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3.21 18:58
수정 : 2012.03.2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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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휴직·이직 감수하며 세계일주 준비하는 직장인들…평생직장 개념 사라진 환경 영향도
인류 최초의 세계여행자는 포르투갈인 페르디난드 마젤란(1480~1521)이지만, 국내 일반인들에게 세계일주의 꿈을 지핀 건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장 한비야(54)씨의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1996)이었다. 7년 가까이 혈혈단신 전세계를 돌아다닌 그의 여행기는 유럽 배낭여행 열풍과 맞물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용기와 모험심, 그리고 충분한 돈이 있어야 가능했던 세계일주는 10년 넘게 여행자들의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좀더 대중화하고 있다. 체계적으로 정보를 모으기 위해 스터디 모임에 참여하고, 회사와 협상해 사직 대신 휴직을 하고 여행길에 오르는 직장인도 있다. 2012년 세계여행의 현주소를 살펴보며, 머릿속에만 맴돌던 세계일주의 꿈을 향해 손을 쭉 뻗어보자!
세계일주 스터디는 기본 “쿠바에선 ‘세우세’(CUC)가 여행자용 화폐고, ‘세우페’(CUP)가 현지인 화폐예요. 숙박비는 달러로 내고, 다른 건 쿠바 돈으로 내면 되죠”, “여기는 사람 냄새가 가장 많이 나는 곳으로, 아르헨티나에서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도시 가운데 하나라고 해요.” 지난 16일 저녁. 서울 용산역 근처 한적한 골목길 끝에 있는 작은 카페에 20여명이 빼곡히 들어찼다. 비 오는 유리창을 배경 삼아 앉은 이들은 금요일 저녁을 샌드위치로 때우며 프로젝터 스크린에 띄워져 있는 남미 지도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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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스터디 클럽-드림팀 17기 회원들이 모임을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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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세계여행을 준비하는 ‘세계일주 스터디 클럽-드림팀’(cafe.daum.net/oneworldtourclub) 회원이다. 지난주 첫 모임을 한 회원들은 이날 중남미 지역 여행 정보와 배낭 고르는 법 등을 조사해 온 회원들의 발표 내용을 듣고 두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모인 회원들은 ‘드림팀 17기’다. 기수마다 5주 일정으로 매주 금요일 저녁 만나 여행 정보를 주고받는데, 15명 안팎의 회원을 받은 지 벌써 4년이 넘었다. 실제로 세계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의 모임이다 보니, 그동안 참가 회원의 절반 가까이인 100여명이 세계일주를 떠났다. 1기 회원으로 스터디를 한 뒤 2년 넘는 세계여행을 다녀온 박진석(32·직장인)씨는 모임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세계일주에 관한 정보가 워낙 많다 보니, 나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정보나, 내용을 잘 정리하지 못하는 점 등을 모임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며 “회원 대부분이 20대 후반~30대 후반이지만, 은퇴 뒤 세계일주를 준비하는 50~60대도 간간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뒤 대기업
스펙만 따라온 삶
재밌는 경험 만들고 싶어 계획”
이날 모임에도 곧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있었다. 다음주 중국 칭다오를 시작으로 1년 넘는 세계여행길에 오르는 오승욱(31)씨는 여행을 위해 대형 건설사의 건축사 일을 그만뒀다. “건축학과 나와서 대기업으로…, 이렇게 스펙만 따라서 살아왔어요. 그러다 우연히 오지 여행 다녀온 사람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세계여행이 내 인생의 재밌는 경험을 얻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떠나게 됐어요.” 그는 일찍 준비를 한 덕에, 여행 기간 동안 이탈리아 미술교육기관에 초청을 받아 그림 공부를 하고, 출판사와 계약한 책도 내려 한다.
오씨보다 한 주 늦게 출발하는 원민지(27)씨의 첫 여행지는 캄보디아 시엠립이다. 그는 “오래전에는 외향적이었던 성격이 대학·직장생활을 거치면서 내성적으로 변했다”며 “1년 정도 여행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경험을 하여 예전의 내 모습을 찾고 싶은 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말했다.
“기업도 안식년 도입해
평생 한번쯤은
세계일주 떠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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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을 찾은 안현주씨 가족. (아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니발 행렬 옆에 선 박진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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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기 전보다는 다녀와서가 중요 고환율 등 해외여행자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에도, 세계일주를 떠나는 젊은층이 계속 늘고 있는 건 평생직장이 사라진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 탓이기도 하다.
