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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18 14:28 수정 : 2012.04.19 16:31

1. 김성환 기자가 국방부 사열차 ‘행사 1호’를 몰고 있다. 그 뒤를 따르고 있는 ‘행사 2호’, ‘행사 3호’.

[매거진 esc] 바퀴열전 ④
국가행사 사열용 에쿠스 무개차(오픈카) ‘행사 1호’

2009년형 에쿠스 리무진
개조해 55㎝ 늘리고
좌석 위치엔 레드카펫
외국 국빈과 키 맞추기 위해
키높이 발판도 장치

자동차의 가장 큰 존재 이유는 좀더 빨리 이동하는 것이다. 최첨단 기술로 날렵한 몸매의 차체를 만들고, 기계가 낼 수 있는 극한의 속도를 내는 엔진을 얹은 스포츠카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바퀴열전’의 주인공의 존재 이유는 일반 차량과는 전혀 다르다. 국군의 날 행사와 각종 국가 행사의 퍼레이드에서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 등 군 최고 지휘관을 태우는 ‘사열차’이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의 공식적인 이름은 ‘행사 1호’. 이 차량은 언제나 번쩍이는 육중한 차체를 뽐내며 느릿한 속도로 관중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채 움직인다. 현재 국방부에서 운영·관리하고 사열용 무개차(오픈카)인 행사 1호를 국방부의 협조를 받아 지난 4일 오전 서울 한강로 국방부에서 직접 몰아봤다.

밑바닥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행사 1호의 뒷자리.
⊙ 깊은 광채의 비결은 매일 세차 ‘행사 1호’는 2009년형 ‘에쿠스 리무진’을 개조해 만든 차량이다. 1년에 몇 번 없는 국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만,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국방부 근무지원단에서는 매일 세차를 한다. 국방부를 찾은 이날 영내 연병장은 전날 비가 온 탓에 땅이 축축해져 있었다. 진흙을 닦아내는 ‘장병들의 노고’를 덜고자 영내 연병장이었던 시승 장소를 영내 도로로 옮겼다.

행사 1호는 일반 차량의 외관만 개조했기 때문에 차량 성능이 남다르지는 않다. 언뜻 보면 일반 에쿠스 모델보다 차 길이가 30㎝ 긴 리무진 모델로 보이지만, 행사 1호는 거기에 55㎝를 더 늘렸다.(비공식적으로 국내에서 가장 긴 에쿠스 모델일 듯!) 2009년 차량 제작을 총감독했던 김기복 국방부 근무지원단 정비수송대대 공장장은 “주요 인사들이 뒷자리에 좀더 편하게 오를 수 있도록, 차량 뒷부분을 자른 뒤 뒷좌석 문과 차체를 늘려 이어붙였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행사를 위한 각종 편의장치도 눈에 띄었다. 우선, 차량 안에 좌석은 운전석뿐이다. 나머지 공간에는 좌석을 모두 들어내고 ‘레드 카펫’을 깔았다. 조수석 쪽 뒷문에는 탑승자가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 뒀다. 뒷좌석 앞에는 차량이 서서 움직일 때 의지할 수 있는 약 1m에 이르는 철제 손잡이가 있다. 그 밖에 운전석 기어박스 뒤 수납함에는 라디에이터 그릴에 들어오는 경광등과 사이렌 소리, 스피커 등을 조종하는 리모컨이 있다.

지난 13일 정승조 합참의장과 네즈데트 외젤 터키군 총사령관이 서울 한강로 국방부에서 ‘행사 1호’를 타고 의장대 사열을 하는 모습.
⊙ 뒷자리가 오르락내리락 사열차에서 운전석 뒷자리는 국가 행사의 주인공이 타는 곳이다. 그 옆자리(조수석 뒷자리)는 행사를 주관한 인물이 탄다. 예를 들어, 국군의 날에는 대통령이 운전석 뒤편에, 국방부 장관이 조수석 뒤편에 탄다. 조수석에는 군 열병식 등을 담당하는 지휘관이 탄다. 번호판도 대통령이 탈 때에는 청와대 상징이 새겨진 파란 봉황판을, 장성이 탈 때에는 계급에 맞춘 성판(별판)을 바꿔 단다. 아무도 타지 않을 때에는 검정 가리개를 씌운다. 운전석 뒤편에 외국 국빈이 타면 운전석 쪽 깃대에 그 나라의 국기를 단다.

