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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11 19:22 수정 : 2012.04.13 15:09

그래픽 이정희 기자 bbool@hani.co.kr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상상사진관·옐로다이아몬드·상상마당·aA뮤지엄 등 젊은 기운 불어넣는 홍대앞 건축물들

신창훈
영남대 건축과, 서울시립대 건축대학원 졸. 건축가그룹 ‘운생동’ 공동대표. 예화랑·옐로다이아몬드·케이티앤지(KT&G)복합센터 등 설계. 서울시건축상·건축문화대상·건축가협회상 등 다수 수상.

홍선관
홍익대 건축과 졸. 하버드대·컬럼비아대 부동산개발 석사, 도쿄대 도시공학 박사 수료. 서울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 조각전문 모란미술관 부관장. 저서 <체계적으로 접근한 부동산개발론> 등 다수.


4일 오후 서울 홍익대 정문 앞. 거리가 활기에 넘친다. 복잡하고 시끄럽고 밝고 어지럽다. 오전에 둘러본 도산공원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홍씨가 먼저 홍대 정문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홍선관: 저것 좀 봐봐라.

신창훈: 아,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교문! (고개를 돌리며 웃는다.) 내 고마 안 볼란다!

홍: 교문 구실을 하는 건축물인데, 미대 등 예술분야 학과로 이름난 대학의 ‘얼굴’로선 아쉬움이 많은 건물이다.

기자: 미적 감각이 부족하다는 얘긴가?

신: 스케일은 좋은데 디테일이 못 따라간다고나 할까.

(신씨가 얼핏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아담한 건물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상상사진관이다.)

신: 아주 아기자기하고 매스가 특이하게 구현된 건물이다. ㄱ자로 꺾인 터를 잘 이용해 효율적 공간을 연출한 7층짜리 철근콘크리트 건물이다.

홍: 주변 건물들과도 조화를 이루고 있는 듯하다.

신: 건물 옆쪽 골목으로 들어가 보자. 골목에서 보는 측면도 마치 건물의 정면처럼 보이지 않나?

기자: 그렇다. 두 곳 모두 건물의 정면 같다.

신: 이 건물을 설계한 문훈은 아주 특이하고 개성적인 건축가인데, 이건 좀 평범한 수준이긴 하다.

(길 건너편의, 지은 지 30여년 됐는데도 디자인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는 국민은행 서교지점 건물을 바라보면서, 열차처럼 아기자기하고 작은 집들이 늘어선, 이른바 ‘서교365’ 앞을 걸었다.)

홍: 이 골목은 작은 가게들이 제각각 무작위로 들어섰으면서도 서로 조화롭게 어울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신: 홍대 앞 거리·건물의 특성을 나타내는 랜드마크 중 하나다. 무질서가 만들어낸 조화다.

(거리에서 마주친 여학생 2명에게 물었다.)

기자: 홍대 앞은 한마디로 어떤 곳인가?

학생들: 밤이 한낮인 곳? 젊다면 뭘 해도 용서받는 곳?

신: 내게도 물어보라. 내겐 쓰러져가는 쪽방들과 초현대식 건물이 서로 기대고 있는 ‘건축물 잡화점’으로 보인다.

홍: 여긴 솔라즈빌딩이다. 콘크리트와 폴리카보네이트(플라스틱 계열), 알루미늄 등을 사용했다.

신: 여러 재료를 써서 외형의 변화를 추구했다. 옆쪽엔 작은 대나무정원을 들이고 매스를 분절시켜 형태적 변화도 꾀했다.

“스케일 큰 홍대 정문
예술분야 유명대학 얼굴로는
많이 아쉬워”

홍: 간판이 어지러워 건물 본모습이 가려지는 듯하다. 역시 간판이 건물의 얼굴인 걸 알겠다.

(한 골목 돌아가니 눈부신 노란색 유리건물이 확 다가왔다.)

aA디자인뮤지엄 지하 가구전시장.
홍: 이게 옐로 다이아몬드다. 건물 벽면을 모두 유리로 장식해 다이아몬드를 형상화한, 최근 홍대 앞에 지어진 가장 핫한 건물이다. 직접 설계한 신씨 얘길 들어보자.(웃음)

신: 쑥스럽지만 얘기해 보자. 몇개의 작은 택지를 묶어 터를 닦았는데, 건물 1층에 옛 골목 모습을 그대로 살려 ㄱ자형 공공 통로(필로티)를 만들었다. 특징 중 하나가 지상 건물(5층) 높이보다 지하 공간(3층) 깊이가 더 깊다는 거다. 땅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기자: 이색적 형태인데도 주변과 어색하지 않게 어울리는 듯하다.

신: 들쭉날쭉하고 복잡한 주변 경관을 고려해 건물 형태도 들쭉날쭉하고 아기자기하게 디자인했다. 유리 색을 노란색 계통으로 한 것도 같은 의도다.

(다시 액세서리 매장 즐비한 서교365 거리 거쳐 상상마당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신: 상상마당은 홍대 앞 문화거리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한 건물이란 평가를 받는, 잘 알려진 건물이다. 콘크리트와 곡선 유리창을 통해 나비 날개를 형상화한 외벽이 돋보인다.

