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풍 뽀로로랑 갈까 뿡뿡이랑 갈까

[매거진 esc]
캐릭터 도시락 달인 김진숙씨와 만들어보는 사랑스럽고 입맛 돋우는 레시피 4선

초등학교를 다니는 딸을 둔 주부 박정민씨는 소풍철마다 한숨이 절로 난다. 딸 윤서의 도시락 때문이다. 영양가 만점 도시락을 싸줘도 반도 안 먹고 가져오기 일쑤다. 깨알만하게 썰어 넣은 당근도 귀신같이 찾아서 파내 가져온다. 뽀로로 인형을 끌어안고 자는 윤서를 생각하면 도시락이 아예 뽀로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안양과학대학 푸드스타일링학과 김진숙 교수가 박정민씨의 고민 해결에 나섰다. 김씨의 처방은 캐릭터 도시락이다. 캐릭터 도시락은 밥이나 반찬을 인기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로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당근이 뽀로로의 안경이 되고, 도시락 뚜껑을 여는 순간 방귀대장 뿡뿡이가 짠 나타난다. 일반 도시락보다 만드는 데 조금만 더 공을 들이면 효과는 만점이다.

식빵은 하루 지나
수분 약간 빠져나가면
만들기 더 편해

그는 장보기부터 다르다. 마트에서 도시락 용기부터 고른다. 그릇의 크기를 정해야 안에 넣을 것들을 고를 수 있다. 장을 보기 전에 해야 하는 일은 캐릭터 도안을 인쇄해서 가져가는 일이다. 식재료를 고르는 그의 솜씨가 날렵하다. “당근은 뾰쪽한 것보다 위부터 아래까지 같은 굵기의 당근이 좋아요.” 같은 크기의 뽀로로 안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치즈는 가장 요긴한 재료다. 캐릭터 얼굴이 된다. “봉지에 아이들의 개월 수가 적힌 치즈를 골라요. 치즈 자체가 짜기 때문에 되도록 덜 짠 것을 고르는 방법이죠.” 도라에몽 샌드위치 용으로 고른 식빵은 금방 구운 빵이 아니다. “너무 촉촉하면 모양이 잘 안 만들어져요.” 하루 정도 지난 빵도 재료로는 좋다고 조언한다. 당일 구운 빵은 봉지를 열어 수분을 날린다. 캐릭터의 머리나 수염은 김을 활용한다. “부드러운 김보다 빳빳한 게 좋아요. 저는 ‘두 번 구운 김’이라고 적힌, 두꺼운 것을 고릅니다.”

김씨가 채소코너로 발길을 옮긴다. 노란 파프리카를 들고는 “밑이 납작하고 평평한 것을 고르면 안 됩니다. 뽀로로의 입으로 변신하는 파프리카는 새의 부리처럼 툭 튀어나온 것을 골라야 합니다.” 가위나 원형 틀 같은 주방도구도 필수품이다. 원형 틀은 캐릭터 안경, 모자 등을 만드는 데 유용하다. 김씨가 본격적으로 도시락을 만들면서 노하우를 전수한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e-mail]

<뿡뿡이 돈가스덮밥>

돼지고기 안심이나 뒷다리 살에 칼집을 낸다. 튀길 때 고기가 오그라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방귀 모양은 피망의 껍질을 아주 얇게 잘라 만든다. 가위로 적당히 모양을 만들고 작은 칼로 다듬는다. 눈동자가 되는 콩자반은 반을 쪼개 써야 모양이 제대로 나온다. 뿡뿡이 머리모양 장식 틀이 없으면 칼로 잘라 만든다.

재료: 돈가스(돼지고기 안심 200ｇ, 달걀 1/2개, 밀가루 2큰술, 빵가루 3큰술, 소금·후추 약간, 청주 1작은술), 양념 밥(밥 1공기, 김 가루 1큰술, 깨소금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소금 약간), 뿡뿡이 얼굴(초록색 피망 1/4개, 노란 달걀지단 약간, 콩자반 1알, 방울토마토 1개, 붉은 피망 1/2개, 뿡뿡이 머리모양 장식 틀)

만드는 법

　1. 돼지고기는 소금, 후추로 간한 뒤 청주 1작은술을 넣고 30분 정도 재워 둔다.

　2. 1의 돼지고기에 밀가루를 묻힌 뒤 달걀 푼 물을 묻힌다.

　3. 2에 빵가루를 골고루 묻힌다.

　4. 튀김 팬에 기름을 붓고, 170도 온도에 3의 돈가스를 튀긴다.

　5. 볼에 양념 밥 재료를 넣고 섞은 다음 도시락에 담는다.

　6. 5에 튀긴 돈가스를 뿡뿡이 얼굴 모양으로 자른 다음 올린다.

　7. 모양 틀로 뿡뿡이 머리 모양을 만들고, 노란 지단(알고명)으로 머리 장식과 양 볼을 만들어 올린다.

　8. 콩자반 한 개를 반으로 잘라 눈을 만들고, 방울토마토를 잘라 코를 만든다.

　9. 붉은 피망으로 크고 작은 여러 개의 방귀 모양을 만들어 밥 위에 올린다.

<스크램블 뽀로로 도시락>

도시락에 담은 밥을 손가락으로 조물조물 만져 가운데를 언덕처럼 올라오게 만든다. 입체적인 캐릭터의 얼굴을 만들기 위해서다.

