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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스 스트리트 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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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페르시아의 왕자’ ‘스트리트 파이터’ 등 앱 게임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복고 캐릭터들
민머리에 미간을 찌푸리는 찰리 브라운. 그 옆에 무심한 표정으로 서 있던 스누피.어린 시절, 일요일 아침 티브이를 켜면 <주한미군방송>(AFKN)에서 <피너츠> 등 다양한 만화 시리즈를 볼 수 있었다. 지지직거리는 화면에 알아듣지도 못할 영어가 흘러나오는 만화였지만, 찰리 브라운이 담요를 질질 끌던 친구 라이너스를 데리고 매일 개집 지붕에 늘어져 누워 있는 스누피를 찾는 장면을 보며 이유 없이 즐거워했다.
꽃 심고 포도 키우고
소셜게임으로 재탄생한
스누피·스머프
당시에는 암호 같은 내용만 가득했던 만화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애늙은이 같은 주인공이 등장해 사회·정치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게 스쳐지나가며 티셔츠 그림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가 스마트폰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무선인터넷 등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용 소셜게임이 늘어나면서, 복고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티브이 만화나 오락실, 피시게임에서나 봄직한 낯익은 캐릭터들은 추억을 자극하는 얼굴을 들이밀면서 성인들의 구미를 자아내는 방식의 게임을 소개하고 있다. 추억 속 게임을 찾아다니며, 초봄 한낮의 졸음을 쫓아보자.
소셜게임으로 다시 태어난 스누피·스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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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 스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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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회사가 내놓은 ‘스머프 빌리지’도 만화 <개구쟁이 스머프>의 캐릭터를 활용해 만든 소셜게임이다. 스머프 캐릭터는 지난해 3D 영화로 다시 나오기도 했지만, 이 게임에서는 만화처럼 스머프들이 힘을 모아 살아가는 스머프 마을을 꾸려가는 방식이다. 포도·피망 등 작물을 심고 노동을 해 마을의 경제를 살리면서 레벨을 올리는 방식이다. 현재 국내에는 3만여명의 회원이 모여 게임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가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추억 속 액션게임의 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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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머프 빌리지(사진 위)와 스트리트 파이터 4 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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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반가운 등장은 바로 ‘페르시아의 왕자’(프린스 오브 페르시아) 시리즈다. 원작은 1989년 브로더번드(Brøderbund)사가 만든 엠에스-도스(MS-DOS)용 게임이다. 286 컴퓨터가 있던 시절 5.25인치 디스켓 2장에 담겨 있던 이 게임은 당시 ‘혁신적’(?)이었던 주인공의 부드러운 움직임과 사운드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올해 초 프랑스의 ‘유비소프트’(Ubisoft)사는 마법에 걸린 공주를 구하기 위해 페르시아의 왕자가 주어진 시간 안에 스테이지를 모두 통과해야 하는 게임 내용을 그대로 살린 아이폰용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 레트로’를 선보였다. 이어서 지난달에는 게임 속 그래픽을 강화한 ‘페르시아의 왕자 클래식’도 내놓았다.
오락실 뿅뿅
효과음도 옛날 그대로
스트리트 파이터
오락실 게임의 ‘전설’인 캡콤의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도 스마트폰에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아직까지도 콘솔 게임용으로 꾸준히 나오고 있는 이 게임은 앱 게임에서도 개성 넘치던 각각의 캐릭터가 좀더 세련된 모습으로 다듬어져 등장한다. 최근 아이폰용으로 출시한 ‘스트리트 파이터 4 볼트’는 17명의 캐릭터가 등장하며, 무선 인터넷을 이용한 게임 네트워크로 오락실에서처럼 ‘뉴 챌린저’를 맞이할 수 있다. 오락실에서 듣던 효과음도 그대로다. 다만 보너스 게임으로 등장했던 ‘자동차 부수기’를 하고 싶다면 고전 게임을 그대로 옮겨온 ‘스트리트 파이터 2’ 앱을 찾는 편이 좋다.
그밖에 넥슨모바일이 일본 원업(ONE-UP)사를 통해 들여온 스마트폰·태블릿피시 연동 웹게임인 ‘에스디(SD)삼국지’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원조 격인 고에이(KOEI)사의 피시게임 ‘삼국지’를 재현했으며, 디스켓 여러 장을 끊임없이 갈아끼우면서 했던 ‘원숭이 섬의 비밀’ 게임도 다양한 버전의 앱게임으로 나와 있다. 오래 하다 보면 속이 울렁거렸던 슈팅게임 ‘둠’ 시리즈도 여전히 스마트폰 게임에서 어지럼을 느끼며 즐길 수 있다.
이처럼 복고 캐릭터들의 부활을 이끄는 데에는 1980~90년대를 향유했던 성인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스마트폰 게임의 주요 사용자라는 이유가 크다. 과거의 향수를 더듬어보면서 손에 익숙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화려한 부활’이라고 부를 만하다. 아이폰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마켓 모두 국내 계정보다는 해외 계정을 통해 게임을 찾는 편이 더 수월하다. 그리고 또 하나, 지하철·버스 안에서 복고 게임에 너무 빠진 나머지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어깨를 움찔거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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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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