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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28 17:22 수정 : 2012.03.28 17:22

지난 23일 서귀포 법환포구. 마을 잠녀들이 채취해 뒀던 참소라 를 져나르고 있다.

[매거진 esc] 강정마을 구럼비 발파 이후 더 소중해진 제주도 포구와 너럭바위…서귀포 법환포구 여행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세계 지질공원 인증. 제주도는 세계가 인정한 아름답고 소중한 섬이다. 최근엔 우여곡절 끝에 ‘세계 7대 자연경관’에도 이름을 올렸다. 잘 보전해 후대에 물려줘야 할 보석 같은 섬이 요즘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끓고 있다. 지난주 서귀포 주변 포구 탐방길에 들른 강정마을에선, 거센 비바람 속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가 계속됐다. 구럼비 바위 해안에서 발파 굉음이 들리기 시작한 지 보름여. ‘해군기지 건설 전면 백지화!’ ‘구럼비 발파 즉각 중단하라!’ 펼침막·깃발들이, 길목마다 대치중인 시위대·경찰 전후좌우에서 세차게 펄럭였다.

비에 젖어 더 무겁게 가라앉은 렌터카 엔진 소리는 강정마을을 빠져나와 노란 유채꽃들 화사한 돌담길을 굽이돌아 나가자 조금씩 다시 가벼워졌다. 강정포구 구럼비 해안처럼 아름답다는 너럭바위를 품은 포구마을을 찾아갔다. 강정마을 동쪽 2㎞ 거리에 이웃한 법환마을의 포구다. 법환은 강정과 함께 제주올레길 7코스(외돌개~월평)가 지나는 길목의 포구마을. 바닷가에선 검은 현무암 너럭바위와 난여(물에 드러난 암초) 든여(숨은 암초)들이 바다를 향해 줄달음치고, 그 앞바다에는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는 범섬이 솟았다.

법환마을을 지나고 있는 올레꾼들.
강정마을 동쪽 2㎞
제주올레길 7코스 길목
이야기를 알면 더 즐거워

“마냥 걷기만 하면 반의 반밖에 못 봅니다. 경치만 보이지요. 발길 닿은 장소가 어떤 곳인지, 어떤 이야기를 품은 곳인지 모른 채 행진하듯 지나가는 분들이 많아요.” 서귀포 향토사학자 박정석씨는 “그 많은 올레꾼들이 줄곧 걷기 경주 하듯” 마을을 스쳐 지나가는 걸 안타까워했다. 관광객들이 차로 달리고 또 걸으며 즐기는 제주도 바닷가엔 아름다운 경관도 촘촘하지만, 머리에 담아두고 가슴에 새길 만한 보고 느낄 거리도 빼곡하다. 새기고 담으려면 뒷골목 구멍가게 문을 열거나, 마을회관·경로당을 기웃거리고, 돌담길을 걸으며 주민들과 인사 나누는 일을 즐겨야 한다.

“50명이 4일간 작업한 거우다.” 지난 23일 낮 12시 서귀포시 법환동 법환포구 잠녀체험장 앞. 잠녀(해녀) 20여명이 검은 너럭바위 펼쳐진 바닷가에서, 망에 담아 바닷물 속에 보관했던 참소라(뿔소라)를 끌어올리고 져나르느라 분주하다. 서귀포수협에서 참소라를 수매해 가는 날이다. 40~50대 아주머니도 70대 할머니도 있는 힘을 다해 밧줄을 당겨 20~40㎏짜리 참소라망을 물속에서 끌어낸 뒤, 하나씩 등에 지고 바윗길을 걸어올라 체험장 앞에 부려놓았다. 부슬비 뿌리는 가운데, 검은 현무암 바윗자락에 앉고 서서 펼치는 잠녀들의 억센 손짓·몸짓들은 어지러워 보이면서도 일사불란했다. 올레꾼들이 발길을 멈추고 감탄사를 터뜨린다. “할머니들이 힘도 좋으시네.” 순식간에 산더미처럼 쌓여 수매를 기다리는 참소라는 모두 2.5t.

19살 때부터 물질을 해왔다는 김태계(54)씨는 “강정 쪽 흰돌에서부터 외돌개 쪽까지 해안을 다섯 구역으로 나눠 하루씩 채취작업을 한다”며 “참소라·전복·해삼이 깔렸다”고 말했다.

바닷물에서 참소라를 꺼내는 잠녀들.
잠녀체험장 ‘숨비소리’ 1층 식당은 올레꾼들이 식사하고 쉬어가는 곳. 잠녀 25명이 5명씩 돌아가며 하루씩 체험장 식당 등을 운영한다. 5월부터는 앞바다에서 잠수 장비를 갖추고 참소라·성게·전복을 채취하는 잠녀체험을 할 수 있다.

마을 주변 해안은 “주민들이 돌아가며 감시”하는 ‘해산물 창고’다. 포구 동쪽 ‘망다리’ 너머 언덕길에서 해안을 내려다보며 도둑 채취를 감시하며 앉아 있던 할머니는 “미역 줍는 건 몰라도 다른 건 채취를 못하게 돌아가면서 교대로 지킨다”고 했다.

