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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11 19:38 수정 : 2012.04.13 15:07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픽 이정희 기자 bbool@hani.co.kr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에르메스·폴 스미스 등 명품 매장 들어서며 건축 트렌드 이끄는 강남 도산공원 앞 거리

서울 거리에 하루가 다르게 들어서고 있는 크고 작은 건물들. 현대건축물을 제대로 탐방해볼 만한 코스는 어딜까. esc가 신창훈(43)·홍선관(47) 두 건축전문가의 추천을 받아 눈길 끄는 현대건축물이 몰린 강남 신사동 도산공원 앞 거리와 강북 홍대 앞 거리를 함께 탐방했다. 추천 배경은 이렇다.
1. ‘건축물 생초보’도 거닐며 느끼고 즐길 만한, 2. 형태적·공간적 재미가 나름대로 쏠쏠한, 3. 최근에 다양한 재료로 지어진, 4. 중급 규모(4~10층) 현대건축물이 모여 있는 곳. 두 지역은 각종 건축상을 받은 건축물이 늘어선 곳이면서, 서로 다른 문화적·도시환경적 특성을 드러내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안창호 선생을 기려 만든 도산공원 정문 앞. 기자로선 생소한 ‘현대건축물 탐방’을 시작했다. 지난 4일 오전 두 건축 전공자는 만나는 건물마다 매개공간이니, 성큰이니, 매스 분절이니, 노출콘크리트에 쪽널이니 하는 건축용어들을 퍼부으며 건축·자재·부동산에 문외한인 기자를 주눅 들게 했다. 하지만 한집 한집 구경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그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신창훈
영남대 건축과, 서울시립대 건축대학원 졸. 건축가그룹 ‘운생동’ 공동대표. 예화랑·옐로다이아몬드·케이티앤지(KT&G)복합센터 등 설계. 서울시건축상·건축문화대상·건축가협회상 등 다수 수상.

홍선관
홍익대 건축과 졸. 하버드대·컬럼비아대 부동산개발 석사, 도쿄대 도시공학 박사 수료. 서울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 조각전문 모란미술관 부관장. 저서 <체계적으로 접근한 부동산개발론> 등 다수.


신창훈: ‘패션명품’ 매장 즐비한 이 거리가 바로 국내의 대표적인 럭셔리 건축 트렌드를 이끄는 곳 중 하나다. 청담동 명품 거리가 포화 상태를 이루자, 에르메스가 먼저 이곳에 터를 잡은 뒤 형성되기 시작한 호화 건축물 전시장이다. 평범한 주택가·상가가 몇년 새 확 바뀌었다.

기자: 여긴 건물 자체도 명품이란 말인가?

신: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최상위층 건축주들은 돈이 많이 들더라도 개성적인 작품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땅값·건축비·마감재·인테리어 등에서 최상급이다.

“폴 스미스 매장은
설계자가 브랜드 특성을 이해하고
만든 건물이다”

홍선관: 나는 이 공원에 대해 할 말이 있다. 입구가 하나뿐이고 담으로 꽉 막힌 구조다. 시민을 위한 공간도 아니고, 오히려 도시환경·미관을 해치는 존재다. 공원도 건축물도 주민 삶과 공존하는 형식이어야 한다.

신: 동감이다.

(인기 연예인 배용준이 운영한다는 식당 ‘고릴라 인더키친’이 들어선 회색 건물이 다가왔다.)

신: 이건 콘크리트와 내구성 강판을 사용한 건물로, 승효상의 작품이다. 외벽과 내부 사이 (계단이 설치된) 매개공간이 실용적으로 짜였다. 건물 내부를 거치지 않고 2, 3층으로 올라간다. 합리적 구축, 디테일에 엄격한 설계자의 특성이 반영돼 있다.

홍: 바닥재로는 오래된 목재를 갖다 쓴 모양이다.

신: 시간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건축물을 추구한 셈이다. 외벽과 창틀을 봐라.

기자: 창틀이 우묵하기도 하고 튀어나오기도 한 모습인데? 외벽 석재는 현무암인 것 같다.

신: 창틀은 두께의 질감이 느껴지게 한 것이고, 외벽 돌판들은 서로 틈을 일정하지 않게 배치해, 중후하면서도 틀에 박히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골목 안으로 드니 화려하면서도 깔끔하게 장식된 식당 카페들이 줄을 이었다. 왼쪽으로 구름 같기도 하고 우주선 같기도 한 흰 건물이 눈길을 끌었다. 패션 브랜드 ‘폴 스미스’ 매장이다.)

기자: 건물이라기보다 조각품처럼 보인다.

신: 곡선으로 이뤄져 형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창문도 없고, 층수도 알 수 없게 했다. 벽과 천장의 구분도 없는 한덩어리 건물이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4층 건물이다. 2층까지는 곡선 계단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밖에서 봤던 곡선 벽면이 안쪽 벽에도 그대로 살아있다. 지하층 한쪽엔 자연채광 공간(성큰)이 마련돼 있어 따스한 느낌을 주었다.)

신: 설계자가 브랜드의 특성을 이해하고 만든 건물이라는 생각이다. 폴 스미스는 완전한 정장도 아니고 완전 캐주얼도 아닌 중간적 브랜드다. 자유로운 곡선으로 이뤄졌으면서도 다소 엄격한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나?

