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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14 17:51 수정 : 2012.03.18 14:45

‘스마트 포투’(Smart Fortwo)

[매거진 esc]
바퀴열전 ② 2인승 시티카 ‘스마트 포투 쿠페’

자동차를 몬다는 건, 좀더 빠르고 편하게 목적지를 가는 것만은 아니다. 내 차를 향해 쏟아지는 주변 시선을 즐기며, 내 뜻대로 반응하는 차에게 느끼는 희열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지붕 열리는 스포츠카와 육중한 휠베이스의 스포츠실용차(SUV)를 동경하지만, 얇은 지갑과 딸린 식구 탓에 매력적인 할부 프로그램이 기다리는 평범한 소형 또는 준중형 4인승 세단을 선택한다.

수동식 기어의 매력
독신 또는 세컨드카 찾는
남성들에게 더 큰 인기

그런 점에서 초소형 경차 ‘스마트 포투’(Smart Fortwo)는,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스포츠카도 아니면서 일반적인 세단과 달리 뒷좌석이 아예 없는 2인승 경차. 게다가 고급 수입차처럼 터무니없이 비싸진 않지만 그렇다고 국산 준중형차보다 싸지도 않은 값(2400만~2900만원대)까지.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1000대 넘게 팔리며 오래전부터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디자인. 이처럼 여러모로 애매한 점이 앞서는 스마트 포투를 닷새 동안 몰아 보면서 2인승 경차의 매력과 약점에 대해 탐구해봤다. 스마트 포투, 도대체 넌 누구인 게냐?

왜 2인승으로 태어났니 1998년 유럽에서 처음 선보인 스마트 포투는 사실, 꽤 오래된 차다. 스마트 포투를 처음 본 건 10년 전 유럽 배낭여행에서였다. 독일 베를린 전승기념탑 로터리를 쌩하며 돌던 자그마한 ‘1세대 스마트’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길가에 주차해놓은 스마트를 들여다보며, 이런 차는 누가 타나 하며 신기해했다.

스마트 포투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건, 2007년 스마트코리아라는 전문 수입 업체가 생기면서부터다. 그 전에도 병행수입으로 중고차가 간간이 들어왔지만, 대부분이 ‘2세대’라고 부르는 2007년 이후 풀 체인지 모델이다. 999㏄ 엔진을 단 스마트 포투는 폭 1560㎜, 길이 2720㎜로 쉐보레 스파크(옛 마티즈·995㏄, 폭 1595㎜, 길이 3595㎜)보다도 한참 작다.

스마트 포투가 2인승 경차로 태어난 이유는, 초기 제작업체였던 엠시시(MCC)가 도심 속 주차난 해결과 낮은 연비로 출퇴근을 할 수 있는 초소형 시티카(City Car)라는 개념을 바탕에 두고 설계를 했기 때문이다.

한때 스마트 포투는 ‘연비 왕’이었다. 가솔린 모델의 표준연비가 20.4㎞/ℓ이고, 최근 나온 디젤 모델은 30.3㎞/ℓ에 하이브리드 모델도 있다. 10년 전만 해도 연비를 높이기 위해 뒷자리를 과감히 포기한 용기에 박수를 보냈겠지만, 사실 요즘 나오는 4인승 준중형 하이브리드 차량과 견주면 연비+실용성 면에서 경쟁력이 밀린다. 심지어 지난해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인 일본 닛산의 박스카 ‘큐브’(Cube)가 들어오면서, 스마트 포투 → 베엠베 미니쿠퍼 → 닛산 큐브로 이어지는 차종 선택의 고민 과정을 겪는 소비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칼슨의 퍼포먼스 킷 CK10을 장착한 스마트 포투 쿠페의 앞모습(위)과 트렁크.
크기 얕잡아보는
운전자들의 추월
너무나 많네

으릉으릉…운전 재밌네 닷새 동안 스마트 포투 쿠페와 최근 나온 ‘퍼포먼스 킷’을 달아 출력을 높인 스마트 포투 쿠페 튜닝카, 두가지 모델을 번갈아가면서 몰아봤다. 독일차 전문 튜닝브랜드인 ‘칼슨’(Carlsson)이 만든 스마트 포투 전용 퍼포먼스킷 ‘CK10’은 엔진부품으로 설치를 하면 출력은 84 → 112마력, 최대토크는 12.3 → 15.8㎏·m까지 높일 수 있다.

차를 몰면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수동식 기어 시스템이었다. 자동기어이지만 D 모드가 없고, +와 -로 1~5단까지 기어를 조종한다.(자동변속도 가능) 이 때문에 시내 주행에서 변속할 때마다 톡톡 튀는 승차감이 생각만큼 편하지는 않다. 그러나 트렁크에 자리잡은 엔진룸으로 ‘그르릉’거리는 엔진 소리가 차 안까지 들리며, 뒤에서 미는 후륜구동의 가속감을 깊이 느낄 수 있다. 경차보다는 스포츠 쿠페를 닮았지만 유럽식 기준으로 튜닝한 서스펜션은 과속방지턱 많은 청계천변 길을 지날 때 격한 흔들림을 겪어야 했다.

