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4.04 18:09
수정 : 2012.04.04 18:09
[매거진 esc] 나의 첫 화장
고등학교 시절, 화장이라고는 로션밖에 몰랐던 나. 이후 여대를 진학하게 된 나의 최대 고민거리는 스무살 꽃다움을 증명해줄 ‘화장법’이었다. 결단 끝에 파란색 아이섀도와 꽃분홍색 볼터치를 구매했다. 여름이 되어가고 있었기에 나름대로 많은 고민 끝에 결정했던 최고의 색이었다. 이후 붓 터치 맹훈련에 들어갔다. 드디어 결승의 날이 왔다. 입학 후 첫 미팅이 잡혔던 것이다. 그동안의 노고를 뽐내고 싶었던 난 전투적인 자세로 거울 앞에 섰다. 뽀얗게 보이도록 평소보다 2호 높은(밝은)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비장의 무기인 섀도와 볼터치를 꺼내 힘주어 덧발랐다. 그렇게 나간 첫 미팅. 친구들의 눈길이 일제히 나에게 쏟아졌다. 감탄과 부러움의 시선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런 내 자부심은 미팅 시작 10분 만에 와르르 무너졌다. 날 유심히 보던 한 남학생이 말했다. “너 얼굴 완전 태극기 같아….” 그 말에 모든 친구들이 공감한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랬다. 하얗게 뜬 얼굴과 파란 눈두덩이와 붉은 볼. 내 얼굴은 말 그대로 하나의 ‘태극기’였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난 파란 아이섀도와 꽃분홍색 볼터치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게 됐다. 누구보다 20대 꽃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던 나의 첫 화장은 꽃다움보단 애국심을 한껏 뽐낸 화장이었다.
김지원/서울시 중랑구 면목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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