홍: 건물이 트인 쪽을 향하고 있어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신: 오늘 투어가 막바지에 이르는데, 이 기자가 저 건물(W&H빌딩) 외관에 대해 설명해볼 텐가?

기자: 노출 콘크리트 외벽에 평범해 보이는 건물이다. 그러나 건물을 크고 작은 2개의 매스로 분절시켜, 여러 덩어리로 나뉜 주변 건물과 조화를 꾀한 모습이다. 그런가?

신: 하하, 그렇다. 본건물과 계단실을 분리해 하나의 프레임으로 짜고 그 안에 공간을 배치했다.

홍: 입점한 가게가 그 건물을 돋보이게 한다는 말이 있다. 이 건물도 카페 겸 서점, 갤러리가 들어와 그런 구실을 하는 것 같다.

신: 다음은 가장 원초적인 매스를 보러 가자.

(골목을 돌아 들어가자 창문 하나 보이지 않는 육중한 네모꼴 건물이 나타났다.)

홍: 이런 건물은 건축주의 주장이 강하게 반영된 사례다. 개성이 너무 강해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더 눈길을 끈다.

“aA뮤지엄처럼
인테리어와 건축물 비슷한 톤일 때
편안함, 감동 느끼게 된다”

신: 단순한 박스 형태로 주변과 차별화한 두킴사옥(엉뚱상상)이다. 노출 콘크리트의 물성을 강조해 어두워 보이지만, 내부를 보면 느낌이 달라진다.

(높이 8m는 돼 보이는 육중한 철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두울 줄 알았던 실내가 상당히 밝았다. 내부는 인테리어 공사 중이었다.)

기자: 창문이 하나도 없는데 실내 조명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신: 여기 이 ‘탑 라이트 형식의 중정’(건물 가운데 설치한 위가 트인 깊은 공간) 때문이다. 자연광을 이용해 드라마틱한 내부 공간을 연출했다. 빛과의 결합을 잘 활용한 건물이다.

(골목을 되돌아 나오니, 멀리 당인리발전소 굴뚝이 보였다.)

홍: 홍대 앞 문화거리가 저 발전소 쪽으로 확대되고 있다. 조만간 새로운 개성적인 건축물들이 선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이다.

신: 이제 마지막으로 에이에이(aA)디자인뮤지엄으로 가보자. 거칠고 색도 짙은 노출 콘크리트에 어딘가 습한 느낌, 무거우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건물이다.

홍: 공간 배치나 기둥, 가구 등이 유럽 중세식이어서 그런 듯하다. 1층 카페의 경우 천장이 높아 습한 분위기를 보완해준다.

신: 인테리어와 건축물이 비슷한 톤일 때 보는 이가 편안함, 감동을 느끼게 된다. 이 건물이 그런 느낌이다.

(널찍하고도 높직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탐방을 마무리했다.)

기자: 홍대 앞의 거리와 건물들은 도산공원 앞 거리에 비해 확실히 자유분방한 느낌, 좀더 활기차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 길도 건물도, 찾아오는 이들도 획일적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도산공원 앞이 잘 구획된, 럭셔리하고 보수적인 거리라면, 홍대 앞은 무질서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젊고 자유롭고 트렌디한 공간이다.

홍: 그런 분위기 역시 앞으로 부단히 새롭게 바뀌어 나갈 것이다. 그게 바로 홍대 앞 문화다.

기자: 오늘 수고 많으셨다. 건축물에 실눈이나마 뜨게 해준 두 분께 감사드린다.

(홍대 앞 건물 탐방엔 2시간30분가량이 걸렸다. 건물 하나하나가 스토리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서울이 얽히고설킨 아주 끔찍한 전깃줄 도시라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cover story tip

알면 더 잘 보이는 건축용어

중정(中庭) 한옥의 경우 안채·바깥채 사이에 마련된 작은 뜰. 일반 건축에선 자연 환기와 채광 등 친환경 설계를 위해 건물의 중앙부에 외부공간을 설치하는 걸 말한다.

매스(mass) 건축에서 외부 형태를 규정하는 덩어리를 말한다. 건축디자인에서 형태에 대해 연구할 때 ‘매스 스터디’란 표현을 쓴다.

이중스킨(double skin) 건축물의 외피를 가리켜 ‘스킨’이라는 말을 쓴다. 이중스킨은 디자인의 차별화 또는 친환경을 위한 스킨으로, 빛과 열 차단 등의 목적으로 사용된다.

공용공간(public space) 전용 부분을 제외한 복도·계단·입구의 홀 등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 현대 건축디자인에서는 공용공간의 디자인 차별화를 통해 좋은 건축이 만들어진다.

성큰(sunken) ‘움푹 들어간’, ‘가라앉은’의 뜻으로 지하에 자연광을 끌어들이기 위해 만든 공간을 말한다. 지하의 휴식공간, 정원으로 이용된다.

필로티(piloti) 건물 1층 또는 저층부에 벽을 없애고 조성한 개방공간. 주차장, 통행인의 동선 등 공공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한다.

도움말 신창훈

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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