가장 개성 넘치는 장치는 바로 뒷자리 밑바닥에 숨어 있다. 행사 1호의 뒷좌석 밑바닥에는 ‘유압식 발판’이 있어 뒷자리에 서는 이들의 키높이를 맞출 수 있다. 특히 키 차이가 많이 나는 서구의 국빈이 함께 탈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이 때문에 행사 담당자들은 행사 1호에 타게 되는 주인공들의 키를 미리 알아본 뒤, 발판 높이를 조정해 둔다고 한다.

⊙ 지붕 없는 에쿠스의 탄생기 행사 1호는 국방부에서 만든 3세대 에쿠스 사열차다. 2004년까지만 해도 대통령이 타던 사열차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1981년식 캐딜락 엘도라도 컨버터블이었다. 1993년 청와대에서 넘겨받은 차량을 관리해 왔으나 30년 넘은 나이 탓에 지금은 사실상 은퇴했다. 그 뒤로 2004년 처음 구형 에쿠스를 개조한 ‘행사 3호’와 2006년 같은 구형 에쿠스 모델로 만든 ‘행사 2호’가 각종 국가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청와대·경찰청과 각 군 본부에도 국방부의 무개차를 본떠 만든 행사용 에쿠스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아직 군 복무 3년차인 ‘행사 1호’와 달리 다른 사열차들에는 다양한 사연도 있다. 국내 첫 에쿠스 사열차가 된 ‘행사 3호’의 탄생기도 그렇다. 2003년 국군의 날 군 사열 행사에서 비가 내리자, 캐딜락 사열차에서 조영길 당시 국방부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우산을 받친 채 서 있던 모습이 언론을 통해 논란이 되면서 “비 올 때 천막을 칠 수 있는 새로운 사열차를 만들라”는 지시에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행사 2호’의 경우,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대형 영정사진을 얹고 세종로·퇴계로 등에서 인파에 둘러싸였던 차량이다.

중요한 행사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때문에, 사열차를 모는 운전관(군 부사관)들은 몇 분 안 되는 행사 시간을 위해 몇 달을 넘게 연습을 한다. 운전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천천히, 그리고 우아하게 몰아야 한다는 것! 앞으로 수많은 행사에서 천천히 묵묵하게 역사의 현장에 등장하게 될 행사 1호의 뒷자리 손님이 누가 될지도 궁금해진다.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전세계 각양각색 사열차

나라마다 사열차는 개성이 넘친다. 자국의 자동차 브랜드를 뽐내거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해 만들기 때문이다.

사열차도 신토불이 자동차 생산 국가에서는 사열차도 자국 브랜드를 선택한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지난해 10월 항공자위대 열병식에서 검은색 ‘도요타 크라운 로열’ 12세대를 개조한 사열차를 탔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푸조 607’의 리무진 콘셉트카 ‘팔라딘’(Paladine)을 탄다. 뒷좌석 지붕만 개폐식이다.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2009년 건국 60돌 군사퍼레이드에서 중국 국영 이치자동차그룹의 ‘훙치 에이치큐이’(紅旗HQE·사진)를 탔다. 훙치는 과거 마오쩌둥 주석이 애용했던 차로, 후진타오 주석은 마이크 달린 차량 선루프에 상반신을 드러낸 채 사열을 했다. 북한은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평양 시내에서 카퍼레이드용으로 메르세데스벤츠가 1960~1980년대 생산한 ‘풀만 리무진 랜돌렛’을 사열차로 제공했다.

교황 전용차

교황의 흰색 벤츠 가장 개성 넘치는 사열차는 바티칸에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대중을 만날 때 쓰는 전용차량 ‘포프모빌’(Popemobile·오른쪽)은 메르세데스벤츠의 흰색 엠클래스(M-Class) 스포츠다목적차량(SUV) 뒷좌석에 방탄유리방을 얹었다. ‘SCV(Status Civitatis Vaticanae·바티칸시국이라는 뜻) 1호’라고 부르며, 포프모빌은 경호 등급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다. 평소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을 타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퍼레이드 등 국가 행사에서는 진짜 말이 끄는 황실 마차를 탄다. 미국은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이 링컨 콘티넨털 무개차에서 저격을 당한 뒤, 공식 행사에서 사열용 무개차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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