재료: 스크램블 볶음밥(밥 1공기, 달걀 2개, 햄 50ｇ, 올리브기름 1큰술, 소금, 후추 약간), 뽀로로 얼굴(달걀노른자 지단 1장, 흰 치즈 1장, 당근 50ｇ, 콩자반 2알, 노란 파프리카 1/2개, 오이 약간, 구운 김 약간, 오이껍질 조금), 원형 틀

만드는 법

　1. 햄을 잘게 자르고, 볼에 달걀을 푼다.

　2. 팬에 올리브기름을 두르고, 1을 넣어 섞어 스크램블을 만든다.

　3. 2의 스크램블에 밥을 넣어 볶은 다음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4. 3을 도시락을 넣고 식힌다.

　5. 노란 달걀지단을 가위로 잘라 뽀로로 헬멧을 만들고, 노란 파프리카로 입 모양을 만든다.

　6. 당근은 원형 틀로 안경 모양을 만든다.

　7. 4의 밥 위에 흰 치즈를 올리고, 오이로 만든 머리카락을 얹고 그 위에 5의 헬멧, 입을 올린다.

　9. 7에 6의 안경과 콩자반 2알(눈동자)을 올린다. 약간의 지단으로 안경 장식하고, 얇게 자른 김을 파프리카 사이에 끼워넣어 웃는 모양을 만든다.

<도라에몽 샌드위치>

원형 틀이 없으면 유리컵을 이용한다. 방울토마토는 캐릭터의 단골 코 재료다.

재료: 샌드위치(식빵 2장, 로메인 2장, 베이컨 3장, 흰 치즈 1장, 머스터드소스 1작은술, 잼 1작은술), 도라에몽 얼굴(식빵 1장, 로메인 1장, 달걀 흰 지단 약간, 노른자 지단 약간, 방울토마토 1개, 오이 30ｇ, 당근 약간, 햄 1장, 구운 김 약간, 7㎝ 정도 원형 틀)

만드는 법

　1. 팬에 식빵, 베이컨은 살짝 굽는다.

　2. 빵 1개는 원형 틀로 찍어 도라에몽 얼굴을 만들어 놓는다.(구멍 뚫린 빵이 얼굴이 된다.)

　3. 빵 1장에는 머스터드소스, 다른 1장에는 잼을 바른다.

　4. 3의 빵 1장에 로메인, 치즈, 베이컨과 나머지 빵 한 쪽을 올린다.

　5. 4의 빵 위에 흰 치즈를 올려 도라에몽 얼굴을 만들고, 로메인으로 머리를 만든다. 그 위에 2를 얹는다.

　6. 5에 흰 지단, 노란 지단으로 눈을 만들고, 구운 김으로 눈동자를 만든다.

　7. 오이를 얇게 채 썰어 수염을 만들고, 방울토마토를 잘라 코를 만든다.

　8. 햄으로 리본을 만들어 장식한다.

<차가운 양 파스타>

양의 털 모양이 잘 나오게 하려면 반드시 쇠젓가락을 사용한다. 쇠젓가락으로 파스타를 촘촘하게 감는다. 스파게티 면은 푹 삶는다.

재료: 스파게티 100ｇ, 파스타 소스(다진 마늘 1작은술, 올리브기름 2큰술, 발사믹식초 1큰술, 말린 허브 약간, 소금, 후추 약간), 양 얼굴 모양(샌드위치 햄 3장, 구운 김 약간, 붉은 피망 1/4개, 초록 피망 1/4개, 허브 약간)

만드는 법

　1.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스파게티를 10분간 삶은 뒤 올리브기름에 버무려 둔다.

　2. 파스타 소스는 분량대로 섞어 둔다.

　3. 1의 스파게티를 젓가락으로 돌돌 말아 양털 모양을 만들어 도시락에 넣는다.

　4. 붉은 피망과 초록 피망은 잘게 썰고, 도시락 아래쪽에 뿌린다.

　5. 샌드위치 햄은 돌돌 말아 양 뿔을 만들고, 햄으로 양 얼굴을 만든다.

　6. 5의 양 얼굴에 구운 김으로 눈, 입을 만들어 완성한다.

cooking tip

캐릭터 도시락 만들기 도우미들

▣ 캐릭터 도시락 관련 서적

<캐릭터 도시락>(황금부엉이) 만화 캐릭터뿐만 아니라 각종 캐릭터 김밥도 자세히 소개한 책. <내 아이 캐릭터 도시락>(삼성출판사) 뽀로로 전신 도시락이 눈에 띈다. 캐릭터 도시락처럼 예쁘게 만든 일반 도시락 정보도 많다. <2000원으로 캐릭터밥상 차리기>(그리고책) 블로거들 사이에서 ‘담덕공자’로 유명한 이영씨가 쓴 책. 작가가 그린 스케치, 캐릭터의 풍부한 표정이 돋보인다. 아톰, 헬로 키티 등, 캐릭터들이 다른 책보다 다양하다. <냠냠도시락>(아르고나인) 일본인 크리스탈 와타나베와 마키 오가와가 쓴 책. 동물과 동화 주인공 캐릭터들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송주희 제공

▣ 블로그 ‘켄지의 도시락 속 풍경’ 두 아이를 둔, 결혼 7년차인 주부 송주희씨가 일본 사이타마현에 살면서 자녀들을 위해 만든 캐릭터 도시락 정보가 가득하다. 200개 이상 도시락을 싼 노하우와 과정 컷이 꼼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