회원 수 10만명이 넘는 세계여행 관련 인터넷 카페인 ‘5불생활자 세계일주 클럽’(cafe.daum.net/owtm) 운영자이자 베스트셀러 세계여행 서적인 <세계여행 바이블>을 쓴 심태열(36)씨는 “과거에는 인생의 전환점을 삼고자 세계일주를 떠났다면, 최근에는 긴 휴가의 개념으로 떠나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보면, 아직까지는 여행 뒤 재취업 걱정이 덜한 전문직인 의사·약사 또는 방학이 있고 휴직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교사 등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직장생활에 회의를 느끼는 5년차 이상 대리급 직장인들도 상당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여행 경험을 쌓고 돌아와 다시 내 일을 찾겠다는 자신감이 높고, 무엇보다 평생의 이야깃거리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
직장과 타협을 해 여행 뒤에도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여섯달 동안 세계일주를 다녀온 직장인 송기우(33)씨는 애초에 1년 넘게 계획했던 여행을 여섯달로 줄이는 대신 휴직을 하고, 여행 뒤 구직 부담을 덜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꿈꿔 왔던 세계여행 계획을 솔직하게 상사에게 얘기했더니, 여행 기간을 줄여보고 무급 휴직을 하는 쪽으로 하자고 매듭이 지어졌다”며 “직장을 그만둘 각오를 했는데, 부담도 적고 홀가분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직장에서도 무조건 “안 된다”는 것보다 세계여행으로 넓힌 자산을 업무와 연관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긴 여행을 떠나는 만큼 경제적 손실이나 기회비용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2009년 말 남편,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함께 1년 동안 세계여행을 다녀온 안현주(40)씨는 “아이까지 있기 때문에 다녀와서 직업을 구해야 하는 점을 생각해 여행 뒤 6개월~1년을 버틸 수 있는 생활비까지 생각해서 계획을 짰다”며 “실제로 여행을 하다 보니 1년 가까이 세계여행을 하던 신혼부부가 귀국 한달을 남기고 여행지에서 열심히 이력서를 쓰는 모습도 봤다”고 말했다.
세계일주 스터디 클럽-드림팀의 최고령 운영진인 김성기(53)씨는 “사회 전반적으로 안식년 제도가 정착해 직장인도 일생에 한번쯤 여섯달~1년 정도 휴가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솔직히 너무 억울한 생각도 듭니다. 사람이 한번 태어나서 맘 편히 세계일주를 할 수 없는 사회적인 환경이니까요.”
글·사진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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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tip
세계일주 항공권 꼼꼼히 비교하자
세계여행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항공권이다. 그렇다면 항공사 연합체를 중심으로 전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다양한 ‘세계일주 전용 항공권’ 상품을 알아보자. 돈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크루즈 세계여행도 할 수 있다!
▣ 원클릭 세계일주 항공권? 광클릭 저가항공? 세계일주 전용 항공권은 한번 구입 1년 동안 제휴 항공사의 각 지역 노선을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캐세이퍼시픽·일본항공 등이 있는 ‘원 월드 익스플로러’와 ‘글로벌 익스플로러’, 아시아나 항공이 있는 ‘스타 얼라이언스’, 대한항공이 있는 ‘스카이팀’, 그리고 말레이시아 항공이 있는 ‘라운드 더 월드’ 등이 있다. 마일리지 적립 여부, 여행 경로, 체류 국가 제한 등의 규정이 제각각이다.
그러나 1년이라는 여행 기간의 제약이 싫거나, 여행 중에 여정을 마음대로 꾸미려는 이들은 현지 저가 항공사를 활용하기도 한다. 국내 티웨이항공·제주항공 등이 저렴한 동남아 노선을 취항하는 것처럼, 해당 국가에서 판매하는 저가 항공편을 필요할 때마다 현지에서 인터넷으로 예약해 이동하는 것이다. 과거에 견줘 값이 꽤 오른 세계일주 전용 항공권보다 싼 값에 이동할 수도 있다. 대신 편안한 여행 대신 부지런한 여행을 할 각오는 단단히 해야 한다.
▣ 크루즈 세계여행도 강인한 체력을 바탕에 둔 세계여행이 자신 없다면, 지갑을 두둑이 채우고 크루즈 세계여행 상품을 찾아볼 수도 있다. 세계적인 크루즈 업체인 ‘코스타 델리치오사’가 2800여명을 태우고 내년 1월6일 이탈리아 사보나를 출발해 100일 동안 각 대륙을 도는 세계일주 상품이 있다. 가장 싼 상품은 2만달러(약 2300만원). 이탈리아까지 가는 항공권까지 생각하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지만, 꿈꾸는 데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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