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4.04 17:32 수정 : 2012.04.04 17:32

필리핀 보홀섬의 대표적 경관인 초콜릿 힐스. 우리나라 고분 무리를 닮았다.

[매거진 esc] 반딧불이·안경원숭이·돌고래·이색 자연경관과 함께한 필리핀 보홀 에코 투어

로복강 선상투어 출발지 선착장의 악사들.
동남아 열대지역으로의 휴양여행도 이제 에코투어리즘이 대세다. 자연 생태를 관찰하고 환경을 생각하며 즐기는 여행이다. 71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 수많은 섬들의 빼어난 경관과 다채로운 동식물 서식지가 여행객을 끌어모은다. 필리핀 섬 무리의 남동쪽에 자리잡은 보홀섬도 그중 하나다. 필리핀에서 열번째로 큰 이 섬은 덜 훼손된 자연과 생태환경 덕에 ‘필리핀의 보석’으로 불린다. 휴양지 세부섬 여행객의 다수는 1~2일 일정으로 70㎞ 거리의 보홀섬을 찾는다. 독특한 내륙 산호 지형인 ‘초콜릿 힐스’와 희귀한 안경원숭이, 유영하는 돌고래 떼 등 색다른 경관과 생명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골프장 없고 은밀한 밤문화가 없고, 또 대형 쇼핑몰이 없어도 심심할 틈 없는 곳, 자연 그대로여서 더욱 흥미진진한 섬이다.

“어쩜 저럴 수가”
말문 막는 반딧불이 빛 세례
눈 감아도 잊히지 않는 장관

아바탄강 반딧불이 떼의 환상적 군무
오염원 없는 곳을 여행하는 즐거움 중 하나가 밤하늘 올려다보며 잠시 넋을 잃는 일이다. 소리 없이 현란한 별들의 반짝거림만으로, 부질없는 수사와 겉치레에 길들여진 입과 눈과 귀가 순해지고 밝아지는 느낌이다. 보홀의 첫날 밤,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섬 서쪽 마리보족 만으로 흘러드는 아바탄강에서 20인승 목선을 타고 밤하늘을 즐겼다. 별빛은 명랑했고, 달빛은 은은했다. 아바탄은 ‘만남의 장소’라는 뜻. “잊지 못할 만남의 추억을 안겨줄 것”이라던 안내인 사라(38)의 말은 빗나가지 않았다.

맹그로브나무 우거진, 폭 100m도 안 되는 캄캄한 강줄기를 거슬러 오르며 정말 아름다운 대자연의 밤풍경과 맞닥뜨렸다. 배를 몰던 현지인이 플래시로 한 나무를 잠시 가리킨 뒤 껐다. 배의 엔진도 끄고 나무 밑으로 조용히 다가갔다. 커다란 나무 전체를 덮은 수백 수천의 반딧불이들. 고정된 빛이 아니라 끊임없이 점멸하며 이동하는 살아 있는 별빛들이었다. 대형 성탄 트리를 닮았다고 누군가 외쳤으나, 비할 바가 아니었다. 거의 동시에 깜박임을 되풀이하며 거세게 퍼붓는 빛의 파도, 쉬지 않고 어둠을 몰아내는 눈부신 빛의 선율이었다. 하나의 빠른 선율을 뒷받침하며 느린 선율이 따라왔고, 그것들을 아우르는 거대한 빛의 파동이 몰려와 웅장한 빛의 둔주곡을 완성했다.

아바탄강에서 만난 반딧불이들의 군무.
“아니 이럴 수가!” “어쩜 저럴 수가!” 배에 탄 이들은 입을 벌린 채 현란한 빛의 세례에 몸을 맡겼다. 고요한 수면, 커다란 나무를 온통 뒤덮은 채 춤추며 발광하는 그것들은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정신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빛의 블랙홀이었다. 이 황홀한 향연을 사진기에 온전히 담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오직 눈으로 그것을 받아 마음에 담아둘 수 있을 뿐이었다.

“파이어플라이(반딧불이)들은 수명이 두달 정도입니다. 개구리 등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나무 위쪽에 한꺼번에 모여 살지요.” 낮엔 흩어져 먹이활동을 하다 밤이면 나무에 모여 저녁 7시부터 9시 무렵까지 빛을 발하며 눈부신 광경을 연출한다. 반딧불이들이 빛을 내뿜는 건 짝짓기를 위한 구애활동으로, 암수 모두 빛을 낸다고 한다. 사라는 “이런 반딧불이 무리를 볼 수 있는 곳이 보홀에 2곳, 팔라완에도 1곳이 있다”고 했다. 1시간 배로 왕복하는 동안 무수한 반딧불이들이 발광하는 대여섯그루의 맹그로브나무들을 만났다. 숙소로 돌아와 누운 뒤에도 그 일렁이는 빛의 파도가 따라와 꿈길을 적셔주었다.

멸종위기 안경원숭이
사진 찍을 때는
플래시를 꺼주세요

보홀의 마스코트인 안경원숭이.
안경원숭이 만나고 광활한 ‘초콜릿 힐스’ 평원으로
오전 9시, 보홀섬 남서쪽 내륙 코렐라 지역의 안경원숭이 보호구역. 앞서 걷던 보호구역 안내인이 수풀 속 작은 나뭇가지를 막대기로 가리켰다. 키 작은 나무의 가지를 껴안고 매달린 생명체. 이 작고 애처로운 영장류는 얼핏 안경을 쓴 생쥐처럼 보였다. 몸길이(꼬리 제외) 10~13㎝. 머리가 몸의 3분의 1가량이고, 얼굴의 3분의 1가량이 눈인, 원숭이 중 가장 작다는 안경원숭이(타르시어)다.