법환마을은 990여가구 2000여명의 주민이 사는 규모 큰 마을이다. 2차로인 법환로를 사이에 두고 아랫마을과 윗마을로 나뉘는데, 주로 포구 쪽인 아랫마을에 나지막하게 굽이치는 돌담길과 100~200년 된 팽나무들, 옛 전통식 가옥 일부가 남아 있다. 돌담길에선 주황빛의 큼직한 하귤(초여름에 수확하는 귤)들이 탐스럽게 익어가고 붉디붉은 동백꽃도 와르르 피어나고 있다. 바닷가 길엔 노란 유채꽃 무리가 한창이다.

포구를 낀 마을이지만, 대부분의 주민이 감귤·한라봉 등 과수농사일에 종사한다. 1980년대 전후엔 한치가 많이 잡혀 축제까지 벌이던 마을이었다. 양용진(57) 법환동 마을회장은 “낚싯배는 여러 척 있지만 이제 어업을 생업으로 하는 배는 자리돔배 1척만 남았다”며 “감귤류 농사가 소득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안길에 지천인 유채꽃 무리.
참소라·성게·전복 지천
5월부터 앞바다에서
잠녀체험 할 수 있어

법환포구는 막숙포구로도 불린다. 고려가 원나라 지배 아래 있을 때 제주도는 원의 마지막 세력인 목호(말을 키우던 몽골족 목부)들이 명나라에 반기를 들고 난(목호의 난)을 일으켰던 곳이다. 이때 최영 장군이 이들을 앞바다의 범섬까지 쫓아가 소탕하고, 제주를 다시 고려에 귀속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한다. 당시 토벌대 군사들이 포구에 진을 쳤던 데서 막숙이란 지명이 전해오고 있다.

웅크린 호랑이 형상의 범섬과 주변 바다엔 희귀식물과 해양생물이 많이 살아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구멍가게 ‘올레길상점’ 주인 김명철(74)씨로부터 범섬 이야기를 들었다. “거기 애기물(용천수)이란 샘이 있다. 왜정 때 범섬에 두 집이 살았는데, 서로 싸운 뒤 한 집이 먼저 쫓겨나왔고, 나머지 집도 결국 육지로 나왔다. 그 뒤론 송아지·토끼·흑염소를 놓아길렀다.”

포구 앞 바닷가엔 막숙물·공물·두머니물 등 주민들이 생활용수로 쓰던 용천수들이 남아 있다. 막숙물 앞엔 일제강점기 용천수 자리를 수리하는 데 기여한 이들을 기리는 빗돌 세 개가 서 있다. 주민들은 물이 빠졌을 때 바닷가 너럭바위 끝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한라산 쪽 풍경을 사랑한다. 예로부터 제주 사람들은 한라산 모습이 잘 보이는 곳을 명당으로 쳐왔다고 한다. 올레꾼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포구 주민들은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올레길상점 김씨도, 마을회장 양씨도 한목소리로 말했다. “올레꾼 돗통 어선 궂엄수다예.”(올레꾼을 위한 화장실이 없으니 불편합니다)

travel tip

럭셔리 텐트 여행도 있어요

가는길 제주공항 5번 출구 앞에서 서귀포행 600번 리무진 버스를 타고 서귀포 이마트·월드컵경기장에서 내린다. 버스 50분 소요. 월드컵로를 따라 내려가다 네거리에서 이어도로를 따라 왼쪽 길로 걸으면 법환포구에 이른다. 도보 20여분.

먹을곳·묵을곳 사진가가 운영하는 법환어촌계횟집(064-739-1674), 잠녀체험장 식당 숨비소리(064-739-1232). 호젓한 찻집 ‘카페7373’(064-767-7373)도 있다. 마을 주변에 올리브낭(010-3273-0866), 제주락(064-738-8333), 율게스트하우스(010-9716-3416) 등 펜션과 올레꾼들이 이용하는 게스트하우스들이 많다. 펜션 1실 6만~10만원대, 게스트하우스 1인 2만원 안팎.

제주신라호텔 뷔페 ‘더 파크뷰’ 오픈 국내 최고 수준의 특급 뷔페식당 서울신라호텔의 ‘더 파크뷰’가 지난 22일 제주신라호텔에서도 문을 열었다. 374석. 거의 제주도 자연산 식재료를 이용하고, 각종 식물을 1년간 숙성시킨 발효효소를 기본으로 쓴다. 다른 뷔페와 달리 모든 음식 코너의 주방을 완전히 개방한 것도 파격적이다. 제주산 전복·표고버섯·닭고기·동충하초·도가니를 진하게 우려낸 국물 보양식 ‘불로탕’은 저녁뷔페에서 7시·8시 2회만 제공되는데, 종을 쳐서 손님에게 알리는 것도 이색적이다. 아침 3만5000원, 점심 4만5000원, 저녁 7만5000원.

제주신라호텔 제공
노천탕을 갖춘 야외수영장 옆 글램핑·캠핑존에서 운영하는 글램핑(사진·럭셔리 캠핑) 체험(오후 6~12시 이용)도 눈길을 끈다. 12평 규모의 대형 카바나 텐트 안에 대형 소파침대, 8인용 테이블, 힐링스톤 풋스파, 벽난로 장식 등이 설치돼 있다. 바닷가재 등 호텔에서 준비한 갖가지 바비큐 재료들을 야외 그릴에서 구워 먹을 수 있다. 텐트내 무선 인터넷이 가능하고 보드게임도 즐길 수 있다. 연인들 사랑 고백 장소, 가족 휴식 장소로 인기다. 이용료(텐트·음식 포함) 1인 10만원. 2인 이상 주문 가능. (064)735-5114.

서귀포=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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