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2.22 17:40
수정 : 2012.02.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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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의 의자’에서 다이빙을 하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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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의 하와이에서 살아보기 마지막회. 오아후의 숨겨진 명소를 탐험하다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물고기 떼
느긋하게 헤엄치는 거북이도
날갯짓하는 가오리도 보았다
와이키키에 집을 얻은 우리는 주로 퀸스 서프 해변에서 보디보드를 타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서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석양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슬슬 다른 곳을 탐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남의 잔디가 더 푸르게 보이듯 내가 모르는 곳의 바다가 더 멋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한번은 한국에서 온 민박 손님 네 명을 위해 1일 관광가이드가 되어 미니밴을 몰고 오아후 섬 한 바퀴를 돌았다. 섬 일주라고 해봤자 전체 면적이 제주도의 반 정도이기 때문에 하루면 충분하다. 와이키키의 상징인 다이아몬드헤드, 절벽과 바다의 풍경이 절묘한 마카푸우 해변, 옥빛의 잔잔한 바다가 이어진 라니카이와 카일루아 해변…. 북쪽 카후쿠의 새우 트럭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파도가 높이 이는 선셋비치를 구경한 뒤 고속도로를 타고 호놀룰루로 내려오는 코스다. 폴리네시안 민속촌이나 돌 파인애플 농장같이 관광객들만을 위한 곳은 방문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오아후 섬은 이것으로 끝일까? 분명 우리가 모르는 명소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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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민이 주인인 카후쿠의 새우 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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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차에 알고 지내던 유학생이 한국으로 잠시 떠나게 되면서 그의 차를 맡게 되어 먼 곳도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차가 있으니 성가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주차공간이 부족해서 알라와이 대로를 빙빙 돌며 평행주차를 할 자리를 찾아야 했고 거리 청소 날에 주차했다가 견인을 당하기도 하고 배터리가 방전되어 점프스타트를 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차가 없으니 여행을 와서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운전을 하지 않지만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태평양을 배경으로 운전을 하다 보면, 이런 곳이라면 차가 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복잡한 와이키키로 돌아오면 그 생각은 말끔히 사라지지만. 물고기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스노클링 명소를 찾아 차를 몰고 나섰다.
일렉트릭 해변에는 별다른 표지판이 없다. 관광객들은 잘 가지 않는 서쪽 해변의 들머리에 화력발전소가 하나 있고 그 앞에 작은 해변이 있다. 해변에서 150m 지점, 거대한 소용돌이가 뱅글뱅글 돌아가는 곳이 발전소에서 데워진 뜨거운 물이 나오는 곳이다. 보드를 부표 삼아 그곳까지 헤엄쳤다. 잠수를 해서 물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형형색색의 물고기 수백 마리, 수천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사람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물고기 떼들, 느긋하게 헤엄치는 거북이도, 날갯짓하는 가오리도 보았다. 거대한 배수관 위로는 온갖 산호들이 있고 배수관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물이 회오리를 만들면서 물고기들은 뱅글뱅글 춤을 춘다. 아내와 나는 그 풍경에 심한 충격을 받았다. 멀리서 배 한 척이 다가와 일본인 관광객들을 바다에 퐁당퐁당 떨어뜨리고 갔다.
‘펠레의 의자’에서 눈을 질끈 감고
풍덩 하고 빠졌다
생애 첫 다이빙이었다
구명조끼를 입은 (시끄러운) 관광객들을 피해 해변으로 돌아가며 바다 밑을 보았다. 아주 깊은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하면 우주선을 타고 다른 행성을 비행하는 느낌이 든다. 산호와 수초는 나무, 그 사이를 오가는 물고기들은 외계 생명체 같다. 물갈퀴를 끼고 살랑살랑 헤엄치고 있는 나는 그들에게 무엇으로 보일지 잘 모르겠다. 이런 곳에 오면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구호가 이상하게 느껴진다. 물고기의 처지에서는 인간에게 들키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자연보호다. 몰래 구경 왔다가 아무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이 그들에 대한 예의고.
