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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5, 7~8. 미국의 아트포스터 브랜드 ‘스타일 플랜’의 그림들. 미국에서 활동하는 여러 화가들의 그림을 극세사 잉크로 인쇄해 판매하고 있다. 4. 패션 디자이너 소니아 리키엘이 디자인한 패브릭의 무늬. 6. 오리지널 그림과 다름없지만, 좀더 합리적인 값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판화 그림.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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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유명작가가 디자인한 패브릭·신진작가 아트포스터, 판화 등 다양해지는 그림 액자의 세계
예술작품의 아우라는 옅어지는데, 예술작품을 모아 전시하는 공간의 아우라는 짙어만 간다. 갤러리 이야기다. 전시된 그림의 화풍은 초현실주의, 팝아트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대중과 가까워지는 중이지만 ‘갤러리’의 높은 문턱만큼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다. 들어서기 겁낼 이유가 없다고는 하지만, 한 점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그림을 손쉽게 살 수 없는 처지인 많은 사람들에게 그림값 자체가 현실의 높은 벽이다. 갤러리가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그림 가게’인 이유다. “인물화, 추상화, 사진은 식상독특한 디자인 패브릭이
더 희소성 있어 보여요” 이런 와중에 소비자들의 눈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집을 꾸미기 위해 어디선가 봤던 그림보다는 흔히 볼 수 없는 그림을 찾아 나선다. 꼭 ‘진짜 그림’이 아니어도 된다. 오히려 정직하게 ‘진짜 그림’이 아니라는 점을 드러내는 ‘그림 가게’에 마음을 빼앗긴다. 신선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값으로 심리적인 문턱을 크게 낮춘 ‘그림 가게’. 온라인에서 마냥 헤맬 필요 없다. 점점 그림 인테리어를 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온라인에서 출발해 오프라인 매장까지 갖춘 그림 가게가 속속 문을 열거나,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골목 사이사이를 헤집고 들어갔다. 지하철 공사가 한창인 거리 옆 지하에 그림 가게가 있다. ‘이런 곳에 그림 가게가?’라고 놀랄 만한 곳이다. 지하에 자리잡은 쇼룸에 들어서면 그런 소리가 쏙 들어간다. 어둡고 작은 공간이지만, 옹기종기 벽에 걸리고 바닥에 놓인 그림이 꽤 많다. 온라인에서 시작해 지난해 오프라인 쇼룸을 낸 인투(into1.co.kr)의 그림 가게다. 가만있자, 그런데 그림인데 그림이 아니다. 만져보니 더욱 확실하다. 어떤 그림을 만져보니 천 느낌이 들고, 다른 그림을 만져보니 그냥 종이 같다. “한 점 한 점 그린 그림이 아니에요. 세련된 디자인의 벽지나 패브릭을 액자에 넣어 그림처럼 보이게 만든 거죠.” 김하양 대표의 설명이다. 이 말을 듣고 나니 10만~20만원, 최고 50만~60만원대의 가격이 이해가 된다. “외국에는 패브릭을 액자에 넣어서 집안을 장식하는 방식을 많이 써요. 꼭 그림이 아니더라도 유명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이색적인 패브릭이나 벽지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거든요.” 인투에서 팔고 있는 꽃 그림 액자 가운데는 소니아 리키엘과 같은 패션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아트 프레임이 여럿이다. 그림 같은 패브릭과 벽지 액자? 만져보면 유화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확인할 수 있지만, 벽에 걸린 액자를 보면 꼭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고, 그 가치를 단정하는 일이 부질없어 보인다. 오히려 조잡한 복제 명화나 싸기만 한 진짜 그림보다는 만족도가 높을 법하다. “인물화나 추상화, 사진 액자 같은 건 많이 식상해 보였어요. 이곳에서는 특이한 소재와 디자인의 아트 캔버스를 찾을 수 있었죠.” 지난해 이사를 하고 5개월 동안 마음에 드는 그림을 구하지 못했다가, 11월 인투에서 그림을 사서 식탁 옆 짙은 보라색의 포인트월을 장식한 김성연(32)씨의 얘기다. “오히려 일반 유화 그림이 아닌 게 매력적이었어요. 벽지나 패브릭을 넣은 액자가 더 희소성 있게 느껴졌으니까요. 인테리어 면에서도 100% 만족하고요.” 지난해부터 가구 판매점과 동거를 시작한 그림 가게도 있다. 까사미아 압구정점 지하에 있는 아트숍이 그 주인공이다. 값도 합리적인 편이다. 10만~20만원대면 그림 입양이 가능하다. 물론 손으로 직접 그린 그림은 아니다. 작가들의 그림을 필름으로 전환해 인쇄한 ‘아트포스터’를 판다. 그런데 그냥 표면이 반짝이거나 매끄러운 인쇄 방식이 아니다. 가까이서 보니 마치 진짜로 그린 그림처럼 질감이 느껴진다. 더구나 캔버스에 인쇄한 작품은 일반 그림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지클레’라는 극세사 잉크 인쇄 방식을 도입한 덕이라고 아트숍에서 일하는 이유미씨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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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미아 압구정점 그림 가게의 전경.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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