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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18 17:27 수정 : 2012.04.18 17:27

시밀란 섬 ‘세일 록’에서 내려다본 해변 풍경

[매거진 esc] 한해의 절반만 개방하는 타이 시밀란섬 여행기

5월부터 10월까지는
우기에 풍랑 심해
관광 불가능

안다만 해는 인도차이나 반도와 방글라데시, 미얀마와 맞닿아 있는 벵골만 남동쪽 바다다. 햇살에 비치면 투명한 에메랄드 빛을 뽐내는 안다만 해를 품고 있는 타이(태국) 푸껫 일대에는 ‘아시아의 진주’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이 때문에 푸껫은 국내 여행자들 사이에서 아름다운 해변을 배경 삼아 석회암 절경에 파묻힌 고급 숙소를 즐길 수 있는 신혼 여행지로도 인기가 높다.

푸껫은 북쪽 끝부터 최남단까지의 거리가 48㎞에 이르는 타이에서 가장 큰 섬이었다. 그러나 1967년 ‘사라신’ 대교가 놓이면서, 방콕에서 버스로도 약 12시간에 닿을 수 있는 곳이 되어 이제는 ‘섬 아닌 섬’이 됐다. 국내 여행자들에게 익숙한 푸껫 여행지로는 푸껫 해변가의 고급 리조트나 푸껫 남서쪽으로 배를 타고 나가야 하는, 영화 <더 비치>의 배경으로 등장한 ‘피피 섬’과 007 영화 시리즈 가운데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를 촬영한 ‘제임스 본드 섬’(옛 따뿌 섬)이 있다. 그러나 푸껫 주변의 섬만 32곳으로, 섬마다 개성 넘치는 풍경을 품고 있다.

이 가운데 푸껫에서 북서쪽으로 약 64㎞ 떨어진 ‘시밀란 군도’는 한해의 절반만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접근이 쉽지만은 않은’ 섬이다. 지난달 28일, 아직 국내 여행자들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푸껫의 진주, 시밀란 섬을 돌아보며 볼거리를 탐방해봤다.

여섯달만 인간을 허락한 섬
‘시밀란 군도’는 9개의 산호섬이 모여 있는 곳이다. ‘시밀란’이라는 말도 말레이시아어로 ‘아홉’을 뜻한다. 전 지역이 해상 국립공원인 이곳은 한해 가운데 일반적으로 11월1일부터 이듬해 4월30일까지 여섯달만 접근할 수 있다. 이 기간은 푸껫 일대가 건기이기 때문에 잔잔한 바다에 배를 띄울 수 있지만, 5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우기에는 풍랑이 심해 아예 관광 자체가 불가능하다.

푸껫에서 시밀란 섬으로 가려면 현지 여행사의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한다. 시밀란 섬으로 가는 배편은 푸껫타운이나 빠똥 등 여행자들이 많이 묵는 숙소가 있는 푸껫 번화가에서 차량으로 약 1시간 정도 북쪽으로 떨어진 ‘탑 라무’ 선착장에서 출발한다. 28일 아침 6시께 푸껫 빠똥 숙소 앞에 도착한 현지 여행사의 승합차는 빠똥 시내 호텔을 돌며 이날 시밀란 섬 여행을 신청한 여행자들을 태운 뒤, 탑 라무 선착장으로 출발했다.

시밀란 군도 섬에는 각각 고유한 이름과 번호가 있다.(지도 참조) 이 가운데 해군 기지가 있는 후용 섬①과 거북이 등 해양생물 서식지인 빠양 섬②·빠얀 섬③은 건기에도 출입을 할 수 없다. 이날 투어를 담당한 타이 현지인 여행 가이드인 ‘놈’(Nom)이 출발 전 시밀란 섬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했다. “산호를 밟으면 죽습니다. 그래서 배에 타기 전에 신발을 모두 걷어갈 겁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편의시설이 있는 미앙 섬④과 시밀란 섬⑧을 들른다고 한다. 오전 9시께 모터 엔진 3개가 나란히 달린 스피드 보트가 30여명의 여행객을 태우고 파란 물살을 가르며 시밀란 군도의 네 번째 섬인 미앙 섬을 향해 출발했다. 맨발의 러시아·이탈리아·프랑스·중국 등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들의 표정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미앙 섬 앞바다에서 스노클링을 즐기고 있는 여행객
뱃머리 멀리 고래떼 등장
날씨 좋으면
거북이도 볼 수 있어