노스쇼어는 전세계 서퍼들이 꿈에 그리는 곳으로 겨울엔 높이 5m가 넘는 파도가 친다. 서퍼들은 파도가 만들어낸 거대한 튜브를 통과한다. 보고만 있어도 아찔하고 속이 울렁거린다. 노스쇼어에는 와이키키처럼 노인들이나 관광객이 드물다. 보드를 들고 가는 젊은이들과 동네 사람들이 섞인 시골 같은 분위기다. 할레이와는 노스쇼어에서 가장 큰 마을로 레스토랑과 옷가게, 보드가게 등이 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마쓰모토 셰이브드 아이스’다. 무지개 시럽과 연유, 팥까지 첨가한 하와이판 팥빙수로, 이곳으로 이주한 일본인이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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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판 팥빙수인 ‘마쓰모토 셰이브드 아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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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로 시원하게 더위를 식히고 샤크 코브로 향했다. 푸드랜드 슈퍼마켓 맞은편에 있는 이곳을 찾기 위해 몇 번을 지나쳤는지 모르겠다. 겉으로 봐서는 바위로 둘러싸인 잔잔한 자연 풀 같지만 안에 들어가 보면 사람 키의 두세 배가 될 정도로 깊다. 하지만 일렉트릭 해변처럼 멀리 헤엄을 치러 갈 필요가 없고 물결도 잔잔해서 보드나 튜브만 있으면 쉽게 스노클링을 할 수 있다. 거북이를 보는 것은 예사고 많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닌다. 이름에서처럼 상어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조금 먼 바다에서 작은 백상어가 출현하기도 한단다. 건드리지만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어느 블로그에서 ‘펠레의 의자’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는데 다이빙을 할 수 있는 도약대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에 솔깃했다. 와이키키에서 동쪽으로 30분 정도 차로 가면 마카푸우 해변에 도착한다. 이곳은 깎아내릴 듯한 산을 등지고 파도가 거센 해변과 등대 하나가 있다. 터프한 보디보더들이 파도를 타러 오는 곳이다. 등대로 가는 산책로를 걷다 보면 고래가 출몰하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다.
표지판도 하나 없이 블로그에서 알려준 대로 30분 정도 샛길을 가다 보니 의자 모양의 바위와 자연 풀이 나타났다. 누가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바위로 파도를 막아 인공 풀을 만들어 놓았다. 바닥은 모래로 되어 있고 깊이는 남자 키보다 깊다. 다이빙대는 통나무를 얹어놓았는데 수면에서 약 2m 높이다. 생각보다 점프를 하는 것에는 꽤나 큰 용기가 필요했다. 10분 정도 통나무에 앉아 머뭇거리니 그곳에 놀러 온 현지 여자아이들이 뒤에서 요령을 알려주며 응원을 했다. 아내는 야유를 보냈다. 큰 한숨을 쉬고 눈을 질끈 감고 풍덩 하고 빠졌다. 사실은 그게 생애 첫 다이빙이었다. 한번 하고 나니 두번째, 세번째는 쉬웠다. 물속에 빠져들 때 생기는 수많은 공기방울이 황홀했다. <끝>
글·사진 서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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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tip
도심 벗어나려면 렌터카 필수
▣ 시내 둘러보기는 버스로 버스는 편도 요금이 2.5달러로 비싸지만 환승권을 주기 때문에 두 번 탈 수 있다.(나흘짜리 무제한 이용권은 25달러, 한달 무제한 이용권은 60달러.) 장기간 머문다면 ‘3G 데이터통신’이 가능한 스마트폰이 필수다. 한달 무제한 통화, 데이터 이용이 가능한 심카드(심카드 30달러, 한달 이용료 40달러)를 구입해서 버스 시간표(스케줄)와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구글 맵의 길찾기 기능을 이용하면 목적지까지 버스 노선과 갈아타는 방법이 자세히 나온다. 그리고 ‘The Bus Hea’(hea.thebus.org)에 들어가서 정류소 번호를 입력하면 실시간 버스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다. 차이나타운, 알라모아나 쇼핑센터, 다이아몬드헤드, 하나우마만, 마노아 폭포, 시라이프 파크처럼 1시간 안팎이면 갈 수 있는 곳이 많다.
▣ 호놀룰루를 벗어난다면 렌터카 필수 소형차는 하루 빌리는 데 35달러 안팎이고 간단한 자차보험(CDW)과 세금까지 합하면 55달러로 대여료는 싼 편이다. 와이키키와 호놀룰루 주변만 둘러본다면 차는 오히려 짐이 될 수 있다. 일방통행도 많고 혼잡시간대(러시아워)의 정체는 시간을 잡아먹을뿐더러 주차비도 꽤 든다. 하지만 도심을 벗어나 노스쇼어 등을 가보려면 차를 빌리는 게 필수. 국제운전 면허증을 만들고 우리나라 운전면허증도 가져가야 한다. 도심을 떠나면 복잡한 길은 없지만 스마트폰의 지피에스(GPS) 길안내를 이용해 훨씬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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