2인승 구조는 생각만큼 큰 단점으로 와 닿지는 않는다. 이 차를 몬다면, 이미 2인승의 한계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구입했을 테니 말이다. 사실 2인 가족에게는 주로 뒷좌석은 짐칸 또는 아주 가끔 타는 손님을 위한 것임을 생각하면 말이다.(차 태워달라는 직장 상사 따돌리기는 좋을 듯)

이에 대해 최재혁 스마트코리아 실장은 “30대 독신 남성이나 출퇴근용 세컨드카를 사려는 30대 중반 기혼 남성이 많이 구입한다”고 귀띔했다. 디자인만 보면 젊은 여성이 더 좋아할 법도 한데, 아니었다.

그러나 실제 몰아보니, 그 이유를 알 법하다. 수동 변속차량에서나 느낄 수 있는 들썩 밀리는 느낌과, 전복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파워 스티어링 휠을 적용하지 않아 주차할 때 힘깨나 써야 하는 점을 생각하면 스마트 포투의 운전법은 남성이 더 끌릴 법하기 때문이다.

바다와 같은 넓은 아량도 필요해 사실, 스마트 포투를 모는 데 가장 큰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바로 도로 위 다른 자동차의 시선. 뒤가 짧은 차체로 막히는 길에서 차선을 비집고 들어가기 쉬웠지만, 반대로 스마트 포투의 크기를 얕잡아 보고 추월 당하는 일도 많았다.(운전 실력에 문제가 있었던 건 결코 아니었다!)

실제로 지난 주말, 꽉 막힌 내부순환로 마장 나들목에서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 사이에서 유독 10분 동안 무려 6대의 차가 스마트 포투 앞의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3대까지는 그냥 여유롭게 끼워줬지만, 그다음부터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스마트 포투를 몰려면 “먼저 가세요, 전 여러분과 다르거든요”라고 할 정도의 여유와 자존심이 필요한 듯하다. 내 앞으로 끼어들던 아저씨, ‘쿨’하지 못해 미안해요.

하이브리드·전기차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스마트 포투의 시티카 사업이 실패했다는 지적도 많지만, 주행 능력이나 디자인에서 뿜어 나오는 스마트 포투의 매력은 여전히 무시하기 힘들다. 표범 무늬를 도배한 개성 넘치는 빨간색 마티즈를 끌고 다녔던 방송인 노홍철이 최근 스마트 포투 카브리올레를 구입했다는 것을 보면 그렇다. 이번에도 역시 차 전체에 표범 무늬를 덧씌울 것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스마트 포투를 탄다는 건, 흔한 삼성·엘지 노트북 대신, 미려한 디자인에 반해 애플의 ‘맥북 에어’를 지르는 것과 닮았다. 디자인과 기능에 반해 맥북을 샀지만, 우리나라 인터넷 현실을 한탄하며 맥오에스(MacOS)에 윈도 프로그램을 함께 깔아 쓰는 것처럼 말이다.

life tip

손목시계처럼 대박을 꿈꿨던 자동차

‘스마트 포투’의 탄생은 유명 시계 브랜드 스와치에서 출발했다. 1980년대 말 시계 사업으로 성공했던 에스엠에이치(SMH·현 스와치그룹)의 회장 니컬러스 하이에크가 “스와치 시계처럼 대중적인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 그 시작이다. 그의 개인 사업체인 ‘스와치 모빌’은 시티카 개발을 추진하던 다임러벤츠(현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합작해 엠시시(Micro Car Corporation)라는 회사를 세웠다. 그 뒤 1998년 첫 작품인 ‘스마트 1세대’가 나왔지만, 하이에크 회장의 애초 아이디어가 제대로 반영 안 된 탓에 합작은 깨진다. 그 뒤 다임러벤츠의 자회사가 된 엠시시는 회사 이름을 ‘스마트’로 바꾸게 된다.

스마트는 한때 4인승 차량인 스마트 포포(Forfour)와 스포츠카 모델인 스마트 로드스터(Roadster) 등 세 가지 모델을 선보이고, 스포츠실용차(SUV) 모델인 포모어(Formore) 개발에도 나섰지만, 경영 악화로 현재는 스마트 포투만 생산하고 있다. 현재 카브리올레·쿠페 모델이 있으며 가솔린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MHD)·디젤(CDI) 등이 있으며, 전기자동차 모델(ED)도 개발해 내놓을 예정이다.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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