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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04 11:12 수정 : 2012.04.04 11:12

백화점 브랜드 납품업체들 뭉친 서울성수동수제화타운에서 찾은 올봄 뜨는 구두들

올봄 인기 색은 오렌지 얼룩·뱀가죽 무늬도 인기
25개 브랜드 제품 빼곡
눈썰미 자신없으면 매장 직원 추천받기를

3월28일, 서울 성동구 성수2가 구두거리는 봄을 맞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퍼진다. 구두를 만드는 데 쓰이는 플라스틱 틀을 찍어내는 곳의 소리가 가장 유난스럽고, 온갖 구두 부자재를 실어나르는 오토바이 소리는 끊임없다. 300여개의 구두 관련 작업장이 있는 구두거리. 이름은 구두거리지만, 구두를 살 수 있는 곳은 찾기 어려웠다. 이곳에서 장인들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구두는 유명 백화점을 비롯한 소매상점으로 팔려나가기 바빴다.

한국의 수제화 중심 생산지인 구두거리 초입에 지난해에야 제대로 된 구두를 알뜰하게 마련할 수 있는 상점이 생겼다. 올해 1월에는 2호점까지 냈다. 서울성수동수제화타운(SSST·수제화타운)이 바로 그곳이다.

지난해 문을 열자마자 ‘유통 마진을 제거해 알뜰하게 구두를 마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름을 날렸다. 최근에는 우수 마을기업으로도 선정됐다. 그러나 정작 이곳 신발의 ‘싼값’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25개 브랜드의 패션 수제화들은 여느 유명 브랜드의 구두 못잖은 품질과 디자인도 내세울 만한 장점이다. 이들 업체 대부분이 백화점에 매장을 낸 구두 브랜드에 납품을 하는 업체이다. 무엇보다 길게는 40년 넘게 수제화를 만들어온 구두 장인들은 그 어떤 사람보다 구두 시장의 트렌드와 추세를 콕 집어냈다.

포인트 색상이 주요 색상으로→수제화타운에 입점한 브랜드 가운데, 가장 개성 넘치는 여성 수제화를 만드는 곳으로 꼽히는 ‘라플로채니’. 삼청동 등에 매장을 냈을 뿐 아니라, 이 브랜드의 구두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의 오트쿠튀르의 무대에도 올랐다. 디자인을 담당하는 이성범 총괄이사에게 물었다. 올해 어떤 구두를 사면 좋겠냐고. “올해는 포인트 색상으로나 썼던 오렌지색을 주요 색상으로 써요. 경력 20년이 넘었는데, 올해만큼 오렌지색이 폭넓게 쓰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이 이사는 “색상과 형태도 디자인할 때 중요하지만, 신발을 만드는 가죽의 질감도 아주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특히 올해는 얼룩무늬나 뱀가죽 무늬도 유행이다. 수제화타운에서 확인한 것도 마찬가지다. 김상희 영업부장은 “남성이나 여성이나 올해는 뱀가죽 무늬의 신발이 많다. 실제로 팔리기도 그런 무늬의 구두들이 많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수제화’의 장점은 무엇보다 ‘발에 꼭 맞는 편안함’이다. 그런데 높은 굽의 구두가 주종을 이루는 라플로채니의 신발을 보자니, 보는 것만으로도 발이 아파 온다. “아무래도 스타일에 도전적인 여성들이 주로 찾아요. 조금이라도 편한 높은 굽 구두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답니다.” 발바닥 무게중심을 고르게 분산시킬 수 있는 구두 굽 디자인을 찾아 기술 개발에 여념이 없다는 이성범 이사이다. 그는 올봄 1650만원을 들여 높으면서도 더 편한 구두 굽을 개발했다. 일반 가죽에 뱀무늬를 넣은 소재를 개발하는 데는 45일이나 걸렸다.

가늘고 길거나, 아예 낮거나→53년째 구두 만드는 일에 종사하고 있는 신용석(68)씨. 그에게 물어보면 올해 유행 디자인이 술술 나온다. 하루 내내 공장 안에 있는 그이지만, 가장 유행을 먼저 알아차린다. “여기 앉아서 보면 4~5년 만에 유행하는 디자인이 다시 돌아오더라고. 가만있자, 요즘에는 여자 구두는 굽이 더 높아지고 가늘어지고 있어. 아니면 아예 편안한 낮은 굽이거나.” 신씨는 신발의 평면 디자인이 나오면 실제로 구두를 만들 수 있도록 입체적인 형태를 만드는 ‘패턴’의 달인이다. 디자인을 할 줄 몰라도, 디자인을 입체화시키기 위해 없으면 안 될 존재이다. “낮은 굽 구두가 새로 개발되는 신발의 3분의 1 정도 차지”하는 현상에 대한 그의 해석은 이렇다. “요즘은 키들이 커져서 낮은 굽 구두도 많이 신는 것 같아. 낮은 것 신고도 나보다 한참 큰 여성들이 지하철에 한가득인걸.” 과학적이지는 않지만, 경험적으로는 맞는 해석 같다.

줄잡아 여성 수제화 하나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부속 재료만 60여개. 사람의 손길을 100번 이상은 거쳐야 만들어지는 수제화이다. 올해 봄과 여름에 팔릴 구두를 만드느라 토요일 저녁까지도 장인들의 손길은 바쁘기만 하다. “납품 기일 맞출 때는 밤도 새워야지”라는 신씨다.

보물찾기를 권유함→25개 브랜드의 신발을 모아 파는 수제화타운 1, 2호점. 브랜드마다 많게는 100개의 신발이 전시되어 있다. 백화점 매장처럼 유행하는 신발만 골라서 파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사고 싶은 디자인의 신발을 찾으려면 보물찾기를 해야 한다. 브랜드마다 특장점이 있기 때문에 매장에서 신발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에게 일단 구입 목적을 말하고 추천을 받는 게 효과적이다.

지난달 31일 마지막 방문 소비자인 김도영·박미현씨 부부는 구두를 한켤레씩 샀다. “저번주에 가게가 있는 것을 보고 구두를 사러 왔는데, 역시 수제화인 만큼 발이 편한 느낌이다. 게다가 가격은 유명 브랜드나 백화점에서 파는 브랜드보다 한참 싸다. 또 백화점 신발들은 디자인이 엇비슷한데, 여기는 독특한 디자인의 신발이 많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부부는 입을 모았다. 이정연 기자 sings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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