안내인은 “카메라를 너무 가까이 대지 말고, 절대 플래시를 터뜨리지 말 것”을 주문했다. 위협을 느끼거나 인위적으로 서식지를 옮겨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를 부딪쳐 자해하며 목숨을 끊기도 한다고 한다. 사진을 찍는 동안 이 녀석은 그 큰 눈을 휘둥그레 뜨고 빤히 카메라를 응시했지만, 이내 졸린 듯 눈을 반쯤 감거나, 고개를 홱 돌려 다른 곳에 눈을 고정시켰다. 줄을 잇는 탐방객들의 발길에 시달리고 있는 듯했다.

안경원숭이는 눈을 움직이지 못하지만, 머리를 180도나 돌릴 수 있다. 전후좌우로 고개를 회전시키며 벌레를 찾고, 길고 튼튼한 뒷다리로 몸길이의 10배 이상을 뛰어오르며 먹이사냥을 한다고 한다. 안경원숭이는 필리핀·인도네시아 등에 서식하는 희귀종이다. 코렐라 보호구역 안에 500마리가 살고, 이 중 10마리만 관찰용으로 공개한다.

덜컹거리는 비포장 숲길을 달려 섬 내륙 한복판의 ‘초콜릿 힐스’를 찾았다. 드넓은 평원에 봉긋한 봉우리들이 무수히 솟았다. 건기(11~4월)에 풀이 시들면 원뿔형의 ‘키세스 초콜릿’처럼 보여 초콜릿 힐로 불린다. 전망대에 오르자 전후좌우로 겹치고 포개진, 한반도의 왕릉을 닮은 봉우리들이 끝도 없이 펼쳐졌다. 50㎢에 이르는 광활한 평원에 1268개의 봉우리가 있다고 하는데, 이는 나무 우거진 봉우리를 제외한 수다. 풀로 덮인 봉우리만 ‘초콜릿 힐’로 부르기 때문이다. 200만년 전 산호로 덮인 바다 밑 땅이 융기한 뒤 침식작용을 거쳐 형성된 지형이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손으로 초콜릿을 집어드는 모습이나, 빗자루를 타고 나는 자세로 사진을 찍는다.

돌고래 군무 감상과 파밀라칸섬 스노클링
다음날 아침 6시. 방카선을 타고 돌고래 탐방에 나섰다. 팡라오섬에서 배로 40여분 거리의 파밀라칸섬 주변이 아침마다 돌고래 떼가 출몰하는 지역이다. 길이 1~2m에 이르는 돌고래 수십마리가 펼치는 유영과 점프 모습이 장관이다.

돌고래 떼의 유영 감상 뒤 배는 파밀라칸섬에 닻을 내린다. 파밀라칸섬은 본디 고래잡이로 이름났던 섬. 주민들은 1986년 상업포경이 금지되기까지 고래를 잡아 생계를 유지했다. 이제 250가구 1600명에 이르는 주민들은 고래 관찰을 곁들여 섬을 찾아오는 여행객들을 맞아 관광수입을 올리며 생활한다. 주민들이 차려내는 새우구이·생선구이·바나나튀김·바나나꽃무침 등 전통음식들을 뷔페식으로 즐길 수 있다. 깨끗한 앞바다에서의 스노클링이 인기다. 형형색색의 산호와 열대어 무리를 감상하다 짙푸른 심해와 마주친다. 수중 수직절벽 밑으로 아득하게 펼쳐진 심연이 쩌릿한 공포와 감동을 함께 안겨준다. 이 밖에 보홀섬에선 로복강 선상 투어, 나비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심플리 나비농장’도 인기여행 코스다.

travel tip

가을부터 봄까지 여행 제철

보홀까지는 직항편이 없다. 필리핀항공이 인천~마닐라(오전 8시30분, 오후 8시35분 2회 출발), 부산~마닐라(오후 9시5분 출발) 편 매일 운항. 인천에서 3시간30분 소요. 마닐라~보홀(탁빌라란) 편은 매일 3회 운항. 오전 5시30분·8시50분, 오후 2시35분. 1시간20분 소요. 인천~세부 막탄 직항편 이용 뒤 배를 타고 보홀로 가기도 한다.

보홀은 태풍의 영향을 덜 받는 지역이어서 대체로 여행하기 좋지만, 건기인 11월부터 4~5월까지가 제철이다. 6~10월은 고온다습한 시기. 연평균 기온은 섭씨 27.8도.

화폐단위는 페소. 1페소는 26.3원(2012년 4월3일 현재). 전기는 110볼트. 220볼트용 플러그를 준비해야 한다. 종교는 대부분 가톨릭. 주민들은 현지어와 영어를 함께 쓴다.

제주도 약 2배 크기인 보홀섬 중심도시는 남서쪽 끝 항구도시 탁빌라란. 여기서 팡라오섬과 다리로 이어진다. 팡라오엔 약 60개의 크고 작은 리조트들이 모여 있다. 팡라오블루워터·보홀비치클럽·알로나큐·팡라오아일랜드네이처 등이 대표적. 대체로 객실 가격은 10만~20만원대부터. 팡라오블루워터 리조트는 지난해 문 연 깨끗한 리조트. 메인풀·비치풀·산책로·뷔페식당과 풀빌라 4동을 포함한 54개의 객실을 갖췄다. 스탠더드룸 30만원대부터.

필리핀항공은 여행사 연합패키지 상품 ‘필 플러스팩 보홀’을 운영한다. 3박5일 기준 보홀비치클럽 숙박 77만9000원부터, 팡라오블루워터 숙박은 86만9000원부터. (02)2085-8711. 필리핀관광청 (02)598-2290.

보홀(필리핀)=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