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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기자의 ‘바퀴 열전’ ①브이엠 전기자전거 티바이크
김성환 기자가 새롭고 다양한 바퀴 달린 이동수단들을 3주에 한번씩 체험기로 소개합니다.
‘하이’ 버튼 누르자앞바퀴 전기모터 돌아가며
가파른 언덕길도 쾌속질주 어릴 적 동네 쌀집 아저씨의 배달 자전거는 참 멋졌다. 기름통 달린 자전거는 따다다다 소리를 내며 페달도 안 밟고 무거운 짐을 잘도 싣고 다녔다. 바퀴를 향한 그 ‘로망’은 오토바이를 거쳐 이제 자동차로 넘어왔지만 멋진 자전거를 보고 가슴 설레는 일은 멈추기 힘들다. 하지만 여태까지 빨간 접이식 자전거 ‘미니벨로’에 눈독만 들이고 있었던 건, 도시의 매연을 헤치고 나갈 용기와 한강공원까지 나갈 부지런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말로만’ 라이더들에게 ‘전기자전거’는 솔깃할 만하다. 전기자전거는 페달을 밟으면서, 아쉬울 때는 전기 배터리 동력을 빌려 쓸 수 있다. 요즘 나오는 제품은 배달 자전거처럼 촌스럽지도 않다. 이에 ‘바퀴가 그랬어’의 첫 주인공으로 ‘전기자전거, 과연 누가 탈 만한가’라는 질문에 맞춰, 자전거길 출근부터 지하철 퇴근, 그리고 공원 나들이까지 닷새 동안 다양한 체험을 해봤다. 배터리는 휴대전화처럼 충전 시승에 사용한 전기자전거는 20대 청년 창업가가 운영하는 업체인 브이엠(Visionary Mobility)에서 지난해 출시한 ‘티바이크’(T-Bike) 20인치 모델이었다. 가장 처음 눈에 띄는 부분은 안장 아래에 달린 묵직한 ‘리튬-이온 배터리’. 배터리는 죽 뽑아올려 분리한 뒤, 휴대전화처럼 어댑터를 연결해 충전해 쓴다. 핸들 오른쪽에는 3단 기어가, 왼쪽에는 배터리 잔량과 속도를 조작할 수 있는 제어판이 있다. 티바이크에는 로(low)-미디엄(Medium)-하이(High) 세 가지 속도 모드가 있다. 버튼을 누르면 시속 6㎞로 계속 달릴 수 있는 ‘크루즈 기능’도 있다. 로는 페달 밟는 힘과 배터리 동력이 각각 7 대 3, 미디엄은 절반씩, 하이는 전체 동력의 70%를 배터리로 쓸 수 있다. 브이엠에서는 “배터리를 꽉 채워 충전하면, 기어 3단에 미디엄 모드로 달리면 최대 90㎞까지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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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튬-이온 배터리를 자전거에 꽂는 모습. 2. 핸들바 왼쪽에 달린 제어판. 3. 배터리 동력을 활용해 한강공원 마포대교 북단 경사로를 오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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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엘리베이터 고장나면
대책없네 사근동 살곶이공원에 도착해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본격적으로 달려 봤다. 티바이크는 급발진을 막으려고 페달을 세 바퀴 이상 밟아야 체인링 뒤 센서가 속도를 감지해 그만큼 모터를 돌려주도록 설계했다. 그래서 잠깐 페달을 밟으면 자전거가 저만치 죽 나가고, 속도가 줄어들 즈음에 다시 페달을 밟는 식으로 몰게 된다. 배터리 동력은 마치 자전거 배울 때, 누군가 뒤에서 밀어주는 듯한 느낌이다. ‘로’는 연약한 여자친구가(미는 듯해 거의 느낌이 안 나고), ‘미디엄’은 친한 친구가(귀찮다는 듯 약간 성의 없게 미는 것 같았고), ‘하이’는 아버지가 (자전거 타기를 가르치기 위한 간절함으로 힘차게) 밀어주는 듯한 느낌이랄까.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는 살곶이공원~한강공원 마포대교 북단(약 12㎞)까지는 40분 만에 도착했다. 한파특보를 발효할 정도로 추웠지만 절반 가까이 페달을 밟고 오기 때문에 땀이 났다. 피곤해지려 할 무렵 만난 마포대교 북단의 오르막 경사로는 배터리 동력으로 쉽게 올랐다. 출근 시간은 1시간20분으로 일반 자전거 주행과 큰 차이는 없었다. 회사에 도착해 확인한 배터리 잔량은 4분의 3. 이틀 정도는 충전 없이 출퇴근할 정도다. 운동기구보다는 교통수단 전기자전거는 아직까지는 개인용보다는 관광지 대여용이 많다. 판매 업체들도 “전기자전거는 레저용”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도시의 자전거 출퇴근은 여전히 만만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자전거보다 무거운 전기자전거를 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17일 저녁 퇴근길, 지하철 5호선 공덕역~답십리역을 이용했는데 공덕역 엘리베이터 보수공사로 약 20㎏(리튬-이온 배터리 포함)인 티바이크를 둘러멘 채 계단을 내려와야 했다. 여성에게는 더욱 난감할 법하다. 접이식 전기자전거도 있지만, 배터리 무게가 줄지 않는 한 접는 건 큰 의미가 없는 듯하다. 이 때문에 전기자전거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주로 이용해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인, 아니면 스쿠터 대신 가볍게 탈 수 있는 뭔가를 찾는 이들에게 적절한 ‘교통수단’이 될 것 같다. 아니면 자전거 출퇴근은 하고픈데 나 자신을 극한으로 내몰기 두려워하는 이들에게도 좋겠다. 날 잡고 주말에 운동하려고 타려는 자전거로는 글쎄…. 무엇보다도 이런 판단의 근거는 스쿠터와 맞먹는 값! 티바이크는 165만원(배터리 포함)이고, 국내에서 많이 팔린 일본 야마하의 전기자전거도 200만원이 넘는다. 물론 75만~80만원 안팎의 전기자전거 키트로 일반 자전거를 개조할 수도 있다. 다만, 예쁜 디자인 따위는 포기해야 한다는 것!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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