 매콤하지 않고 싱겁네요. 느끼해요. ‘짬뽕 맛’은 해물 맛이 느껴집니다. 개운하네요. 500원만 있다면 해물 맛 컵면을 먹겠어요.

라땡면 ‘화끈한 맛’은 고춧가루가 아니라 고추장 맛이 납니다. 고추장볶음분말이 들어갔네요. 보통 고춧가루분말이 들어가는데. 깔끔한 맛은 고춧가루분말이 낫습니다. ‘해물 맛’은 오징어, 새우, 게 맛이 납니다. 해물 맛 라면들은 대부분 맛이 비슷하네요. 국물도 시원하고 좋네요.

오다리라면 ‘화끈한 맛’은 칼국수 면과 비슷하네요. 파 맛이 많이 나요. 개운하네요. 야채에 신경 많이 썼네요. ‘치즈 맛’은 치즈 한 장 넣은 라면 색이네요. 싼 치즈 맛이 나요. 치즈의 향을 가미한 거 같은데, 오히려 치즈의 향을 줄이면 나을 거 같아요. 정말 별로네요.

떡애라면 떡 자체는 쫄깃하고 좋은데, 시큼한 떡냄새가 나네요. 떡을 말리다 보면 이런 냄새가 나거든요. 국물도 약간 시큼해요. 의도는 좋았는데 아쉽네요. 말리는 과정을 고민해야 할 것 같네요.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cooking tip
라면 2% 더 맛있게 끓여 먹는 법

1. 끓는 물에 라면을 넣으면 2~3분 안에 끓여 낸다. 2. 면보다 수프를 먼저 넣는다. 수프를 먼저 넣으면 비등점도 높아져 면발이 쫄깃해지고 간이 면에 잘 스며든다. 3. 1분 안에 면을 풀고 약 2분간 젓가락으로 들어올렸다 놓는 과정을 반복한다. 4. 달걀을 넣을 때 국물이 탁해지는 것이 싫으면 달걀이 익을 때까지 젓지 않는다. 달걀의 비릿한 맛이 싫을 경우 달걀을 풀 때 청주 1작은술을 넣는다. 5. 라면은 먹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라면이 붇기 전에 먹는다. 끓이기 전 반찬, 접시 등을 미리 준비한다. 6. 컵라면도 냄비에 끓여 내면 더 맛있다.

참고도서 <라면>(김영사)·도움말 노재승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호텔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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