곳곳이 스노클링 포인트
“돌핀(Dolphin·돌고래)! 돌핀! 오버 데어(Over there)!” 얼굴을 때리는 거센 뱃바람이 지루해질 무렵, 갑자기 배 안이 어수선해졌다. 뱃머리 오른편 멀리에서 수면을 차오르는 돌고래떼 한 무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행 가이드 놈은 “(오늘 여행자들은) 정말 운이 좋다”며 추임새를 넣었다. 그는 날씨가 좋은 날에는 돌고래뿐만 아니라 타이 정부가 정책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거북이의 모습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30분 넘게 쉬지 않고 달려온 배는 미앙 섬과 하 섬⑤·빠야 섬⑥ 사이의 바다에 멈춰섰다. 해를 등진 채 고개를 빼 바닷속을 내려다보니, 풀빛을 닮은 에메랄드 빛 바닷물의 밑바닥이 훤하게 비쳤다. 스노클링을 하기 위해 정박한 배는 부표에 밧줄을 걸어 배를 고정했다. 예전에는 닻을 내려 배를 고정했지만, 닻이 산호를 훼손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지금은 바닥에 고정해둔 부표에 밧줄을 거는 방식으로 정박한다. 이윽고 구명조끼를 입은 여행객들이 숨대롱을 끼고 줄지어 안다만 해 안으로 몸을 내던졌다. 4m는 족히 넘을 것 같은 수심에 머리를 담그니, 산호 사이를 지나다니는 물고기를 뚜렷이 볼 수 있었다. 바닷물도 따뜻했다.

1시간 가까이 스노클링을 마친 뒤, 배는 미앙 섬 해변으로 향했다. 미앙 섬 안에는 여행자들을 위한 텐트 야영장과 방갈로가 있다. 국립공원 직원이 상주하면서 운영하는 식당도 있다. 해변에서 휴식을 취한 뒤, 여행자들은 한데 모여 배로 실어온 타이식 식사를 먹었다. 시밀란 군도 가운데 상대적으로 큰 섬인 미앙 섬에는 숲을 거닐 수 있는 네이처 트레일(산책로) 코스도 마련돼 있다. 매해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에는 시밀란 군도에 애정을 보이고 있다는 타이 공주가 와서 휴가를 보내는 곳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미앙 섬 안 텐트 야영장(위) 미앙 섬 해변에 도착한 스피드 보트에서 여행객들이 내리는 모습(아래)
섬 속 하룻밤도 강추
오후에는 시밀란 섬 해변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시밀란 군도의 상징인 돛대 모양을 닮은 ‘세일 록’(Sail Rock)이 우뚝 솟아 있다. 고운 모래가 있는 시밀란 섬 해변에서 출발해 돌과 낙엽이 수북한 세일 록 부근까지 약 10분 거리인 산책길을 맨발로 걷는 느낌도 새로웠다. 세일 록이 있는 바위 언덕에서 내려다본 해변 풍경은 푸른 숲과 하얀 모래밭, 푸른 바다가 어우러지며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졌다.

시밀란 섬 해변을 떠난 배는 이날 오후 4시께 탑 라무 선착장에 닿았다. 한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출발할 때에는 배 안 가득했던 다국적 여행자들의 구성은 어느덧 아시아 여행자들만 남았다는 것! 시밀란 군도 여행을 오래전부터 해온 대다수 서구 여행자들은 적어도 하루 이상 섬에 머물며 풍경을 즐기는 일정을 선택하기 때문이란다. 문득 한낮의 안다만 해의 바다색이 밤에는 어떤 빛깔로 비칠지 궁금해졌다.

travel tip

텐트·방갈로 1박 하려면 미리 알아봐야

푸껫 직항 있어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인천~푸껫 직항편을 운영하고 있다(약 6시간). 인천~방콕행 항공편을 이용한 뒤, 타이항공·오리엔트타이 등 타이 현지 항공편(약 1시간20분)으로 갈아타고 푸껫에 오는 방법도 있다.

현지 여행사 미리 예약해야 시밀란 섬을 가려면 현지 여행사의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한다. 투어 프로그램은 건기(11월1일~4월30일)에만 운영한다. 적어도 여행 출발 하루 전 푸껫 시내 곳곳에 있는 여행사 사무실을 이용하거나, 메드셰(Medsye, similanthailand.com)나 시스타(Seastar, seastarandaman.net·영어 사이트 없음) 등 현지 주요 여행사 누리집에서 예약 신청을 하면 된다. 투어 프로그램은 숙소~탑 라무 항구까지의 밴 픽업 서비스, 왕복 뱃삯, 시밀란 국립공원 입장료, 점심식사비, 스노클링 장비 대여료 등 모두 포함해 약 3500밧(약 12만8000원) 안팎이다.

1박 하려면 미리 알아봐야 시밀란 군도 가운데 미앙 섬(4번)에는 ‘타이 국립공원’이 여행객에게 대여해주는 방갈로(20여가구)와 야영장이 있다. 그러나 인터넷 예약 시스템이 제대로 없어, 푸껫 현지에서 직접 미앙 섬에 방문해 예약을 대행해주는 영문 사이트를 통해 예약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낫다. 인기가 높은 방갈로는 1박에 약 2000밧(약 7만3000원)이나 숙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대적으로 넉넉한 야영장에는 미리 설치해 둔 텐트만 사용해야 하며 이용료는 1박에 570밧(약 2만1000원)이다.

글·사진 시밀란(타이)=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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