(전람회 그림 구경하듯, 발길은 다음 건물로 이어졌다. 패션 브랜드 마크 제이콥스다. 건물은 평범해 보였다.)

신: 마크 제이콥스는 파격적이고 유행에 민감한 디자인을 하는 사람인데, 이 건물과는 좀 안 어울리는 것 같다.

홍: 그렇다. 지어진 건물에 입점한 듯하다.

(두 사람은 이어서 회색빛 건물 파크뷰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신: 이 건물은 지은 지 10년이 넘은, 상대적으로 꽤 오래된 건물이다. 외벽이 노출콘크리트 형식이다.

홍: 쪽널(나무판 거푸집)을 대어 콘크리트에 나무의 결이 그대로 살아나도록 했다. 이런 양식이 10년 전 크게 유행했었다. 콘크리트를 많이 쓴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영향도 있다.

신: 석재와 콘크리트 등 재료의 물성(재료의 성질)을 잘 표현했다고 본다.

(한 골목 돌아 다음 골목으로 들어섰다.)

신: 이 골목 구성이 재미있다. 잘 봐라. 이건 모던한 건물, 저건 보통 건물, 그 옆엔 나무 재질의 건물, 그다음은 외벽을 식물로 덮은 건물까지 다양하게 보인다.

(외벽에 식물을 심어 자라게 한 초록빛 건물, 벨기에 디자이너 브랜드인 앤 드뮐러미스터 매장이 이채롭게 다가왔다.)

홍: 벽면 녹화, 컬러 노출콘크리트 혼용 형식이다. 요즘은 자연친화적, 친환경적 건축물도 눈에 많이 띈다.

기자: 외벽을 풀로 덮었다고 친환경적인 건물이라 할 수 있나?

홍: 그렇지는 않다. 모든 건축물은 사실 태생적으로 반환경적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자연과 좀더 가까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을 위한 관심과 노력들이 늘고 있다. 건축 방식, 재료 사용 등에서 자연친화적 관점으로 다가가는 것, 건축가들의 과제다.

현대건축물 탐방에 나선 신창훈(오른쪽)·홍선관씨.
“모든 건축물은 태생적으로
반환경적, 최근 들어
환경과 조화 이루려는
관심과 노력 늘고 있다”

신: 외벽도 그렇고, 둥근 유리창, 곡선 외부 계단 등 특이한 시도를 보여주는 건물이다. 식물의 특성을 이용해 계절에 따라 건물 표정도 달라지게 했다. 외벽 녹화는 단열효과도 있다.

(골목을 나와 ‘모던한 명품 건물’들을 만난다. ‘에스케이투(SKⅡ) 부띠끄 스파’ ‘에르메스’ ‘호림아트센터’ ‘313 아트 프로젝트’ 들이다.)

신: 부띠끄 스파 외벽을 보자. 붉은 벽에 구멍 뚫린 철판을 일정한 모양으로 잇댄 ‘더블 스킨’ 형식이다. 보이는 각도에 따라, 또 낮과 밤에 따라 질감이 달라져 아주 다이내믹한 느낌을 준다. 스킨에 대한 새로운 실험이다.

홍: 에르메스도 더블 스킨이다. 10층 건물 전체가 황금빛인데, 유리벽에 노란 띠를 무수히 두른 유리를 덧댄 모습이다.

신: 은은한 빛이 건물 안으로 스며들게 한 형식이다. 여기에도 브랜드의 특성이 녹아 있다. 에르메스는 노란색 계통을 많이 쓰는 브랜드다.

(안으로 들면, 유리를 통해 밖이 내다보이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다. 부드러운 나선형 계단도 이런 느낌을 키워준다. 지하 1층 카페 옆엔 에르메스 제품의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이 있다.)

신: 육중해 보이는 이 ‘313 아트 프로젝트’는 주변에서 가장 최근(2010년)에 선보인 개성적인 갤러리 건물이다. 실내 공간도 창문이 없는 외부처럼 심플하지 않은가.

기자: 호림아트센터 구성 건물들은 멀리서 바라보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신: 세개의 매스(덩어리)를 기본으로, 다양한 곡선과 직선을 혼용시켜 구축한 건물이다. 건물의 상부·하부·측면의 매스를 분절시켜 다른 모습으로 표현했다. 주변 건물들이 심플한 데 비해 아주 복잡한 매스를 보여준다.

홍: 건물 사이 공간 활용도 돋보인다.

신: 자, 여기까지다. 첫 현대건축물 탐방 소감은?

기자: 솔직히, 아직 어렵고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동안 간판 위주로만 봐오던 건물에 대한 시각을 바꾸게 됐다. 건물들이 이렇게 여러 얼굴을 갖고 있는 줄 몰랐다. 특히 설명을 들으며 바라보니 건축물 구성요소들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다.

(도산공원 앞 짤막한 골목 두세곳의 건물 아홉곳을 둘러보는 데 약 2시간이 걸렸다.)

신: 그럼, 전혀 다른 분위기가 기다리는 홍대 앞으로 가보자.

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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